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니의 이번 시즌 컬렉션장은 의자 대신 침대로 채워졌다. 쇼에 참석한 사람들은 침대 위에 앉아서 쇼를 감상하며 모델이 걸어 나올 땐 마치 침대 위에서 쇼핑하는 듯한 특별한 경험을 했다. 디자이너 프란체스코 리소가 전한 컬렉션의 컨셉트는 ‘매트리스 레시피’. 아티스트들의 스튜디오에서 아이디어를 발전시켜 3D 드레이핑으로 완성한 룩들은 조각상처럼 아주 입체적이었다. 그리고 그 위에 비비드한 컬러의 프린트를 입혀 아티스틱한 미감을 배가했는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앤디 워홀의 작품과 그리스 로마 조각상이 합쳐진 듯한 추상적인 콜라주였다. 후반부에 등장한 비대칭으로 한쪽 어깨에 걸쳐 레이어드한 룩이나 가방이 열린 상태로 워킹하도록 의도적으로 완벽하게 계산한 미완의 모습까지도 감각적으로 느껴졌다. 이번 쇼로 지난 1년 동안 브랜드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강렬함이 부족했던 프란체스코 리소에 대한 부정적 평가를 잠재울 수 있을 듯하다. 마르니를 본인의 방식대로 한 단계 더 실험적이고 예술적으로 변화시키는 데 성공했고, 브랜드와 함께 성장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 분명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