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만의 세계를 단단히 구축한 디자이너의 쇼는 보통 기대감 대신 안정감만을 주기 마련이다. 그러나 사카이라면 얘기가 다르다. 치토세 아베는 매 시즌 비대칭 디자인과 플리츠를 주조로 안정감을 선사하는 동시에, 지난 시즌에는 볼 수 없던 색채 조합과 패턴으로 기대감을 충족시킨다. 이번 시즌 역시 마찬가지. 로맨틱한 오브제를 더한 화이트 턱시도, 사랑스러운 핑크와 한없이 부드러운 파스텔 옐로, 포멀한 베이지와 데님, 간혹 카무플라주 느낌의 플로럴 패턴으로 완성한 룩은 모두 완벽히 사카이다웠지만, 지난 시즌과는 완전히 다른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다. 자포니즘의 영향으로 파리에서 명성을 얻었던 일본 디자이너들이 대부분 하락세에 접어든 지금, 고유의 색을 지닌 이 젊은 디자이너는 매 시즌 자신이 성공한 이유를 증명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