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빌리의 노래>

JD 밴스

미국의 깡촌, 소위 ‘백인 쓰레기’(white trash)들의 동네, 애팔래치아 산맥 서쪽 오하이오에서 태어나고 자라 예일대 로스쿨을 졸업한 한 ‘힐빌리’(촌놈 정도로 해석)의 자전적 에세이. 아이가 없어지면 일단 총부터 뽑고 보는 할머니와 할아버지, 약물 검사가 두려워 아들의 소변을 구걸하는 엄마가 사는 동네를 분석하는 내용으로 미시적이고 개인적인 사회학을 엿볼 수 있다. 이 미드웨스트 최고의 술은 단연 싸구려 버번이다.

 

 

<바깥은 여름>

김애란

거칠게 말해, 맥주를 증류해 오크 통에 숙성시키면 위스키가 되고, 와인을 증류해 숙성하면 브랜디가 되듯 소설가에게도 증류와 숙성이 필요하다. 다사다난한 5년을 보내며 김애란의 소설에선 유머가 증류했고, 이야기를 푸는 방식은 깊어졌다. 특히 에든버러가 배경인 ‘어디로 가고 싶으신가요’를 읽다 보면 요오드와 해초 향이 씁쓸한 라프로익 10년산이 떠오른다.

 

<중국행 슬로보트>

무라카미 하루키

지금은 말이 많지만, 하루키의 재능이 가장 빛났던 순간은 데뷔 후 첫 10년이라는 사실에는 대부분 동의할 터. 특히 첫 소설집인 <중국행 슬로보트>를 읽노라면 상상력의 비눗방울이 방 안을 가득 채우는 느낌이다. 그중 ‘오후의 마지막 잔디’를 추천한다. 다 읽고 나면 맥주를 들이켜고 싶은 생각이 머릿속에 가득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