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과 스포츠는 다양한 문화를 통합하는 매개체란 점에서 성격이 비슷해요. 이번 시즌 이 긍정적인 에너지를 컬렉션에 담았죠.” 크리이에티브 디렉터 버질 아블로의 말처럼 2019 S/S 시즌 오프화이트의 쇼는 지난 시즌에 이어 나이키와 콜라보레이션을 진행했으며 러닝, 발레, 테니스 등 다양한 스포츠 룩을 결합한 아이템을 퍼레이드처럼 선보였다. 이뿐만이 아니다. 잉글리시 가드너, 세실리아 영, 카타리나 존슨 톰슨 등 역대 올림픽 챔피언들을 런웨이에 세우며 열정을 불살랐다. 애시드 컬러 스판덱스 보디수트, 파이톤 가죽 패턴 가죽 팬츠도 쿨했지만 패션 피플의 SNS를 가장 뜨겁게 달군 건 실루엣을 다채롭게 변형한 튀튀 드레스였다. 미래적인 분위기의 선글라스, 볼드한 체인 주얼리, 하이톱 스니커즈와 함께 연출한 프루프루 룩이 어찌나 쿨하던지. 발레 특유의 아름다운 선과 자유로운 정신을 감각적으로 재해석한 레이블도 눈에 띈다. 디올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마리아 그라치아 치우리는 현대 무용가 샤론 에얄(Sharon Eyal)의 고혹적인 안무로 구성된 공연을 배경으로 누드 톤의 레오타드,하늘하늘한 시폰 스커트, 새틴 헤어밴드 등 로맨틱한 룩을 대거 선보였고, 아크네 스튜디오는 1970년대 레트로 무드를 결합한 발레리나 룩을 테마로 뉴욕시 발레단과 합작한 프린트를 컬렉션에 수놓았다. 이 밖에도 승마와 세일링에서 영감을 받은 에르메스, 네온 컬러 레오타드를 스트리트 룩 으로 발전시킨 발렌시아가 역시 눈여겨볼 만하다. 또 한 가지 큰 트렌드는 러플과 레이스를 결합한 스포티 룩이다. 알렉산더 왕은 축구 유니폼을 이리저리 해체하고 조합한 톱에 여성스러운 레이스를 덧대 드라마틱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위트 있는 일러스트 프린트 티셔츠에 관능적인 레이스 펜슬 스커트, 원색 어글리 스니커즈를 매치한 크리스토퍼 케인, 네오프렌 수트에 러플을 단 가운을 선보인 마린 세레도 스포티 룩의 업사이클링을 제대로 보여준 브랜드들이다. 차별화된 소재와 프린트를 더해 하이패션으로 승화된 사이클링 쇼츠는 또 어떤가! 샤넬은 클래식한 트위드 재킷, 카디건에 스판 덱스 쇼츠를 매치했고, 오버사이즈 셔츠에 유틸리티 패니 팩과 스틸레토 힐로 포인트를 준 펜디의 룩도 힙스터들의 까다로운 취향을 만족시키기에 충분했다. “애슬레저 룩은 20대만을 위한 것이 아니에요. 그렇다고 ‘새로운 형태의 캐주얼 룩’이라고 정형화할 수도 없죠. 디테일과 스타일링에 따라 얼마든지 우아한 레이디라이크 룩이나 고고한 매니시 룩으로 격상될 수 있거든요.” 스타일리스트 레아 애벗(Leah Abbott)의 말처럼 더 이상 스포티 룩을 피하긴 어려울 것 같다. 피시넷 타이츠에 어글리 스니커즈를 매치하거나 사이클링 쇼츠에 하이힐을 신는 패션이 더 없이 멋지게 느껴질 테니까. 고정관념을 깨는 용기가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