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ERY BRITISH

런던 컬렉션에 앞서 서울에서 열린 프레젠테이션에서 버버리의 새 시즌 옷을 살펴본 뒤라 솔직히 큰 기대는 없었다. 하지만 쇼가 열린 올드 세션 하우스를 누비는 버버리의 뮤즈들을 보는 순간 그건 명백한 오산이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2백50여 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웅장한 올드 세션 하우스를 무대로 선택한 점부터 탁월했다. 클래식한 버버리의 유산을 바탕으로 아무렇게나 휘갈긴 듯한 두들링 패턴, 반투명한 PVC 소재, 자유롭게 패치워크한 니트 풀오버 등 동시대의 요소를 적절하게 녹여낸 룩은 모델들이 입으니 그 진가가 확연히 드러났다. 런던을 대표하는 컬렉션이라는 찬사가 아깝지 않았던 쇼.

 

GO LONDON!

타미 힐피거와 엠포리오 아르마니가 이번 시즌 이례적으로 홈그라운드를 떠나 런던에서 컬렉션을 펼친다고 공표했다. 엠포리오 아르마니는 런던의 플래그십 스토어 리뉴얼을 기념하기 위해 런던행을 택했다. 런던 곳곳에 대대적으로 광고한 데 비해 쇼는 특별하지 않았지만 무대를 과감하게 옮긴 거장의 기념비적 행보는 주목할 만했다. 그렇다면 런던 라운드 하우스에 ‘타미나우 록 서커스’ 무대를 꾸민 타미 힐피거는 어땠을까? 세 번째로 진행된 ‘시 나우 바이 나우’ 시스템, 지지 하디드와 협업한 라인, 남성과 여성 컬렉션의 통합 등 빅 이슈를 비롯해 엄청난 규모의 무대 세트, 쇼 후 펼쳐진 서커스와 체인스모커스의 공연까지 그야말로 모든 면에서 압도적인 컬렉션이었다.

 

 

HELLO ROOKIES

런던 컬렉션의 슈퍼 루키를 소개한다. 먼저 베르사체에 몸담았던 마이클 할펀이 이끄는 할펀은 1970년대 풍의 디스코 무드가 가미된 블링블링한 이브닝 웨어로 가득 채운 컬렉션을 선보였다. 특별한 아름다움을 원하는 여배우들의 사랑을 듬뿍 받을 전망. 또 예리한 재단 솜씨로 몇 시즌째 안정적인 컬렉션을 펼쳐온 마르타 야쿠보프스키는 각종 네온 컬러와 도트 패턴으로 시선을 강탈했다. 앞으로 이 두 디자이너의 활약을 지켜보는 보는 재미가 쏠쏠할 듯하다.

 

 

BEST PRESENTATION 3

흥미로운 아이디어로 충만한 런던 프레젠테이션 베스트 3.

 

 

REJINA PYO’S RUNWAY

디자이너 레지나 표가 첫 번째 런웨이를 선보였다. 쇼장 프런트 로에 자리한 케이트 폴리, 페르닐레 테이스백처럼 쟁쟁한 패션 피플만 봐도 그녀의 입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 레지나 표는 쇼 전 소셜 미디어를 통해 모델을 오픈 캐스팅했는데, “프로 모델들만으로 채울 수 없는 다양한 아름다움을 지닌 이들 덕분에 삶에 가까운 컬렉션이 완성됐어요”라며 만족감을 표시했다. 결론적으로 새로운 요소는 없었지만 그간 지향해온 레지나 표의 아이덴티티를 명쾌하게 보여준 컬렉션임은 분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