절박함으로

벼랑 끝에 서 있는 사람들 앞에 나타난 묵직한 돈 가방 하나. 영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은 자신의 삶을 구제해줄 그 돈 가방을 쟁취하기 위해 짐승이 되어가는 이들의 여정 혹은 투쟁을 그린다. 절망은 절박함을 만들고, 절박함 속에서 만난 지푸라기는 욕망을 분출시킨다. 절망 앞에서, 돈 앞에서 인간은 어디까지 무너질 수 있을까. 이들이 좇는 것은 희망일까, 또 다른 비극일까. 김용훈 감독이 첫 영화를 통해 세상에 내놓은 질문의 조각들.

안타까운 말이긴 하지만, 영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은 코로나19가 아니었다면 올해 가장 흥행했을 작품으로 자주 언급된다. 개봉 전 로테르담 국제영화제에서 ‘심사위원 특별상’ 수상으로 기대감이 높기도 했고. 사실 밝은 영화가 아닌 데다 이야기 자체가 무거워 흥행을 기대하진 않았다. 청소년 관람 불가이기도하고. 다만 투자한 사람들이 아쉽지 않게 손익분기점만 넘겼으면 하는 바람은 있었는데, 아쉽다. 그래도 로테르담 국제영화제에 다녀온 게 큰 추억이자 위로가 된 것 같다. 거기선 상영 때 객석이 꽉 찼었다. 가기 전엔 외국 관객이 한국 영화를 이해할 수 있을까 하는 궁금증도 있었는데, 내 의도가 잘 전달된 느낌을 받아서 되게 신났었다. 관계자들이 가기 전과 후의 내 모습이 많이 다르다고 하더라. 가기 전에는 자신감이 많이 떨어져 있었는데, 거기 가서는 상도 받고 관객 반응도 좋다 보니까 기운이 가득 차서 온 거다. 그런데 돌아왔더니 그때부터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 두기가 시작됐고. 언론 배급 시사회가 끝나고 평일 낮 시간에 관객의 반응을 살피려고 영화관에 간 적이 있는데, 혼자 봤다.(웃음) 과정이 되게 드라마틱하지 않나.

웃을 수도 울 수도 없는 이야기다. 영화 본다고 굿즈도 주더라.(웃음) 다 받아왔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은 소네 게이스케 작가의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이다. 우연히 서점에서 제목에 끌려 산 책인데, 첫 장을 여는 순간부터 끝까지 한 번에 봤다. 읽자마자 이걸 영화로 만들 수 있을지 생각했는데 아무래도 타임테이블이 소설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보니까, 이걸 영상으로 바꿨을 때 관객을 속이는 게 가능할지 가늠이 되지 않았다. 그래서 일단 원작자의 허락을 받지 않은 상태에서 혼자 써봤는데, 뭔가 될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다음부터 영화로 만들어보려고 제작자, 투자자랑 얘기를 시작했다.

원작의 제목을 그대로 가져왔다. 사실 원제가 워낙 강렬해서 다른 걸 굳이 떠올릴 필요가 없었을 것 같기는 하다. 반응이 극명하게 나뉜다. 이 제목을 좋아하는 사람은 되게 좋아하는데 반대로 너무 길어서 별로라는 반응도 있었다. 상업성이 덜하다는 거다.

보통 흥행하는 상업 영화는 제목이 두세 자로 간결하니까. 맞다. 그런데 나는 그런 클리셰를 따르기보다 긴 제목으로 가고 싶었다. 또 영화에 워낙 훌륭한 배우들이 등장하니까, 이 제목을 써도 되겠다는 자신감이 있었다.

영화를 총 6개의 장으로 구성했다. 영화보단 소설에서 자주 쓰는 방식이다. 장을 뺀 버전도 있는데, 마무리 편집을 할 때 결국 장을 만들기로 했다. 어차피 원작이 소설이기도 하고, 장을 나눔으로써 전개를 좀 더 쉽게 이해하게 하려는 의도도 있었다. 또 후반에는 시간이 뒤틀리는 구조를 띠는데, 장이 넘어갈 때 이런 재미가 배가될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고.

전도연 배우를 비롯해 정우성, 윤여정, 배성우 등 배우 라인업이 굉장히 화려하다. 큰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일단 전도연 선배님이 시나리오를 재미있게 봤고, 가장 먼저 출연 결정을 해줘서 캐스팅 과정이 생각보다 수월했다. 심지어 윤여정 선배님과 정우성 선배님을 캐스팅하는 과정에서 직접 전화도 걸어주고, 전반적으로 캐스팅에 많은 도움을 주셨다.

그렇지만 그만큼 현장에서 디렉팅하기가 쉽진 않았을 것 같다. 어렵기보다 재미있게 작업한 기억이 더 많다. 기본적으로 배우들이 준비해온 걸 보고 거기에 내 해석을 얹어 시도해보는 식으로 진행했는데, 내가 제안한 부분을 다들 편안하게 받아줬다. 긴장했던 적은 있지만 같이 작업하면서 소통하는 데 큰 문제는 없었다.

