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좀 안다는 사람조차 작은 차는 큰 차보다 덜 안전하다고 생각하던 때가 있었다. 하지만 최근 3년 사이 그 고정관념이 반전을 맞기 시작했다. 현명한 여성들이 차의 크기에 연연하기보다 더 강하고 완벽한 옵션, 그리고 자신의 취향에 꼭 맞는 ‘아름다움’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올해 현대가 만든 코나의 목표 역시 그런 여심과 다르지 않았고, 여성 오너 드라이버 사이에서 실제로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지난 6월, 론칭한 지 두 달 만에 소형 SUV 세그먼트에서 쌍용의 티볼리를 제치고 1위에 올라선 ‘기록’이 이를 증명한다. 혹자는 이 인상적인 도약의 이유로 주행 성능이나 낮은 소음, 편의 사양 등을 꼽기도 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여성 드라이버와 공감했기 때문일 것이다.

작고 튼튼하고 아름다운 존재. 스타필드 고양으로 향하며 그 존재의 진가를 검증해보기로 했다. 아니나 다를까 현대 코나는 멀리서도 ‘딱’ 보인다. 젤 래커로 코팅한 매끄러운 네일처럼 자그마하지만 그 존재감이 또렷하다. 총 열 가지 외장 컬러와 네 가지 내장 컬러를 자유롭게 조합할 수 있 는데, 가령 빨갛거나(펄스 레드) 새파란(블루 라군) 차체에 하얀 지붕을 얹어 투톤으로 선택할 수 있고, 차분한 컬러를 선호한다면 그린 계열의 세라믹 블루나 애시드 옐로우 색상도 좋다. 실제로 지금까지 판매된 코나의 주인 중 42% 가 여성이고, 컬러가 강렬한 모델을 고른 사람도 43%나 된다. 국내 자동차 산업에서 공식적으로 여성이 전체 사용자의 40%가 넘는다는 점은 상당히 의미 있는 일이다.

물론 심플한 디자인을 선호하는 사람이라면 까만 고무 재질 범퍼로 곳곳을 커버링한 코나의 모습이 낯설 수도 있다. 하지만 기능 없는 디자인은 없다고 독특한 범퍼는 좁은 도심을 운전하는 이라면 금세 알아차릴 수 있는 장점이기도 하다. 특히 바퀴 덮개(일명 펜더)와 앞뒤 범퍼 부분은 세상의 모든 초보 운전자가 가장 먼저 긁고 박는 자리가 아니던가. 그러니 여길 대충 긁거나 밀어도 크게 티가 나지 않을 것이며, 컬러 범퍼를 단 일반 차보다 관리비도 덜 든다.

개인적으로 마음에 드는 것 중 하나는 실내 공간의 실용성이다. 성인 5명이 앉을 만한 시트 공간 외에 운전석 오른쪽으로 화장품 파우치가 너끈히 들어가는 소품칸이 있고 그 위로 새로운 수납공간이 계단식으로 나타난다. 지갑을 넣어도 보이지 않는 깊은 공간을 하나 더 발견했을 때는 비밀 서랍이라도 찾은 양 기분이 너무 좋았다. 단단한 컵홀더에 커피를 넣은 뒤 나머지 짐은 트렁크에 넣었는데, 트렁크 바닥을 높게 띄운 덕에 허리를 숙일 필요가 없었다.

시동을 건 다음 스티어링 휠 왼쪽의 음성인식 버튼을 눌러봤다. ‘FM 라디오’라고 외치면 자동으로 맞춰 틀어준다. 이 기능이 무척 고맙고 신기했지만, 주행 중에는 차 바깥의 소음 때문에 제대로 인식하지 못해 가끔 블루투스로 연결해둔 전화기로 엉뚱한 사람에게 전화가 걸리기도 하므로 주의해야 한다. 운전석에 앉으면 시야는 생각보다 넓고 높은 편이다. 아래로 딱 벌어진 디자인 덕분인지 불안하지 않았다. 코너를 돌거나 유턴을 할 때는 기대 이상. 경차를 타면서 고속도로 톨게이트를 지나갈 때 휘청하는 느낌이 들었거나, 큰 차가 앞을 막은 도로에서 식은땀을 흘리며 두 번 꺾어 나온 경험이 있다면 차이를 확실히 체감할 수 있을 것이다. 자유로와 내부순환로를 주행할 때는 수시로 대형 트럭을 피해 고속으로 내빼거나 갑자기 가로막히는 상황에 대응해야 했는데, 차선을 이탈하거나 앞차와 가까워지면 알아서 바로잡아주고, 강하게 알람을 울렸다. 실제 코나를 계약한 여성 고객 중 30% 이상이 사고 예방 센서가 즐비한 현대스마트센스 옵션을(그럼 가격이 2천만원대 중반에 이르는데도!) 골랐다고 한다.

아 참, 오늘의 쇼핑 메이트로 함께한 1.6 가솔린 터보를 타기 전에 1.6 디젤엔진 모델도 타보았는데 둘은 가격을 떠나 운전의 취향 차이에 따라 고를 수도 있겠다. 둘다 고속에서 치고 나가는 힘은 운전 실력이 일반적인 경우라면 부족하지 않을 것이다. 가솔린 모델의 평균 연비도 리터당 11.0~12.8km(복합)로 디젤 모델의 리터당 16.2~16.8km(복합)에 비해 그리 나쁘지 않지만 바닥이 다소 딱딱한 코나와 디젤엔진이 만난다면 취향에 따라 운전의 재미를 느낄 수도 있다. 가격은 여느 자동차가 그렇듯 디젤 엔진이(2090만~2875만원) 가솔린엔진(1895만~2680만 원)보다 더 비싸다.

+ 각종 안전 센서와 더불어 HUD(헤드업 디스플레이) 등 중형 고급 모델에서나 볼 수 있는 동급 최고의 옵션을 제공한다.
가격을 떠나 기계는 하나의 주요 기능에만 충실하면 된다고 믿는 운전자나 평범한 운전자라면 이 많은 기능을 다 쓸 수도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