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LM
<로미오와 줄리엣>

당신 사랑을 못 받는다면 이대로 들켜버리는 게 낫소. 당신의 사랑도 없이 지루하게 사느니 그들의 미움에 죽겠소.

““대사를 보는 순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대사만 봤을 때는 남자의 대사인지 여자의 대사인지 티가 안 나잖아요. 원작에는 로미오의 대사지만 그 점을 특별히 신경 쓰지 않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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셔링 네크라인 셔츠 원피스 2 몽클레르 1952(2 Moncler 1952), 화이트 스니커즈 컨버스(Converse).

“지난 젠더프리 영상이 큰 화제이지 않았나. 한 편의 작품은 아니지만 다양한 모습을 표현할 수 있는 게 좋았다. 마치 새로운 내 작품을 만드는 것처럼.”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젠더프리 리딩을 함께한 배우 김향기는 영화 <증인>에서 자폐 스펙트럼이 있는 학생이자 살인 사건의 목격자 ‘지우’를 연기했다. “특징이 뚜렷한 인물이다 보니 영화에 잘 녹아들지 걱정이었다. 지우와 비슷한 상황의 친구나 그 가족이 봤을 때 마음이 불편할지 모른다는 부담감도 있었다. 생각하지 못한 부분에서 불편함을 느낄 수도 있으니까. 촬영에 들어가서는 감독님이 틀을 정하지 말고 지우를 표현해보라고 했다. 그래서 자폐 스펙트럼의 기본 특징만 파악하고 계산하지 않고 연기했다.” 김향기가 대본을 보고 중요하게 생각한 지점은 성장이었다. 지우와 소통하고 살아가는 법을 배우며 함께 성장하고 싶었다. 그리고 극의 끝에서는 미소 지을 수 있는 인물을 만들고자 했다. “물론 타인을 완벽하게 이해할 수는 없다. 지우뿐만 아니라 영화 속 많은 인물이 그렇지 않을까. 하지만 편견을 깨고 이해하려는 마음이 생기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생각이 든다.”

최근 출연한 두 작품인 <영주>와 <증인>은 모두 약한 존재가 주인공이다. 스무 살의 김향기가 경험하지 않은 생의 부분일 것이다. 그리고 항상 고민되는 지점이기도 하다. 연기는 혼자만의 작업이 아니니 감독님을 비롯한 스태프와 호흡을 맞추며 인물을 표현해 나간다. 그렇게 인물을 만들어가다 보면 희열감을 느끼게 된다. “차성덕 감독님이 연출한 <영주>는 다른 영화보다 짧은 기간에 촬영을 마쳤다.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완성한 작품을 처음 봤는데, 보는 순간 ‘차성덕 감독님 작품이구나’ 싶었다. 대사가 많지 않지만 감정이 중요한 작품인데 특유의 섬세함이 작품에 그대로 드러났다. 영주뿐만 아니라 주변 인물 모두 상황만 봤을 때는 미울 법하지만 미워할 수 없는 상황과 감정을 만들어냈다.” 새로운 인물을 만나는 일은 힘들기는 해도 극복하고 싶고 소중한 일이다. “이 일을 직업으로 삼았건, 그러지 않았건 영화나 드라마를 통해 새로운 세상을 만날 수 있으면 좋겠다. 영화가 다루는 것이 다르다고 해서 틀린 것은 아니고, 오히려 새로운 것을 자유롭게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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