가장 긴장한 순간은 언제인가? 전도연 선배님 첫 촬영 때. 폐차장 신을 찍는 날이었는데, 촬영을 시작한 지 한 달 정도 지난 시기였다. 나도 스태프들도 현장에 어느 정도 적응돼 있었는데도, 마치 그날 크랭크인 하는 것 같았다.(웃음) 전도연 선배님은 등장만으로도 그런 긴장감을 불러일으키는 분이다. 나름 단단히 준비를 했는데도 엄청 긴장했다. 그런데 첫 장면을 찍으면서 그게 탁 풀렸다. 차 안으로 걸어 들어오는 장면이었는데, 선배님이 걷기 시작하자 뒤로 바람이 불고 그 바람을 맞으며 머리를 쓸어 넘기는 순간 나도 모르게 영화 속으로 빠져드는 느낌을 받았다. 그런 장면은 한 번도 생각해본 적 없었는데 걷는 것만으로도 ‘연희’ 같았다. 그 모습을 보고 ‘와, 이래서 전도연, 전도연 하는구나’ 싶었다. 그 이후부터는 긴장감이 기대감이 되고, 재미가 되면서 편하게 찍었다.

 

“이 영화를 하고 싶다고 얘기할 때
내 마음이 지푸라기를 잡는 심정
그 자체였다.”

 

영화를 만들면서 놓치고 싶지 않았던 지점은 무엇이었나? 블랙코미디의 느낌을 주려고 했다. 나는 이 영화가 웃긴 영화라고 생각한다. 이야기가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다 보니 긴장감이 있어야 하는 영화지만, 반대로 나는 그 긴장 속에서 웃음이 튀어나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장례식장처럼 엄숙한 상황에서 어떤 포인트에서 웃음이 터지면 그걸 못 참지 않나. 내가 그런 걸 좋아한다. 만들면서 그런 뉘앙스를 많이 생각했다.

누군가를 때리거나 죽이는 장면이 많이 나오는 편인데, 이를 직접적으로 보여주진 않는다. 이제 끔찍한 장면이 나오겠구나 싶어 마음의 준비를 하는데, 딱 거기까지만 나오고 만다. 사실 때리고 맞는 장면을 많이 찍었다. 심지어 굉장히 고통스럽게. 그런데 개봉 전 모니터 사회에서 생각이 바뀌었다. 관객이 너무 힘들어하더라. 특히 여성 관객들이. 그 모습을 보면서 폭력적인 장면을 보여주는 방식을 바꾸게 됐다. 가정 폭력을 당하는 ‘미란’(신현빈)을 예로 들면 머리채를 잡혀 방으로 끌려 들어가는 장면만으로도 이 사람의 상황이 느껴지겠구나 싶어서 이후의 신을 걷어냈다. 힘들게 찍은 장면이라 아쉬웠지만 결과적으로는 잘했다고 생각한다.

여성 캐릭터는 소모적으로 이용되기 쉬운 노모, 가정 폭력을 당하는 아내, 화류계 여성이 등장한다. 자칫 뻔해 보일 수 있는 이 캐릭터들에게 어떤 서사를 부여하려고 했나? 나는 연희가 그걸 많이 뒤집어놓는다는 생각을 했다. 연희라는 캐릭터는 어떻게 보면 돈에 물린 짐승들 가운데 가장 상위의 포식자다. 보통 누아르 장르는 남성 서사가 많고 여성은 주로 서브로만 존재하는데, 이걸 뒤집을 수 있는 캐릭터가 여성이라면 더 신선하지 않을까 싶었다. 이 외에는 성의 개념으로 캐릭터를 구분하진 않았다. 모두 주체적인 인물로 만들려고 했다. 그런데 결과를 보니 전반적으로 남자들이 좀 바보 같은 면모를 갖고 있긴 하다.(웃음)

영화 속 인물들이 잡고 싶어 하는 지푸라기는 결국 돈이다. 그런데 금액을 구체적으로 명시하진 않았다. 5억원이다. 아마 생각보다 적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을 거다. 그런데 미란도, 태영(정우성)도, 중만(배성우)도 모두 전에는 각자의 삶을 그럭저럭 잘 살던 사람들이다. 그러다 각자 특정 사건으로 무너졌고, 거기서 원래 위치로 돌아가기 위해 지푸라기라도 잡아야만 한다. 그래서 5억이었다. 대단한 무언가를 할 수 있는 수백억이나 수천억이 아니라, 이거면 다시 일어설 수 있을 정도의 금액으로.

영화를 하면서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순간이 있었나? 이 영화를 하고 싶다고 얘기할 때 내 마음이 지푸라기를 잡는 심정 그 자체였다. 대학을 졸업한 뒤 다큐멘터리를 한 편 찍고 나서 어쩌다 회사에 들어갔다. 회사에서도 영화를 다루는 일을 하긴 했지만, 나는 감독이 되고 싶었다. 그래서 회사에 다니는 내내 가족과 회사 사람들한테 딱 10년 다닌 뒤에 그만두고 영화 할 거라는 말을 계속 했다. 아마 다들 그런가 보다 했을 거다.(웃음) 그런데 진짜 입사한 지 10년 후 서른다섯 살에 사표를 냈고, 시나리오 몇 개를 썼다. 그중 하나가 이 영화다. 사실 그다지 상업적인 이야기가 아니라서 ‘이게 될까?’ 싶었는데, 그때 전도연 선배님이 내게 지푸라기가 되어줬다.

지푸라기 이상의 것을 잡은 것 같다.(웃음) 맞다. 잡고 보니 금줄이었다.

드디어 꿈을 이뤘다는 느낌이 드나? 확실히.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영화감독이 되고 싶었다. 그런데 서른 여덟에 입봉을 했으니까 30년 가까이 꾸던 꿈을 이룬 셈이다. 그런데 막상 감독이 되고 나니까 막막해지는 부분이 있었다. 이 다음엔 뭘 해야 하나 싶고. 이제 어떤 감독이 되어야 할지 생각할 시기인 것 같다.

