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발표한 싱글 앨범 <How Do I>를 소개한다면? 지금 까지 이별이나 내 삶에 관한 노래를 많이 불렀는데 처음으로 완전한 사랑에 대한 노래를 부른다. 설렘을 느끼며 고백하고 싶지만 아직 못 하고 있는 마음을 담은 곡이다. 노래가 간단하다. 건반악기 하나에 내 목소리와 코러스로 이루어져 있다.

사랑을 시작하는 설렘과 애틋함이 가득한 곡이다. 사랑을 시작할 때 케빈 오는 어떤 모습인가? 내가 작사한 곡은 아니지만 가사에 많이 공감한다. 나도 이 노래 가사처럼 바로 고백하는 스타일이 아니고 오래오래 고민한 후 고백한다. 타이밍이 중요하니까 딱 맞는 때에 고백하려고 하는데, 노래를 부르면서 그런 부분이 공감됐다.

느린 곡의 감성도 좋지만 <알아줘>처럼 그루비한 곡을 할 때 특유의 음색이 더 살아나는 것 같다. 실제의 케빈 오는 차분하고 느린 사람인가, 경쾌한 리듬이 있는 사람인가? 원래는 좀 차분하다. 먼저 생각하고 충분히 준비한 후 말하는 스타일. 사실 상황이나 문화에 따라 다를 수 있다. 영어로 말할 때와 한국어로 말할 때 성격도 다르게 표현되는 것 같고 다르게 받아들여지는 것 같기도 해서.

각각 어떤가? 영어 할 때는 좀 더 확실한 면이 있다. 강하게 말할 때도 있고 훨씬 자연스럽다. 반면 한국말을 할 땐 좀 더 착해지는 것 같다. 계속 배우고 있지만 완벽하게 하지 못하니까 그만큼 더 생각한 후에 말해야 해서 답답할 때도 사실 있다. <How Do I>는 고백하는 곡인데 한국말로 고백해본 적이 없긴 하다. 원래도 조심스럽게 고백하는 타입인데 만약 한국말로 고백해야 하는 때가 온다면 훨씬 더 고민 하고 말할 것 같다.

2017년에 한 인터뷰에서 여행을 가거나 누굴 사랑하면 곡이 안 나온다고 했다. 너무 가까워서 그렇다는 말이 인상 깊다. 그로부터 1년이 지났다. 요즘은 어떤가? 늘 비슷하다. 대부분의 록 스타는 삶에 노이즈가 많을수록 영감을 받는데 나는 노이즈가 많을수록 내 정체성을 잊는 것 같고 삶이 조용할수록 곡이 잘 나온다. 1년간 혼자 살고 친구들과 만나는 횟수를 조금씩 줄이면서 조용함을 즐기며 노래를 쓰고 있다. 한국에 와서 3년 만에 처음으로 음악을 제대로 해보는데 ‘그래서 나는 어떤 음악을 하고 싶지?’ 하는 고민을 많이 했다. 삶이 조용해지면서 혼자 자연스럽게 찾아 나간 것 같다.

조금씩 갈래가 잡히나? 처음에 많이 혼란스러웠을 것 같다. 경제학을 전공하지 않았나? 맞다. 그래서 이전 인터뷰에서 무슨 말을 했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왜냐면 처음 한국에 와서 충격을 많이 받았고 내가 뭘 하고 있는지도 잘 모르겠더라. 지금은 훨씬 더 잔잔한 마음으로 임하고 있다. ‘생각은 충분히 했으니 이젠 그냥 해.’ 이런 마인드로 하려고 한다.

<How Do I>가 피어나는 사랑에 몸 둘 바 몰라 하는 느낌이라면 이전 싱글 앨범 <연인>은 애인을 더 이상 사랑하지 않게 된 씁쓸함, 미안함을 노래한다. 싱어송라이터 케빈 오는 어떤 상황일 때 더 표현하거나 기록하고 싶어지나? 두 곡 다 내 이야기는 아니다. <연인>의 가사가 완전히 공감되지는 않았고 한국 정통 발라드 느낌이라 소화하기 힘든 부분이 있었는데 이번 곡은 우리 다 설렌 적 있으니까 조금 더 감정이입을 하기 쉬웠다. 이럴 때는 노래할 때도 설렌다. 이별 노래를 안 부를 수 있으면 좋겠다. 누가 이별하고 싶겠나. 그래서 좀 더 희망을 줄 수 있는 노래, 슬픈 노래여도 슬픔에서 빠져나올 수 있는 노래였으면 좋겠다.

