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랑 식물 일기 식물일기 식물이랑

생기가 가득한 이랑의 집에는 언뜻 보기에도 1백 개는 넘어 보이는 화분들로 가득하다. 3, 4년 전부터 키우기 시작한 식물에 대해 SNS에 기록하기 시작한 지는 2년이 되어간다. “처음 식물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을 땐 제 주변에 식물을 좋아하는 사람이 없었어요.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은 많은데.(웃음) 그 사실이 무척 외로웠어요. 식물을 좋아하는 몇 안 되는 사람들이 관련 정보를 인터넷에 올려주면 너무 고맙더라고요. 그래서 저도 기록하기 시작했어요. 내 집에 모여 있지만 저마다 출생지가 다른 녀석들이니 보살피는 방법도 다 다르거든요. 그에 관한 정보를 잘 모르면 식물이 반드시 몸살을 앓아요. 그 시간을 줄이기 위해 각 식물에 대해 많이 알아보는 편이에요.”

밴드 디어클라우드의 베이시스트인 이랑의 냉장고 문에는 오선지 위에 빼곡히 적은 식물 일지가 붙어 있다. 그걸 보면 어떤 식물에 언제 물을 줬는지, 며칠 만에 줬는지, 비료를 준 건 언제고 분갈이는 언제 했는지를 잘 알 수 있다. 필요에 따라 식물등과 가습기도 마다하지 않은 덕분에 이랑의 집에 사는 식물들은 웬만한 화원에 있는 식물보다 훨씬 건강하다.

인스타그램 속 이랑의 식물 일기는 간단하지만 애정이 넘친다. ‘10℃ 아래로 떨어지면 집 안으로 들여야 할 테니 올해의 마지막 풍성한 모습이 아닐까 싶다’, ‘다글다글해서 혹시 병충해가 생길까 한 번씩 안쪽을 헤집어보는데, 건강해. 합격♡’. 어떤 식물은 너무 잘 자라서 (예뻐서), 또 어떤 식물은 유난히 자라지 않아서 지켜보다 쓰는 한두 문장의 글은 읽는 사람의 마음을 따듯하게 만든다. 식물 하나를 굉장히 오랜 시간 동안 들여다보고 있는다고 하더니 그 이유를 알 것도 같다. 이렇게 매일 식물 이야기를 올리다 보니 이랑은 더 이상 외롭지 않다. 식물 이야기를 나눌 친구 3명이 생겼기 때문이다. “한 분은 우리 밴드의 팬이었는데, 본인도 식물을 좋아한다며 사진을 보여주는데 그분에 비해 저는 새 발의 피더라고요.(웃음) 식물 이야기만 내내 나눌 수 있는 친구가 생긴 것이 일기를 쓰기 시작하면서 생긴 가장 큰 변화예요. 특히 전 해외 직구를 해야 살 수 있는 신품종에 욕심이 많아서 정보가 중요하거든요. ‘어디에 어떤 식물이 들어온다더라, 어떤 걸 직구하면 어떻게 된다더라’ 하는 식의 정보를 많이 주고받아요.” 이렇게 건강한 식물들에 온 신경을 기울이며 살다 보니 우울감이 잦아들고 정신도 부쩍 건강해졌다. 집중할 대상이 생기고 그것이 자신의 손길로 아름다워지는 모습을 보며 책임감도 느낀다고 한다.

“엊그제까지 아프던 녀석이 언제 새순을 틔웠지? 왜 잎맥이 빨간색으로 올라오는 걸까? 식물의 사소한 변화를 보고 있으면 나만 볼 수 있는 세계가 있다는 기분이 들어요. 미세한 생명의 순간들. 그런 것을 하나하나 놓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어서 기록하는 일에 조금 더 애착이 생겨요.” 이랑은 현재 <빅이슈> 매거진에 ‘식물이랑’을 연재하고 있고 식물과 함께 사는 삶을 담은 에세이 발간을 준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