어떤 감독이 되고 싶나? 아직 정확히는 모르지만, 확실히 좋아하는 건 있다. 그게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이랑 좀 비슷한 것 같다. 취향이 명확한 편이라 앞으로도 이런 기조로 갈 것 같은데, 언젠가 새로운 도전을 해볼 것 같기도 하고 아직은 고민 중이다. 다만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처럼 자신만의 세계관을 이어가고 싶은 욕심은 있다.

첫 영화를 통해 얻은 것은 무엇인가? 이 영화를 찍으면서 다양한 어려움에 봉착했었다. 그러면서 한 꺼풀 벗은 느낌을 받았다. 이전에는 예상치 못했던 상황이 닥쳤을 때 노심초사했는데, 이제 웬만한 일에는 흔들리지 않을 것 같다. 그런데 또 모른다. 지금은 집에만 있으니까 그렇지, 막상 일이 닥치면 또 담배 피우면서 초조해할지도.(웃음)

처음이라는 것 외에 이 영화는 또 어떤 의미로 남을까? 내가 좋아하는 이야기를 한 번 보여줬다는 것. 나는 이런 걸 이렇게 풀어내는 걸 좋아하는데, 나와 같은 취향을 가진 이들이 있다면 같이 즐기자는 말을 처음으로 건네본 것. 그 사람들이 내 영화와 다음 만남을 기대하게 된다면 더없이 좋을 것 같다.

 

CINEMA DREAM

마리끌레르는 매년 부산국제영화제 공식 매거진인 <BIFF SPECIAL>을 발행해왔다. 예정대로라면 올해도 부산국제영화제 특별판은 영화제 기간 동안 영화의 전당을 비롯한 공식 배포처에서 관객을 만났을 테고, 책에는 한 해 동안 아름답고 재미있으며 의미있는 영화를 만든 감독과 배우들, 그리고 영화제를 준비한 프로그래머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껏 경험하지 못한 바이러스가 올해를 지배했고, 영화제를 비롯한 영화계의 모든 곳과 모든 사람이 이를 피할 수 없었다. 2020년, 축제는 사라졌지만 그 틈에서 영화는 계속 만들어지고 있다.

자신의 첫 장편영화를 개봉한 감독들, 올해 우리가 기억하면 좋을 새로운 얼굴들, 개봉을 기다리거나 개봉한 작품에서 연기한 배우들, 그리고 다양한 영역에서 한 편의 영화를 위해 열정을 다한 사람들을 위해 부산국제영화제 특별판을 대신해 특집을 준비했다. 더불어 사진가 목정욱, 채대한, 윤송이가 관객을 기다리고 있는 지방의 단관 극장과 서울의 독립영화 극장을 아카이브로 남겼다. 내일을 예측할 수 없는 오늘을 살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내일의 영화를 꿈꾼다.

 

#1 원주아카데미극장

원주에 유일하게 남아 있는 단관 극장. 1963년에 문을 연 원주아카데미 극장은 영화를 상영하는 영화관일 뿐만아니라 때론 공연장이 되기도 했다. 2006년 상영을 멈춘 뒤 14년 만에 새로운 움직임이 시작된 이곳은 과거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채 전시와 무성영화 콘서트 등 다양한 장르의 문화적 시도를 준비 중이다.

 

#2 에무시네마

5년 전 어느 날, 경희궁 언덕에 ‘에무시네마’가 들어섰다. 그리고 지금까지 그 자리에서 예술영화를 지지하고 상영하며 작은 영화제와 독립영화 시사회를 열어왔다. 르네상스 시대의 인문학자 에라스뮈스의 사상을 지향하는 에무시네마는 앞으로도 굳건히 대중과 함께 현재를 고민하고 소통해나갈 것이다. 19세기 말, 몽마르트르 언덕에 들어선 카바레, 물랭루주처럼.

 

#3 인디스페이스

편견 없는 생각과 자신만의 확고한 취향을 가진 사람들이 모이는 곳. 2007년 국내 최초의 독립영화 전용관으로 문을 연 인디스페이스는 윤성호 감독의 <은하해방전선> 상영을 시작으로 명동과 광화문을 거쳐 종로3가에서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거대한 멀티플렉스에서 상영할 기회를 갖기 어려운 작품들에 시간과 공간을 내어주자는 기조로 좋은 독립영화를 소개하고 공유하면서 대한민국 영화의 장을 넓히는 역할을 하고 있다.

 

모두의 영화

오효진
<#살아있다> 프로듀서

영화 <#살아있다>의 프로듀서 시나리오, 캐스팅, 스태핑(스태프를 꾸리는 일), 예산 운용, 촬영 준비, 촬영 현장 진행, 그리고 편집·CG·음악·믹싱 등의 후반 작업을 거쳐 영화가 개봉하는 마지막 순간까지, <#살아있다>의 제작 과정을 아우르고 책임지는 사람 중 한 명이었다. 프로듀서란 영화를 제작하는 사람으로 한 편의 영화가 세상에 나올 수 있도록 판을 짜는 사람이자 감독, 작가, 배우를 비롯해 각 분야의 아티스트와 크리에이터들이 자신의 역량을 마음껏 펼칠 수 있도록 그들에게 최적의 환경을 만들어주는 역할을 하는 사람이다. 영화를 만드는 일은 짧게는 1년, 길게는 3~4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되는 지난한 과정을 거친다. 그 기간 동안 작품의 출발점인 기획 의도를 잊지 않기 위해 늘 노력해야 한다. 그와 동시에 영화가 공개되었을 때 시대에 뒤처지는 작품이 되지 않기 위한 고민도 함께해야 한다. <#살아있다>의 경우 장르적으로 재난물, 좀비물이라는 외피를 두르고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소통과 희망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다. 더불어 여러 면에서 반드시 젊은 감각을 유지해야만 하는 작품이었다. 그 중요한 개성을 끝까지 잃지 않는 영화가 되게끔 하기 위해 마지막까지 노력을 거듭했다.

