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바스티앙 뮤니에르는 평온한 미소를 띤 채 센강에서 주검으로 발견된 한 소녀의 아름다움에 반해 부검을 진행하던 병리학자가 그녀의 얼굴을 본떠 간직했다는 일화를 바탕으로 1800년대 파리에 신드롬처럼 번진 ‘데스마스크’에서 영감을 받아 새 컬렉션을 구상했다. 석고로 만든 데스마스크와는 거리가 있지만 뮤니에르의 모델들은 일제히 천으로 만든 복면을 쓰고 등장했으며, 길고 가는 실루엣의 쇼피스는 편안한 동시에 복잡하게 얽힌 선과 주름의 영향으로 그로테스크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눈여겨볼 부분은 앤 드뮐미스터가 추구하던 앤드로지너스 무드가 더 이상 컬렉션의 주된 방향이 아닌 듯 보인다는 점. 그동안 설립자의 유산을 수호하는 일에 집중해온 세바스티앙 뮤니에르가 보여준 새 시즌의 ‘뮤니에르적’ 컬렉션은 오히려 전보다 더 독창적이며 시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