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KPGA한국프로골프협회 여성심판

KPGA 한국프로골프협회 고아라 수습 경기위원

검게 그을린 얼굴에 건강한 기운이 고여 있다. 해가 유난히 뜨거운 날이었는데 고아라 위원은 환하게 웃으며 자연 경관을 즐기는 것 또한 골프의 매력이라고 말한다. 고아라는 KPGA(한국프로골프협회)에서 갓 수습위원이 된 충주 지역 경기위원이다. “서른 살에 골프를 배우기 시작했으니 늦은 나이이긴 했죠. 하지만 프로 골퍼가 되기 위한 도전을 즐길 각오가 되어 있었어요. 그러던 중 좋은 스승을 만났죠. 오랜 선수 생활을 마치고 현재 경기위원으로 일하고 있는 전학수 프로예요. 레슨을 받으면서 그분이 경기위원으로 활동하는 모습을 지켜보니 나도 경기위원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때마침 같은 시기에 KPGA에서 창립 50주년을 기념해 처음으로 경기위원을 연령과 성별에 제한 없이 선발하겠다는 공고를 냈다. ‘골프 경기가 전체적으로 어떻게 진행되는지 알면 골프를 보는 눈이 달라질 것’이라는 전학수 프로의 추천으로 고아라는 시험을 봤고, 합격했다.

흔히 골프에 심판이 어디 있느냐고 의아해한다. 골프는 선수 혼자 경기를 하는 스포츠이기 때문이다. 골프 경기 위원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선수가 경기를 정상적으로 할 수 있도록 경기의 모든 부문을 관리한다. “경기 중에 워낙 다양한 상황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어떤 상황에 어떤 규칙을 적용해야 하는지 매번 다 달라요. 선수가 스스로 판단하기 애매해 판정을 요청하면 경기위원이 찾아가 어떻게 처리해야 좋은지 조언하죠. 선택은 선수가 하는 거고요. 결국 선수의 플레이가 잘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입장이기 때문에 더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아직은 6개월 차 수습위원이기에 하루하루가 배움의 연속이라는 고아라는 선수들의 어려움을 직접 경험해보지 않으면 알 수 없다는 신념으로 경기가 없는 날에는 골프 연습에 매진한다. 프로 골퍼가 되는 것은 여전히 고아라의 작은 목표인데, 이 역시 경기위원으로서 시합을 잘 운영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그러나 선수들을 이해하기 위해 기울이는 노력이 큰 만큼 선수들의 태도 때문에 상처를 받을 때도 많다. “간혹 ‘네가 뭐 이런 걸 알겠어?’ 하는 태도로 대하는 선수들이 있어요. 한번은 내가 내린 제정을 신뢰하지 않는 선수에게 확인시켜줘야겠다는 생각으로 다른 경기위원을 불렀죠. 그 선수는 나한테 한 질문을 그 위원에게 똑같이 하더니 그분도 저와 같은 의견을 제시하니까 아무 말 없이 받아들이더군요. 반말하는 분도 많아요. 처음에는 선수들이 예민한 상황이니 부드럽게 받아주자고 생각했지만, 선수들의 예절 교육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느껴요. 골프라는 운동에서 가장 중요한 규칙이 항상 다른 선수를 배려하는 것이거든요.”

골프를 향한 열정이 가득한 고아라의 목표는 앞에 붙은 ‘수습’이라는 글자를 떼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다. R&A(영국왕립골프협회) 자격을 따 국제경기위원으로 활동하며 후배를 양성하는 프로 골퍼이자 경기위원이 되는 것이 그가 자신에게 부여한 새 과제다. “프로 골퍼가 되면 그만큼 노하우가 쌓일 테죠. 직접적인 경험에서만 나올 수 있는 가르침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훗날 인재를 양성할 때 도움이 될 역량을 함께 기르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