한 편의 영화를 만드는 과정 결국은 공동의 창작 과정이란 점에서 한 편의 영화가 완성되는 과정은 오케스트라 연주와 비슷하다는 생각을 한다. 다양하고 개성 있는 악기가 모여서 화음을 맞춰가고 비로소 한 곡의 음악을 연주하듯, 다양한 분야의 크리에이터들이 모여 한 편의 영화를 만들어내니까.

희비의 순간 영화를 제작한다는 것은 수많은 변수와 맞닥뜨려야 하는 일이다. 캐스팅 단계에서도, 촬영 현장에서도, CG 작업 중에도, 홍보 단계까지도. 단계마다 예상치 못한 변수가 늘 도사리고 있고, 예외 없이 발생한다. 그 변수에 잘 대처할 땐 기쁘고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을 때는 힘이 든다. 그래서 위기 대처 능력은 이 일을 하는 사람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덕목이다.

내가 하는 일을 영화로 만든다면 성장담, 성장 영화? 영화 한 편을 프로듀싱 할 때마다 정말 많은 사람과 만나고 또 헤어진다. 돌이켜보면 그 만남과 헤어짐을 통해 매번 성장하는 것 같다.

영화가 가지는 힘 꿈꾸게 하는 힘, 그리고 소통하게 하는 힘. 영화는 사람들을 웃고 울게 하고 행복하게 만들고 때론 화나게 부추긴다. 각자가 느끼는 그 감정을 다시 누군가와 공유하는데, 그 과정에서 사고하고 궁극적으로 소통한다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수많은 고전영화가 여전히 관객에게 기억되고 사랑받을 수 있는 거다. 그것이 영화라는 콘텐츠가 가진 가장 큰 힘이다.

나의 극장 메가박스 코엑스점. 영화를 만든 사람들의 의도를 가장 잘 전달받을 수 있는 곳은 여전히 극장이다. 특히 스크린, 사운드 등 관람 환경이 미치는 영향을 무시할 수 없는 작품일수록, 관객이 가져갈 수 있는 영화적 재미의 차이는 생각보다 무척 크다.

꿈의 영화 <#살아있다>를 비롯해 <국가부도의 날> <가장 보통의 연애> 등 어떤 작품을 시작할 때나 마찬가지지만, 내가 꿈꾸는 영화는 그리 거창하지 않다. 작품을 시작할 때마다, 그저 내가 프로듀싱 하고 참여하는 이 작품이 누군가에게 의미 있는 작품으로 남길 바랄 뿐이다.

 

옥광희
<오! 문희> 프로듀서

영화 <오! 문희>의 프로듀서 더러 감독과 프로듀서의 역할을 혼동하는 경우가 있는데 감독은 연출을 하고, 프로듀서는 연출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사람이다. 이번 작품 <오! 문희>에서 프로듀서로서 가장 신경을 쓴 점은 주연배우 캐스팅과 사투리다. 특히 캐스팅 과정에서 모자 간의 케미를 어디까지 이끌어낼 수 있을지에 고민을 굉장히 많이 했다. 결과적으로 ‘문희’(나문희)와 ‘두원’(이희준)의 드라마가 생각보다 자연스러운 데다 감동까지 느껴져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희비의 순간 이번 작품을 하면서 가장 즐거웠던 순간은 두 주연배우 나문희 선배님과 이희준 배우의 캐스팅에 성공했을 때다.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부분에서 바라던 배우들을 캐스팅해 더욱 기뻤다. 가장 힘든 여정은 가끔씩 배우의 감정이 극에 달했을 때, 조금 더 찍으면 좋은 그림이 나올 것만 같은 순간에 법정근로시간을 초과해 멈춰야만 할 때였다. 그렇게 극적인 순간을 다시 만나기 힘들기 때문에 아쉬운 마음이었다.

내가 하는 일을 영화로 만든다면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영화가 가지는 힘 소통이라고 생각한다. 나라마다 언어와 대화의 방식이 달라도 영화를 보면서 다 같이 웃으며 눈물을 흘릴 수 있는 건 영화가 가지는 소통의 힘 덕이다.

나의 극장 CGV 아트하우스. 특히 <오! 문희>가 CGV아트하우스가 투자하고 기획한 마지막 작품이라 그곳을 더 마음에 둘 것 같다. 극장은 같은 장소에서 같은 영화를 보는 이들과 같이 울고 웃으며 감정을 주고받을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이다. 그래서 집에서 혼자 볼 때보다 적어도 몇 배는 더 영화가 주는 감동을 크게 받아들일 수 있지 않나 싶다. 그런 점에서 극장에서 영화 보는 것을 더 즐기는 편이다.

 

홍성윤
<그녀를 지우는 시간> 감독

영화 <그녀를 지우는 시간> 어릴 때 DVD에만 있는 코멘터리 기능을 접하고 적잖이 충격을 받았다. 영화를 만든 사람들이 직접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는 건데, 이를 보며 미처 생각지 못한 재미있는 부분을 발견한다는 점과 영화를 또 다른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그녀를 지우는 시간>은 이런 방식을 영화 자체에 차용한 작품이다. 영화가 진행되는 와중에 그 영화를 만든 사람들이 동시에 논평을 하고, 그 논평이 영화에 영향을 끼치는 구조의 영화를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으로 시작했다.

