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 드 도쿄의 광장 한가운데 놓인 거대한 구조물은 궁금증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릭 오웬스가 그 커다란 형상에 불을 붙일 거란 예측에는 이견이 없었지만 말이다. 곧 쇼가 시작됐고, 언제나처럼 어둡고 해체적이며 기하학적인 릭 오웬스의 쇼피스를 입은 모델들이 등장했다. 예상처럼 팔레 드 도쿄는 불길에 휩싸였다. 이는 성폭행 논란을 뒤로하고 미국 연방대법원 대법관에 임명된 브렛 캐버노를 비판하기 위한 퍼포먼스였다. 패션계의 아티스트이자 이단아(?)로 정평이 난 릭 오웬스의 이미지 덕에 이러한 퍼포먼스나 다소 난해한 룩에 대해서 대부분의 관객은 감히 이해하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는 듯했지만, 행동주의자 릭 오웬스는 이번 시즌에도 늘 그랬듯 옷을 통해 자신의 디자인 철학과 신념을 지켜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