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다 할 디테일도, 과장된 실루엣이나 화려한 패턴도 없이 기나긴 캣워크를 채우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자크뮈스는 매 시즌 그 어려운 일을 아무렇지 않게 해낸다. 디테일은 최소화하고 실루엣은 간결하며 패턴은 베이식하다. 그렇지만 관객은 그의 쇼를 보기 위해 다른 쇼에 비해 제법 긴 대기 시간을 기꺼이 감수하고, 쇼가 이어지는 내내 아름답다는 찬사를 아끼지 않는다. 지난 시즌과 비슷하게 목가적인 분위기를 자아낸 새 시즌 컬렉션의 테마는 이탈리아 리비에라 지방에 대한 판타지. 매번 리조트 룩에 가까운 디자인을 추구하는 그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주제다. 스트랩 샌들을 신고 오버사이즈 라탄 백을 든 모델들은 단숨에 휴가를 즐기기 위해 리비에라를 찾아온 우아한 관광객으로 변신했고, 색감과 소재만으로도 긴 러닝타임을 지루하지 않게 구성하는 그의 놀라운 재능에 프레스들은 기꺼이 박수를 보낼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