감독의 역할 감독은 도움을 구하고, 도움을 받는 사람이다. 가끔은 현장에서 할 줄 아는 게 가장 없는 사람이라 생각될 때도 있다. 이번 영화에서 나는 내 역할 이외의 일을 최대한 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내가 가장 부족한 사람이고, 그래서 스태프와 배우들이 각자의 일에서 전문가라는 점을 잊지 않으려고 했다. 그런데 이렇게 부족한 존재인데도 결국 수많은 갈림길에서 감독은 선택을 하고 모든 책임을 져야 한다. 감독이란 참 이상하고 힘든 역할이다.

한 편의 영화를 만드는 과정 말하자면 이런 거다. 친구들과 놀러 가서 저녁 먹을 시간인데, 요리를 한다고 달라붙은 녀석들이 하는 행동이 아무리 봐도 미덥지 않다. 물 양은 알맞은지, 불세기는 적당한지, 아니 지금 하고 있는 게 사람이 먹을 만한 요리이기는 한지. 그런데 요리가 완성되고 나서 설마 죽기야 하겠어 하는 심정으로 한숟갈을 떠먹는데, 이게 놀랄 만큼 그럴싸한 거다. 심지어 맛있다. 영화가 완성되어가는 과정도 비슷하다. 그 과정을 한 발 떨어져서 바라보면 당황스럽기 그지없다. “아니, 이게 정말 완성이 된다고?”

희비의 순간 가장 즐겁고 보람찬 순간은 역시 극장을 채운 관객과 함께 완성된 영화를 볼 때. 무엇도 그 경험을 대신할 순 없을 거다. 반대로 가장 힘든 여정은 그 경험을 얻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의심과 자괴감에 시달리는 모든 순간.

영화가 가지는 힘 사람들은 영화를 굉장히 쉽고 친근하게 생각한다. 취미 생활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게 ‘영화 보기’가 아닌가. 그만큼 사람들은 영화를 부담 없이 보고, 또 영화에 대해 얘기하는 것을 어려워하지 않는다. 때로는 ‘나도 한번 만들어볼 순 없을까?’ 하는 생각을 할 정도로. 그게 영화의 힘이라고 생각한다.

지금, 영화가 할 수 있는 일 모두가 많이 힘든 시기고, 누군가에겐 이런 상황에서 영화를 보는 것이 철없는 행동이나 사치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모든 예술은 항상 생존과 밥 먹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 ‘쓰잘데기없는 일’이 아니었을까. 그런 쓸데없는 일에 열정을 바치고, 얼마의 시간을 낸다는 것이 인간적인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점을 잊고 외면하게 만드는 게 지금의 시대를 견디기 힘든 이유 중 하나고. 그렇지만 이렇게 살아가는 와중에도 좋은 영화는 우리가 잊고 있던 ‘인간다운 삶’을 떠올리게 할 수 있을 거라고 믿는다.

나의 극장 여름철에 대작이 개봉하면, 사람들이 제일 붐비는 시간대에 코엑스 메가박스의 제일 큰 상영관에서 영화를 보는 것을 좋아한다. 그리고 영화를 보다가 가장 중요한 장면에서 일부러 시선을 돌려 스크린 모서리 쪽을 본다. 그러면 영화와 극장 안 풍경이 동시에 보이면서 두 개의 세계가 맞닿은 듯한 묘한 기분이 든다.

꿈꾸는 영화 누구나 인생을 되돌아볼 때 그 속에 마음에 남은 영화 한 편이 있을 거다. 누군가에게 그렇게 기억이 될 영화를 만들 수 있다면, 더 이상 바랄 게 없을 것 같다.

 

최만선
<나는 보리> 음악감독

영화 <나는 보리>의 음악 작업 김진유 감독과 같은 동네에 살아 자주 본다는 이유로 친구(최용철)와 함께 음악 작업에 참여하게 된 작품이다. 작업을 하면서 소박하고 잔잔한 영화 분위기에 맞춰 복잡하고 화려한 것들을 버리려 노력한 기억이 있다.

한 편의 영화를 만드는 과정 짝사랑과 비슷하지 않을까. 자기만의 방식으로 진심을 다하지만, 그 결실을 온전히 맺을 수 있을지는 모르니까. 또 그 과정에서 설레기도 하고, 힘들기도 하고, 이게 전부인 것처럼 보이다가도 실은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희비의 순간 내가 만든 음악이 감독이 만들어낸 장면과 잘 어울릴 때 쾌감을 느낀다. 그렇지 않을 때는 물론 속상한 마음이고. 나의 극장 영화관에 자주 가는 편은 아니지만, 가게 될 때는 꼭 독립영화 극장에 가는 편이다. 제일 좋아하는 건 강릉독립예술극장 신영. 내가 좋아하는 형태의 영화가 많기도 하고, 작게나마 그런 영화들을 만드는 이들에게 보탬이 되고 싶은 마음에 그런 극장들을 가곤 한다. 한편으론 극장만큼 방 안에서 혼자 알맞은 사운드를 조정해서 보는 영화도 좋아한다.

꿈의 영화 언젠가 나타나길 기바란다.

 

김지훈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 프로듀서

영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 원작 소설을 흥미롭게 풀어낸 시나리오를 읽고 단번에 하고 싶다고 생각한 작품이다. 감독과 매주 만나서 시나리오와 영화에 관해 얘기하는 것부터 본격적인 프리 프로덕션과 포스트 프로덕션까지 다양한 사람들과 커뮤니케이션하는 일을 맡았다. 특히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은 영화 구조상 편집 과정에서 해볼 수 있는 일이 워낙 많아 편집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렸는데, 그 과정을 관리하고 조율하는 일을 했다.

