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인터넷에서 우연히 ‘과거 서울 패션’이라는 제목으로 올라온 게시물을 보았다. 분명 1990년대에 찍은 오래된 사진이었는데, 사진 속 인물들은 최근 유행하는 하이웨이스트 팬츠와 크롭트 톱, 플랫폼 슈즈 차림이었고 마치 며칠 전 가로수길에서 찍은 사진이라고 해도 믿을 만큼 전혀 촌스럽지 않았다. 현재의 패션 트렌드가 1990년대와 유사하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최근 쇼핑하다 보면 분명히 새 제품인데 어쩐지 친숙한 제품이 눈에 띄기도 한다. 이 모든 것은 ‘뉴트로(Newtro)’가 2019년의 메가트렌드로 떠오르며 생긴 현상이다. 뉴트로는 새로움을 뜻하는 뉴(new)와 복고를 의미하는(retro)의 합성어로 옛것을 새롭게 즐기는 현상을 일컫는다. 그렇다면 기존에 유행하던 복고와 뉴트로의 차이는 무엇일까? 단순히 과거에 대한 향수 때문에 다시 유행하는 제품이 복고라면 뉴트로는 현재 젊은 세대가 전에 경험하지 못한 과거의 트렌드를 새로운 패션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대표적인 예로 과거 1970년대부터 90년대까지 인기를 누린 제품이 최근 다시 인기를 구가하는 경우가 생겨났다. 디올과 펜디는 뉴 시즌 메인 백으로 과거에 유행한 제품을 다시 선보이는 복각 상품을 내세웠다. 디올이 과거에 유행한 새들 백을 다시 컬렉션에 등장시킨 후 디올의 연관 검색어가 ‘디올 새들 백’, ‘새들 빈티지’ 등으로 바뀌었으니 그 인기가 어느 정도인지 쉽게 체감할 수 있다. 펜디 역시 시그니처 바게트 백을 새로운 패턴과 소재로 선보이고, 전 세계 인플루언서와 함께 SNS 마케팅을 펼치며 인기몰이 중이다. 이 새로운 트렌드는 단지 하우스 브랜드만의 현상이 아니다. 1990년대를 풍미한 애슬래저 룩의 영향으로 바이커 쇼츠나 빅 로고가 올해도 여전히 트렌드로 자리 잡았으며, 스포츠와 연관이 있는 브랜드들이 뉴트로 트렌드를 이끌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랄프 로렌은 1992년의 미국 요트 선수 유니폼을 재현한 컬렉션인 CP-93을, 라코스테는 1990년대의 상징적인 제품인 LT150 코트 스니커즈의 디자인에서 영감 받아 제작한 새로운 스니커즈 ‘와일드카드’를 선보였다. 꾸준히 리바이벌 제품을 선보이는 나이키나 트렌드에 힘입어 과거의 시그니처 제품을 신상품으로 내놓은 휠라 역시 뉴트로 패션의 대표 주자다.

이 같은 제품의 특징은 과거 제품을 그대로 재현한 것이 아니라 새로운 기능과 다채로운 아이디어를 추가해 업그레이드했다는 점이다. 30대 이상 세대에는 과거 향수를 자극하고, 젊은 세대가 봐도 새로운 상품으로서 충분히 구매욕을 자극할 만한 제품력을 지닌 것이다. 이처럼 많은 브랜드에서 폭넓은 고객층을 확보할 수 있는 뉴트로 제품을 선보이는 걸 보면, 뉴트로가 현재 가장 뜨거운 화두임은 분명해 보인다. 과거를 단지 옛것으로 치부하지 않고 신선하게 재해석한 2019년버전 뉴 레트로, 충분히 매력적이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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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과거와 동일한 디자인으로 출시한 타미 진스 제품들. 2 요트 대회 유니폼을 모티프로 제작한 랄프 로렌의 CP-93 컬렉션. 과거와 동일한 디자인으로 출시한 타미 진스 제품들. 4 2019년 버전 뉴 바게트 백. 5 빈티지 펜디 바게트 백. 새롭게 출시된 디올의 새들 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