최근 작업한 곡에는 어떤 감정이 담겨 있나? 가족을 많이 못 보니까 아무래도 가족들이 어떻게 지내고 있을지 상상하며 그리워하는 마음으로 많이 쓰게 된다. 또 한국에서 내가 겪은 일에 대해서도. 좋은 일도 많고 새로운 경험을 많이 하지만 내 의지와 달리 적응이 안 될 때도 많다. 나 같은 교포뿐 아니라 자신의 상황에 자리 잡고 싶은데 그러기 어려운 사람도 많지 않나. 내 주변에도 그런 친구들이 있어서 서로 삶을 나누면서 위로받기도 한다. 외로운 사람들끼리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영감이 된다. 지금까지는 개인적인 이야기를 써왔는데 이제는 다른 사람도 공감할 수 있는 곡을 쓰고 싶다.

서울에서 3년 넘게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이곳에서 케빈 오를 버티게 하는 게 있다면 무엇인가? 여기에 남은 일이 많고 하고 싶은 것도 많다. 팬들에게 받은 것이 너무 많은데 내가 들려드린 게 별로 없는 것 같아서 나를 충분히 보여 주고 노래 선물도 해드린 다음에 돌아갈 생각이다. 나를 버티게 하는 건 역시 일이다. 그 일이 팬들과 밀접하게 엮여 있고. 예를 들어 아까 라디오를 진행하고 왔는데 라디오에 매일 문자를 보내는 사람들이 팬이거든. 같이 일도 하고 매일 함께 보내며 나아가는 느낌이라 보답하고 싶다.

하고 싶은 것과 해야 하는 것 중 뭘 더 중요하게 생각하나? 행운이고 축복이다. 그 둘이 같으니까. 대학을 졸업 한 뒤에는 내가 해야 하는 일과 하고 싶은 일이 같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항상 들었고, 그런 기회를 찾고 있었는데 지금 그런 일을 하고 있다. 이제는 그 길로 성공하고 싶다.

음악에 몰입할수록 표현하고 싶은 게 더 많을 것 같은데 새로 도전하고 싶은 장르가 있을까? 나 스스로 발라디어라고 생각하는데 발라드도 장르가 무척 다양해서 그 안에서도 하고 싶은 게 많다. 전에 프라이머리와 함께 만든 <스타더스트> 앨범에서선보인 스타일도 다시 해보고 싶다. 신스팝을 무척 좋아한다. 혼자 곡을 쓸 때도 그런 식으로 나올 때가 있거든. 문득 내가 항상 기타에 숨어 있는 느낌이 들어서 그걸 버려두고 목소리로 이 노래를 전달할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다른 것은 좀 정리하고 한동안 단순하게 하고 싶다.

이번 싱글도 피아노와 목소리만으로 구성돼 있다. 그 노래의 감성과 메시지 전달에만 집중할 수 있게.

싱글을 잇달아 발매했다. 정규 앨범에 대한 갈망은 없나? 사실 아티스트로서 정규 앨범에 대한 욕심이 있다. 그런데 뭔가 아까운 것 같다. 1년 동안 내가 지금 하고 싶은 이야기, 지금 내 과정을 한 장의 CD에 전부 담아서 내고 나면 끝나고 무척 허전할 것 같다. 요즘 시장도 변화가 워낙 빠르니까 사람들도 빨리 넘어가는 것에 익숙하다. 아티스트로서 이렇게 말하는 건 좀 그렇지만 싱글로 내는 게 더 좋은 것 같다. 나도 계속 하고 싶은 음악과 이야기, 내 하루하루가 바뀌니까 내가 내는 노래도 같은 호흡으로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거든. 존 메이어를 굉장히 좋아하는데 최근 존 메이어도 싱글로 많이 낸다. 앨범은 보통 하나의 컨셉트로 내게 되지 않나. 나는 하고 싶은 음악과 컨셉트와 패션 스타일이 많아서 1년에 앨범 하나 내기보다 다른 컨셉트로, 다른 스타일로 노래를 자주 내면 좀 더 완성되고 다양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다. 새해에도 계속 싱글이나 EP 앨범을 내도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