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가까울수록 옷을 고를 때 싱그러운 색과 가벼운 소재에 마음이 간다. 두껍고 무거운 아우터를 뒤로한 채 홀가분하게 옷을 입는 즐거움을 누릴 수 있는 계절이기 때문이다. 봄과 여름 패션을 만끽하기 위한 소재 찾고 있다면, 이번 시즌엔 레이스와 네트에 눈을 돌려보자.

LACE

레이스의 경우 섬세하고 여릿한 이미지를 반전시킬 만한 룩이 포 착됐다. 버질 아블로와 알렉산더 왕 같은 힙스터 디자이너들이 레이스에 마음을 주었으니 그럴밖에. 먼저 나이키와 협업하며 다시금 이슈를 만들어낸 오프화이트의 버질 아블로는 우아한 스포티즘을 메인 키워드로 컬렉션을 집도했다. 그리고 그 중심엔 레이스가 자리한다. 레이스 가운과 트랙 팬츠로 스타일링하거나 레이스 슬립 드레스 안에 네온컬러 쇼츠를 매치하며 스포티즘에 참신한 시각으로 접근한 것. “새로운 아름다움을 만들기 위해 연관성 없는 두 가지를 섞었다”라는 디자이너의 설명에 고개가 끄덕여지지 않는가. 레이스 브라톱을 적극 활용하고 풋볼 유니폼 같은 톱에 레이스를 장식한 알렉산더 왕 역시 이 행보에 동참했다. 흥미로운 건 평소 레이스 소재를 즐겨 쓰던 디자이너들도 이번 시즌엔 이를 다른 방식으로 활용했다는 점이다. 블루마린, 알베르타 페레티, 발렌티노, 셀프포트레이트처럼 우아함에 몰두하던 브랜드의 컬렉션에서 스포티하고 매니시한 무드로 변신한 레이스를 목격할 수 있었다.

NET

한편 살이 비치고 수공예 느낌이 든다는 점에서 레이스와 비슷하지만 느낌이 완전히 다른 네트 소재는 새롭게 트렌드로 떠오른 케이스. 전형적인 그물이 연상되는 소재가 급부상했는데 아주 섬세하고 다양한 방식으로 디자인한 것이 특징이다. 가장 보편적인 방식은 매듭을 지어 그물 형태로 엮는 것. 포츠 1961, 살바토레 페라가모, J. W. 앤더슨은 그물 중간중간에 나무 구슬을 엮거나 끝을 마무리하지 않고 길게 늘어뜨려 프린지를 만들어내며 재미를 더했다. 이뿐 아니라 손뜨개의 일종인 크로셰 기법으로 꽃 모티프를 만들어 한층 귀여운 느낌을 연출한 질샌더, 셀프포트레이트, 끌로에 그리고 금속 고리와 크리스털 라인으로 그물을 엮어 섹슈얼한 분위기를 완성한 알렉산더 왕과 생 로랑까지 그야말로 그물의 매력에 걸린(?) 디자이너가 수두룩하다.

올 봄과 여름에 패션으로 계절의 기운을 물씬 느끼고 싶다면 레이스와 네트 소재가 제격이다. 가볍고 섬세하며 여러 가지 무드를 경계없이 즐길 수 있는 데다 색다른 스타일에 도전할 수 있으니까! 새 계절, 이 두 소재에 매료될 이유는 이토록 많고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