프로듀서의 역할 감독이 영화의 내적 완성을 책임지는 사람이라면, 프로듀서는 영화의 외적 완성을 책임지는 사람이다. 프로듀서는 어떤 아이템을 가지고 영화를 만들 것인가 하는 기획과 시나리오 개발, 예산 수립과 관리, 스태프 구성과 캐스팅, 투자사와의 의견 조율, 프로덕션과 포스트 프로덕션의 전반적인 스케줄링과 관리, 최종 결과물이 완성돼 무사히 극장에서 개봉하기까지 전체적인 일정에 참여한다. 물론 모든 일은 제작자와 감독, 참여하는 스태프, 배우들과 조율하고 협업해야 가능하다.

한 편의 영화를 만드는 과정 좋은 씨앗을 골라 좋은 땅에 심은 뒤 잘 자라도록 꾸준히 관심을 가지고 지속적으로 관리해주고 다 자라면 수확해서 시장에 내놓는 농사의 과정이 영화와 비슷한 것 같다. 작품이 완성되어 세상에 나왔을 때 흥행 여부도 비슷하다. 농사가 힘들게 키워도 흉작이 되거나 제값에 팔리지 않는 상황이 있는 것처럼 영화도 노력과 결과가 반드시 비례하지는 않는다. 그렇지만 이듬해가 되면 포기하지 않고 또 같은 농사를 반복한다.

희비의 순간 가장 즐거운 순간은 당연히 관객이 완성된 영화를 보고 즐기는 모습을 마주했을 때. 영화 일을 시작한 이래 변함없는 생각이다. 반대로 힘든 여정은 개봉 전의 모든 상황들. 기획 및 개발한 작품이 투자자 모집 단계와 캐스팅을 거쳐 촬영에 들어가고 개봉해 관객에게 선보이기까지 모든 순간이 즐겁지만 힘든 과정이기도 하다. 특히 예산을 적재적소에 배치하고 빡빡한 일정을 지키면서 모든 이들과 조율하는 과정은 엄청난 스트레스의 연속이다.

내가 하는 일을 영화로 만든다면 2008년에 만들어진 로버트 드 니로 주연의 <할리우드 폭로전>이라는 영화가 있다. 할리우드의 영화 제작자이자 프로듀서인 ‘벤’이라는 인물을 통해 영화가 만들어지는 과정에 얽힌 뒷이야기를 보여주는 작품인데, 동종 업계에서 일하는 사람으로서 흥미롭게 본 기억이 있다. 우리나라 영화 현실과 다른 지점이 많긴 하지만, 내 일을 영화로 만든다면 아마 이런 이야기가 되지 않을까 싶다.

나의 극장 특별히 자주 가는 극장은 없다. 보고 싶은 시간대에 궁금한 영화를 상영하는 극장이라면 가리지 않는다. 극장도 헬스장처럼 접근성이 좋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만 영화는 되도록 극장에서 보려고 한다. 외적인 관점에서 봤을 때 영화라는 작업물이 극장이라는 시스템에 최적화되도록 만든 결과물이니까. 영화를 구성하는 화면(배우, 장소, 미술, 컴퓨터그래픽 등)과 사운드, 음악 등을 최적의 상태에서 온전히 즐기려면 극장이 최선의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꿈의 영화 식상한 말을 할 수밖에 없다. 모두를 만족시킬 수는 없겠지만, 많은 사람을 만족시킬 수 있는 영화를 바란다. 관객은 자신의 돈과 시간과 에너지를 지불하고 영화를 보러 극장에 온다. 그래서 되도록 많은 사람이 괜찮다고, 들인 시간과 에너지가 아깝지 않다고 생각하는 영화를 만들고 싶다. 더불어 참여하는 사람들 모두 보람되고 즐거운 영화를 만드는 것 또한 내 바람이다. 지금은 많이 좋아졌지만 내가 워낙 어려운 환경에서 영화를 해왔기에 즐거운 현장에 대한 갈망이 있다. 참여한 스태프와 배우들이 모두 자랑스러워하고 즐거워하는 영화를 만들고 싶다.

 

박시영
<해치지않아> 포스터 디자이너

영화 <해치지않아>의 포스터 디자인 영화의 배경이 되는 ‘동산파크에서 새로운 직원을 뽑는다면 아마 저런 자세로 사진을 찍지 않았을까?’ 하는 상상과 복잡한 스토리 라인을 쉽고 직접적으로 드러내기 위해 고민해 완성한 디자인이다. 작업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건 대중성이었다. 사람들이 좀 더 편히 접근할 수 있게 문턱을 낮추는 데 중점을 뒀다.

포스터 디자이너의 역할 첫째로 관객을 즐겁게 해주는 역할이 아닐까. 구체적인 업무 과정은 다음과 같다. 영화 크랭크인과 동시에 영화 포스터 기획을 시작해서 영화를 크랭크업할 무렵에 포스터 사진 촬영을 한다. 촬영 데이터와 영화스틸이나 캡처한 장면 등을 활용해 포스터를 디자인하고 티저 포스터, 메인 포스터 등으로 완성한다.

희비의 순간 즐거움과 힘듦 모두 사람들에게서 나오는 것 같다. 좋은 사람을 만나면 즐겁고, 힘든 사람을 만나면 더 힘들다.

내가 하는 일을 영화로 만든다면 추리영화가 되지 않을까. 그 남자는 어디로 잠수를 탔나?

영화가 가지는 힘 영화를 보는 한두 시간의 몰입을 통해서든 그 후의 여운을 통해서든 잠시 삶의 궤도에서 이탈하게 만드는 것.

