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한국에서는 인스타그램에서 꼭 찾아가서 먹어봐야 하는 ‘별미’를 고른다. 그 음식이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는 관심없이, 그냥 유행처럼 새로운걸 점령해야지만 ‘힙스터월드’의 소속감을 느끼는 것!

요즘 인스타그램에서 별미로 떠오르는 음식이 또 하나 생겼다. 바로 ‘샤퀴테리’다. 나에게 샤퀴테리는 이태리에서 거주하는 동안, 지겹도록 먹었던 음식이다. 나의 벗, ‘미스 킴’과 만나 샤퀴테리를 함께 맛보면서 이야기를 나눴다.

느림의 가치를 알고, 삶의 여유를 삶의 법칙으로 두는 유럽문화에서, 이러한 부위별 가공육을 섭취한다는 건 여러 의미가 있다. 나만의 시간은 곧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비롯된다는 개념이다. 5시부터 와인과 아페르티보를 마시며 안주거리인 샤퀴테리를 먹는다. 저녁은 보통 9시 이후에 시작되는 문화다. 물론, 저녁도 전체로 시작하여 코스로 장시간 이어진다.

한국에서는 상상도 못하는 스케줄이다. 슬로우푸드로 가공하고 먹는 이러한 개념은 한국의 제육볶음과 삼겹살과 비교되지 않을 수 없다. 순전히 문화차이라고 하기엔 그 나라에서 일상으로 여겨질 음식이 이곳에 오면 애매한 점심거리, 저녁거리가 되는 상황에 묘한 감정들이 교차한다.

미스 킴은 그녀가 주문한 ‘프로슈토 바게트’ 속에 잘 발려진 버터는 ‘허상’이라고 말했다. 단순한 미각을 가진 그녀는 딱딱한 바게트 빵 속에 버터가 없었다면 이 샌드위치를 먹기 어려웠을 거라고. 하지만 이 버터는 이태리나 스페인에서는 들어있지 않을 만한 재료라며, 나름의 ‘버터 이론’을 펼쳤다. 그 어떤 음식과 버터와의 조화는 본능적으로 외면할 수 없는 것이라고 했다. 와인과 함께 각 부위별 한 조각씩 음미하는 그 와중에도, 그녀에겐 그저 그 익숙한 입에 붙는 버터의 중독적 맛, 이것이라면 샤퀴테리는 물론 그 어느 것을 같이 빵 속에 넣어도 맛있을 것이라는 생각만이 맴돈다고 했다.

중독적인 버터 맛은 줄을 서서 샤퀴테리를 기다려서 먹어야만 했던 그녀의 고상한 이미지를 무너뜨리고 바로 주방에 추가 버터를 요구하게 만든다. 프로슈토 샌드위치의 우아한 플레이팅은 마치 인생에서 강력하게 원하는 건 따로 있지만, 그것을 인정하기엔 자신이 원초적으로 보이는게 민망하니, 그것을 얻기 위해 고상한 명분을 가져가야 하는 사회생활의 법칙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