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HOUSE,DIFFERENT VOICES

프레젠테이션 형식으로 진행된 몽클레르 지니어스 컬렉션은 엄청난 규모를 자랑했다. 9개로 나뉜 방마다 확연히 다른 컨셉트의 시노그래피와 모델, 컬렉션룩이 전시된 것. 피에르 파올로 피치올리, 발렉스트라, 시몬 로샤, 크레이그 그린, 리처드 퀸, 팜 엔젤스 등 협업한 아티스트나 브랜드의 목록만 봐도 그 스케일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SO LONG, KARL

칼 라거펠트의 서거 소식이 전해진 이후 펜디 쇼의 진행 방향에 관해 여러 추측이 난무했다. 그중 가장 유력했던 소문(?)은 브랜드가 컨셉트를 전면 수정하고 칼 라거펠트의 추도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는 예측이었다. 그러나 예상을 깨고 펜디의 쇼는 로맨틱하고 순수한 느낌의 컬렉션 피스와 따뜻한 분위기의 음악으로 완성됐다. 피날레 무대 이후 실비아 벤추리니 펜디가 등장해 칼 대신 인사를 전했고, 곧 칼의 인터뷰가 담긴 짧은 영상이 흘러나오는 것을 마지막으로 쇼는 막을 내렸다. 50년 넘게 이어온 펜디와 칼 라거펠트의 이별 방식은 지극히 담담했고, 그래서 더 인상적이었다.

SENIOR’S RUNWAY

새 시즌 밀라노 패션위크에서 지지 하디드, 카이아 거버 등 힙한 톱 모델 이상으로 주목받은 이들이 있다. 에트로와 베르사체, 막스마라 컬렉션에 등장한 타티아나 파티즈, 스테파니 세이모어, 샬롬 할로 등이 그 주인공. ‘노병은 죽지 않는다’는 명언이 떠오를 정도로 녹슬지 않은 워킹 실력과 여유 넘치는 표정을 자랑한 시니어들의 활약을 감상해보길.

ALL NEW BOTTEGA VENETA

셀린느 출신의 젊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다니엘 리가 지휘한 보테가 베네타의 첫 쇼는 이번 시즌 밀라노에서 가장 주목받은 이벤트였다. 결과는 성공적. 다소 올드했던 이미지는 절제된 실루엣 덕분에 사라졌고, 브랜드 특유의 고급스러움은 섬세하게 마무리한 가죽 소재와 차분한 색감의 조합으로 배가됐으니 말이다. 이번 쇼는 다니엘 리의 가능성을 돋보이게 만들었다.

CELEBRITIES IN MILAN

이번 시즌 밀라노 패션위크에는 설현과 이성경, 정은채, 황민현이 각각 구찌와 펜디, 토즈와 몽클레르의 컬렉션에 초청되며 화제를 모았다. 이전에 비해 확연히 늘어난 해외 매체의 취재 요청은 높아진 한국 문화의 위상을 실감하게 만들었는데, 그중에서도 황민현이 참석한 프레젠테이션 형식의 몽클레르 쇼는 그를 보기 위해 몰려든 팬들 때문에 출입이 어려울 정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