지금, 영화가 할 수 있는 일 사람들의 상실감과 무료함을 달래며 곁을 지키는 게 지금 할 수 있는 최선이 아닐까 싶다.

나의 극장 CGV 용산아이파크몰점. 집에서 가장 가깝고 스크린도 커서 자주 간다. 사실 하는 일이 디자인이다 보니 극장에 가면 극장 광고물들을 훑어보느라 되레 더 불편할 때도 있다.

꿈꾸는 영화 용감한 영화.

 

양진모
<반도> 편집감독

영화 <반도> 이 영화는 감독의 전작 <부산행>의 세계관을 공유하고 있다. 그렇지만 동시에 <반도>만의 개성 있는 캐릭터와 독특한 액션을 놓치지 않는다. 보다 진화한 좀비 액션과 팽팽한 긴장감이 매력적인 영화다.

편집감독의 일 영화 편집은 후반 작업의 핵심이 되는 과정으로, 시나리오와 스토리보드를 토대로 촬영한 신을 정리하고 마무리하는 공정 작업이다. 이 과정에서 수많은 장면이 재조립되고 삭제되기도 하고 이야기의 순서가 바뀌기도 한다. 특히 이번 작품에서 나는 이야기를 최대한 매끄럽고 리듬감 있고 지루하지 않게 만들려고 노력했다.

한 편의 영화를 만드는 과정 영화는 여러 분야의 아티스트가 모여 하나의 이야기를 만드는 종합예술이다. 시나리오로 시작해 감독의 연출, 배우들의 연기, 그리고 수많은 스태프의 감각과 손길이 더해져 한 편의 영화가 된다. 어떻게 보면 하나의 건축물을 짓는 것과 같다.

희비의 순간 가장 즐거운 순간은 시나리오 속 장면을 구성하고 편집한 결과가 관객에게 보여지고 나아가 공감을 얻어낼 때다. 반대로 공감을 얻지 못하거나 우리 의도가 제대로 전달되지 못했을 때 힘들다. 편집자로서 늘 관객과 최대한 소통하기 위해 다양한 의견에 귀를 기울인다.

내 일을 영화로 만든다면 편집 일은 전혀 드라마틱하지 않다. 영화로 만들어진다면 아마 같은 일을 반복하는 지루한 다큐멘터리가 될 거다.

영화가 가지는 힘 영화는 사람들에게 즐거움과 감동을 주고 때론 좋은 영감을 주기도 한다. 나 또한 부모님을 따라 극장에 가던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 본 영화의 감동을 잊지 않으며 산다. 그래서 영화를 본다.

나의 극장 CGV 용산아이파크몰점의 아이맥스관이나 집 근처 메가박스 성수점에 주로 간다. 극장은 우리가 만든 영화를 최고의 환경에서 감상할 수 있는 곳이다. 그런 점에서 영화는 되도록 극장에서 보려고 한다.

영화제 영화인들에게 영화제는 휴가 혹은 축제다. 그동안 열정을 담아서 작품에 참여한 데 대한 보상일 수도 있고. 사실 영화제가 아니면 다른 영화인들과 교류하고 소통할 기회가 많지 않다. 영화제를 통해 세계 여러 나라의 작품도 만나고 스태프나 배우들과 친분을 쌓을 수도 있다. 무엇보다 서로 좋은 영감을 주고받는 게 가장 중요한 것 같다. 그리고 이런 좋은 에너지와 경험이 다음 작품에 중요한 원동력이 된다.

꿈꾸는 영화 수년이 지나도 기억되는 영화. 유행을 타지 않는 영화. 우리가 흔히 명작이라 부르는 영화는 지금 봐도 촌스럽거나 시대에 뒤처졌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그런 영화를 남기고 싶다.

 

한상길
<어서오시게스트하우스> 촬영감독

영화 <어서오시게스트하우스>의 촬영 이번 영화에서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솔직히 영화적 가치보다 시간 내에 끝내는 것이었다. 촬영감독으로서 이미지에 대한 욕심과 잘 찍고 싶은 생각은 언제나 가지고 있지만 이번 영화에서 만큼은 그런 것들이 엄청난 사치였다. 로케이션은 강원도 양양이고, 심지어 계절은 겨울이었다. 게다가 찍을 수 있는 광질과 색 온도가 유지되는 건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까지에 불과했다. 아름답지만 지나치게 짧은 겨울 해를 붙잡으며 허락된 시간과 정해진 예산 내에서 촬영을 마치기 위해 부단히 애쓴 기억이 크다.

촬영감독의 역할 좁은 의미로는 카메라 팀의 수장으로서 카메라 선택부터 렌즈, 조명 등 촬영에 필요한 모든 장비의 선택을 관장한다. 넓은 의미에서는 영화의 전반적인 부분에 관여한다. 촬영 전부터 시나리오를 촬영적으로 해석해 감독이 생각한 영화의 가치와 방향성으로 올바르게 진행할 수 있도록 끊임없이 의견을 조율한다.

한 편의 영화가 완성되는 과정 인생과 같다. 영화를 만드는 것 자체가 사람들이 하는 일이라 그 안에서 별별 일이 다 생기고, 과정 속에 인생사 희로애락이 다 들어 있다. 현실에 부딪히다가 극도로 즐거운 순간을 마주하기도 하고…. 그냥 삶, 그 자체 같다.

