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르917을 소개해주기 바란다. 5년 전 내가 입고 싶은 옷을 만들어보자는 생각으로 르917(LE 17 SEPTEMBRE)을 론칭했다. 미니멀한 실루엣을 바탕으로 여성의 몸이 아름답게 돋보일 수 있는 과감한 디테일을 가미한 옷을 주로 디자인하고 있다.

얼마 전 신사동에 새롭게 쇼룸을 오픈했다. 이 공간 역시 르917의 옷처럼 간결하면서도 감각적이다. 작은 공간이라도 옷을 직접 보여주는 곳이 필요하다고 생각 해 공간 디자이너 르동일과 함께 새로운 쇼룸(Le917 Studio)을 기획하게 되었다. 쇼룸의 컨셉트는 세대를 초월한다는 의미의 ‘타임리스’. 오래된 한옥을 지탱하던 고목과 오랜 시간을 버텨 지금의 모양을 갖게 된 돌을 인테리어 소품으로 곳곳에 배치해 작은 쇼룸에 묵직한 힘을 더했다. 과거에서 현재로 이어지며 시간이 재료로 공간에 머문 것처럼 르917의 디자인이 현재에만 머물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인스타그램에서 그야말로 핫하다. 알려지게 된 계기가 있다면? 계획했던 것은 아니다. 2016년부터 우연히 영향력 있는 계정에 우리의 룩 북이 리그램되었고 이후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관심이 매우 높아졌다.

최근 인스타그램에서 수많은 ‘좋아요’를 받은 리조트 컬렉션이 인상적이다. 새로운 쇼룸으로 이전하는 시점에 맞춰 ‘마무리를 짓고, 새롭게 시작한다’, ‘New Page’
라는 주제로 2018 리조트 컬렉션을 기획했다. 원단이 서로 꼬여 여며지게 하거나 가는 끈으로 여미는 등 여러 가지 매듭으로 주제를 시각화해 표현했다. 데일리 룩으로도 좋고 휴양지에도 잘 어울린다.

독특한 분위기를 가진 컬렉션이 만들어지는 과정이 궁금하다. 디자인하는 순서가 다른 브랜드와 조금 다를지도 모르겠다. 컨셉트를 정하기 전에 소재를 먼저 결정하고 그에 어울리는 디자인을 구상한다. 그래서 소재를 선택하는 데 특히 신중을 기한다. 오돌토돌한 질감과 차가운 느낌을 주는 원단이 우리의 시그니처 중 하나다.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브랜드의 철학은 무언가? 다른 많은 브랜드와 구별되는 강점이 있다면 알려주기 바란다. 합리적인 가격대로 제안하는 최고 품질의 제품. 철학이라기보다 전략처럼 들리기도 하지만 우리가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가치다. 웹사이트나 백화점 팝업스토어 등을 통해 더 많이 판매할 기회가 있었지만 대량생산에 따르는 품질 저하 문제로 진행하지 않았다. 희소성 있는 품질 좋은 제품을 만들어왔고, 앞으로도 이런 형태를 고수할 예정이다.

준비하고 있는 프로젝트나 계획이 있나? 이번 시즌부터 액세서리 라인을 선보였다. 곧 소개할 2018 F/W 컬렉션에는 화기 모양의 굽이 인상적인 슈즈 라인도 포함할 예정이다. 그리고 차근차근 준비해오던 해외 유명 편집숍 입점을 앞두고 있으니 기대해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