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OR

디올의 이번 컬렉션은 ‘오트 쿠튀르를 예찬하는 동시에 비판적으로 재해석할 수 있을까?’, ‘오트 쿠튀르 의상조합(Chambre Syndicale de la Haute Couture)의 엄격한 규칙에 충실하면서 새로운 규칙을 만드는 것이 가능할까’ 하는 질문으로 시작되었다. 이는 세월이 흘러도 변치 않는 성스러운 장소인 아틀리에에 경의를 표하는 오트 쿠튀르 컬렉션을 집중 조명한, 파리 장식미술관에서 열린 <크리스찬 디올: 꿈의 디자이너> 전시에서 다룬 주제의 연장선에 있는 질문이다. 마리아 그라치아 치우리는 아틀리에의 존재 가치를 잘 아는 디자이너다. 동시에 그녀는 2016년 디올에 합류한 이후(유일하게) 밀레니얼 세대의 열렬한 지지를 받고, 사회적 이슈가 될만한 페미니즘을 꾸준히 이야기하는 디자이너이며, 얼마 전에는 디올 아카이브에서 새들 백을 부활시켜 어마어마한 매출 신장을 가져온 주인공이다. 그런 그녀가 쿠튀르의 개념적인 표현 방식에 질문을 던졌다니! 예술적 한계에 대한 그녀의 진지한 고민은 다행히 아름다운 해답을 찾았다. 이번 디올 오트 쿠튀르 컬렉션에 등장한 파우러디한 브릭, 그린, 핑크, 오렌지 같은 색들은 어떤 원색보다 빛났으며, 특히 세련된 코스튬 주얼리, 베일, 모자 같은 액세서리와 조화를 잘 이루었다. 메탈릭한 골드 컬러 수트는 보디 실루엣을 아름답게 드러내 여성스러우면서 섹시했던 디올의 초기 의상을 보는 듯했다. 마지막에 등장한, 플리츠와 레이어링이 돋보이는 이브닝드레스들을 향한 스타들의 눈빛을 떠올리지 않더라도 마리아 그라치아 치우리의 쿠튀르 컬렉션은 이번에도 성공적이다. 좀 더 나아가 기존 규칙과 시스템 속에서 가장 자유로운 창조를 꿈꾸는 치우리식 쿠튀르가 어떤 새로운 반항을 그릴지 벌써부터 다음 컬렉션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