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랍스터>로 2015년 칸 국제영화제에서 심사위원대상을 수상한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이 또 한번 ‘요령부득의’ 작품을 내놓았다. 그리스 뉴웨이브를 대표하는 그의 영화는 상업적이고 매끄러운 척, 그리고 남들이 다 아는 얘기를 하는 척하지만 사실은 그 안에 매우 심오하면서도 철학적인 사유를 담아낸다.

‘성스러운 사슴 죽이기’라는 뜻의 원제를 가진 이 영화는 자식을 제물로 바쳐야 하는 그리스 신화 속 아가멤논의 비극을 연상케 한다. 아내 안나(니콜 키드먼)와 아들 밥(서니 술리치), 딸 킴(래피 캐시디)과 단란한 가정을 꾸리고 살아가는 호흡기 질환 전문 외과의사 스티븐(콜린 파렐)은 사실 알코올 중독자다. 어느 날 스티븐은 술을 몇 잔 마시고 수술하다가 환자를 죽게 만드는 의료 사고를 내고 만다. 수년이 지난 뒤 자신이 그날 죽게 만든 환자의 아들 마틴(배리 케오간)을 만난 그는 처음엔 잘해주려고 노력하지만 이 아이가 자신을 점점 옥죄는 존재라는 사실을 알고 공포에 떨게 된다. 그리고 마틴은 스티븐에게 그의 아이들이 네 가지 저주에 걸려 처음엔 걷지 못하고, 두 번째는 음식을 먹지 않으며 세 번째는 두 눈에서 피가 흐르다 마지막에는 죽게 될 거라고 한다. 스티븐은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아가멤논과 같은 결정을 하게 될까.

그렇다면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은 왜 이런 얘기를 현대화한 것일까. 인간은 죄를 짓기 마련이고 참회하고 용서를 구함으로써 구원받아야 하는데 그러기까지는 누군가 대속(代贖)해야 한다는 것일까. 그리스 신화와 기독교의 원리를 영화적으로 재구성하고 싶었던 것일까. 이 영화를 보고 있으면 누군가가 나를 대신해 내 죄의 대가를 치르는 것만큼 불행한 일도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영화는 그래서, 매우 신화적이고 기독교적이지만 역설적으로 그 모든 것에 회의하고 있다는 느낌을 주기도 한다. 인생을 고찰한다는 것은 오묘한 것이다. 그런 삶의 단면을 담아내려는 영화 역시 때론 기묘하고 난해하기 마련이다.

 

🎥 2017 | 미국 | 드라마, 미스터리, 호러 | 121분
감독 요르고스 란티모스
출연 콜린 파렐, 니콜 키드먼
일시 2월 22일(목) 오후 8시 30분, 2월 24일(토) 오후 4시 10분
장소 CGV청담씨네시티 비트박스관, 서브팩 1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