희비의 순간 <어서오시게스트하우스>로 한정 짓는다면 가장 기뻤을 때는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어떤 관객이 관람을 마치고 나오면서 ‘영화 재밌더라’라고 하는 말을 들은 날이다. 영화를 제작하는 스태프나 관계자가 아닌 일반 관객에게 좋은 평을 들었을 때 가장 보람을 느낀다. 그렇지만 그 재미있다는 영화를 만드는 과정은 아이러니하게도 고통의 연속이다. 그냥 끝날 때까지 다 힘들다고 보면 된다.

내가 하는 일을 영화로 만든다면 영화 촬영은 생각보다 험난한 여정이고, 언제나 생각지도 못한 일들이 쉼 없이 발생한다. 코미디가 따로 없다고 생각할 때쯤에 감동적인 순간도 튀어나온다. 그렇지만 장르적으로 휴먼 드라마도, 코미디도 아니다. 서사 구조에 맥락이 없기 때문이다. 좀 돌아이 같은 영화일 것 같은데, 결과적으론 아무도 안 볼 것 같다.

영화가 가지는 힘 영화는 마음을 움직이는 힘이 있다고 생각한다. 좋은 영화는 누군가의 마음을 치유하기도 하고,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게 만들기도 한다.

나의 극장 지금 머무는 곳에서 가장 가까운 극장을 선호한다. 그래서 보통은 집 앞에 있는 롯데시네마를 자주 간다. 그러다가도 가끔 좋은 영화를 좀 더 제대로 보기 위해 여행을 가듯 특정 영화관을 찾아가는 것도 즐긴다. 개인적으로 국내 영화관 가운데 종로에 있는 인디스페이스와 한국예술종합학교 내에 있는 극장의 스크린 상태가 참 좋다고 느꼈다.

꿈의 영화 재미있는 영화를 찍고 싶다. 그 안에 어떤 감정이 담겨 있든 결과적으로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영화. 또 아름다운 빛을 담은 영화도 꿈꾼다. 가능한한 우리나라 곳곳에 있는 아름다운 빛들을 스크린에 담고 싶다.

 

박지호
<강철비 2: 정상회담> 3D CGI 제작 담당 로커스 VFX 스튜디오 팀장

<강철비2: 정상회담>의 3D CGI 영화에서 3D CGI 영상 제작을 맡았다. 작은 어뢰부터 (우리에겐) 영화의 주인공 중 하나인 잠수함 ‘백두호’까지, CG로 구현되는 모든 애셋(asset) 제작부터 최종 합성까지 기획 및 제작을 담당했다. 이번 작업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건 실제 북한에서 운용하는 잠수함과 현재 상황에 맞는 고증을 거쳐 디자인하고 제작하는 거였다. 너무 세련되거나 혹은 너무 판타지스러운 작업물로 나오지 않도록 디자인부터 텍스처, 재질까지 고증 확인을 거치는 데 많은 시간을 투자했다. 또 영화의 중요 공간 중 하나인 심해를 표현하는 데 있어서 양우석 감독의 명확한 디렉션을 반영하기 위해 공을 들였다.

내가 하는 일을 영화로 만든다면 다양한 에피소드가 넘쳐나는 촬영 현장에 비해 후반 파트 인원들은 상대적으로 정적인 시간 속에서 결과물을 만든다. 그렇지만 현장의 열정에 비해 뜨거움이 모자라지는 않는다. 만족스러운 그림을 완성하기 위해 아주 작은 픽셀까지 수정하며 무수한 철야 작업을 이어갈 뿐 아니라 기술적 해결 방안을 찾기 위해 미친 듯 노력한다. 그 모습을 영화로 만든다면 나름 스펙터클하면서도 그 안에 웃음이 있는 형태가 아닐까. 마치 영화 <웰컴 미스터 맥도날드>처럼. 그런데 막상 영화화되면 좀 지루하긴 할 것 같다.

영화가 가지는 힘 <화려한 휴가>라는 영화에서 나문희 배우의 연기를 보며 극장에서 탈진할 정도로 운 기억이 있다. 영화 속 배경은 내가 겪어보지도 못했고, 심지어 그 당시 나는 자녀도 없는 싱글이었지만 자식을 잃은 어머니의 모습을 보며 오열했다. 그게 영화가 갖고 있는 힘이라고 생각한다. 스‘ 크린을 통한 공감’.

희비의 순간 극장 의자에 앉아 ‘우리 영화’를 기다리는 순간이 가장 설레고 즐겁다. 그렇지만 막상 영화가 시작되고 상영이 끝날 때까지의 시간은 괴롭다. 언제나 그렇듯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하지만 어쩔 수 없는 아쉬움이 영화가 끝나고 불이 켜지는 순간까지 계속되기 때문이다.

지금, 영화가 할 수 있는 일 개인적으로 지금 영화인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자, 할 수 있는 건 하나뿐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계속해서 만들어나가자.”

나의 극장 메가박스 상암 월드컵경기장점. 일을 마치고 심야 영화를 보러 자주 가는 편인데 시간상 사람도 별로 없고 위치도 한적한 곳에 있어 멀리 여행을 간 듯한 느낌을 주는 곳이다. 그 외에는 집과 가까워서 가벼운 옷차림으로 학창 시절 만화방 가듯 편하게 찾는 롯데시네마 가양점도 좋아한다.

꿈의 영화 VFX 영상을 만들고 제작하는 일을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CG가 주된 영화보다는 사람 냄새 많이 나고 정극에 가까운 영화를 좋아한다. 그런 면에서 <강철비 2: 정상회담>이 더욱 좋았고 이런 영화에 참여하게 돼 의미 있고 소중한 시간이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가능하다면 지나치게 화려하거나 암울한 미래를 그리기보다는 우리가 살고 있는 현재의 모습을 만들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