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부한 것들로부터 멀리 달아나기

 

푸하하하프렌즈 한승재 한양규 윤한진

푸하하하프렌즈 – 한승재ㆍ한양규ㆍ윤한진
한승재, 한양규, 윤한진은 건축사무소 푸하하하프렌즈를 운영하는 3명의 소장이자 친구들이다. 유머와 위트를 지닌 집념의 세 친구는 성수연방, 수르기, 옹느세자매, 대충 유원지 등의 개성 있는 건축물과 살고 싶은 마음이 절로 이는 매력적인 집을 짓고 있다.

 

푸하하하프렌즈 한양규 우리는 한 대형 설계사무소에서 만났다. 나는 2기였고 승재와 한진이는 3기였다. 어느 날 승재가 오더니 회사를 그만둬야겠고 나랑 말을 터야겠다고 했다. 그 후 3년을 더 다니고 한진이와 승재가 퇴사한 후 나도 나갈 준비를 하던 중에 승재가 글을 하나 써서 내게 보여줬다. 회사 이름을 FHHH로 하기로 했다는 내용이 요지였는데 원래 설계를 하고 싶던 나의 초심을 자극하는, 마음에 깊이 와 닿는 이야기였다. 회사 이름은 승재가 지었다. 왜 FHHH인지 물었더니 ‘푸하하하’의 줄임말이라고 했다. 듣자마자 기분이 좋아서 오케이 했다. 한승재 임시로 쓰려고 했는데 회사를 이렇게 오래 할 줄 몰랐다. F는 뭔지 모르겠지만 3명 다 이름에 ‘한’ 자가 들어가서 H 3개가 의미 있기도 하고, 폰트가 다 직각인 게 완결성 있어 보이기도해서 계속 쓰게 됐다.

현재 하고 있는 프로젝트 한양규 소장 1명당 팀원 2명씩, 3팀이 있다. 말랑말랑한 기본 설계, 구체화하는 실질 설계, 납품 이후 감리하는 현장, 이렇게 세 개의 프로젝트가 계속 진행된다. 몇개의 주택을 감리 중이거나 설계 중이고 근린생활시설과 게스트하우스도 설계 중이다. 팀원 1명당 1개의 프로젝트를 하고 있는 셈이며, 감리는 다 같이 돌아가면서 확인한다. 그 이상이 되면 집중도가 떨어지기 때문에 아무리 크고 욕심나는 프로젝트가 들어와도 원칙을 지키려 하는 편이다. 매년 국제 현상 설계 공모에 참가한다. 최근에는 새로운 광화문광장 현상 설계에서 가작을 받았고, 여의나루 국제 현상 설계는 4등했다. 하하.

근래의 화두 한양규 건축은 트렌드라는 단어가 좀 어색한 분야다. 오래될수록 좋아지는 게 건축이니 어떤 흐름이나 유행에 빠져 건물을 만들면 문득 없애버리고 싶은 충동이 느껴질 거다. 건축은 속도전이 아니다. 클라이언트가 있어야 할 수 있는 직업이므로 건축가에겐 기회가 많이 주어지지 않는다. 그래서 평소 관심 갖고 있던 것들을 잘 쌓아뒀다가 조금씩 써먹는다. 땅, 프로그램, 사람이 항상 다르기 때문에 매번 새로운 게 나오는 건 사실이지만 충동적으로 ‘이걸 해봐야지’라고 해서 작업하기보다 오랫동안 쌓아온 경험과 자라온 환경에서 비롯된 것들을 차용해 쓴다. 요즘엔 필로티에 관해 생각한다. 원래 필로티는 건물을 수평으로 만들거나 지하를 공공화할 때 쓰기 좋은데 우리나라는 주차 공간을 넣어야 되고 그 공간을 면적에서 공제받고 그걸 인센티브 삼아 건물 높이를 더 올려야 하는 이상한 공식에 말려 건물이 전부 쓰러질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지금 우리가 설계하고 있는 주택도 법적인 시각에서 용적률을 꽉 채우면 그런 형태밖에 나올 수 없는데 아예 처음으로 돌아가서 건물이 옆집과 어떤 관계가 있으면 좋을지에 대해 생각을 많이 했다. 보통 창이 다 길을 향해 나 있지 않나. 하지만 어긋나게 두면 또 다른 시야와 공간이 생긴다. 그래서 아예 형태를 분리해 나눴다. 그러면서 필로티가 되기도 하니까 어색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그런 걸 해봤다. 한승재 요즘은 건물 자체보다 땅과 건물이 만나는 부분에 더 관심이 있다. 원래는 건물이 중심이고 땅은 부대적인 거였는데 지금은 오히려 건물 주변의 땅에 초점을 두고 싶다. 설계를 잘한 건물들을 보면 건물 자체는 못생겼어도 땅과의 관계가 좋다. 지금까지 했던 작업 중에 그런 부분이 아쉽기도 했고.

 

 

가장 좋아하는 나의 작업 한승재 우리가 했던 곳이 상업 공간과 주택이 많아서 딱히 정하기는 어렵다. 가볼 수 없거나 가보더라도 다른 손님이 많아서. ‘오 프레’라는 프렌치 레스토랑이 있다. 클라이언트도 나도 모두 날 세우고 까다롭게 작업해서 기억에 남기도 하고, 아무래도 식당이니까 즐길 수 있는 무언가(요리)가 있어서 좋다. 양규는 다 뜯어놓고 난 상태를 좋아한다. 보기 싫은 것들을 철거했을 때.

기억에 남는 클라이언트 한승재 양규는 최근 제주도 삼양동에 주택을 지었다. 클라이언트와 미팅도 꼼꼼하게 하고 내려가서 소주도 마셨는데 최근 그분이 ‘왜 소장님이 그렇게 하셨는지 이제야 알 것 같다’라고 했단다. 최근에 그 말을 많이 한 걸로 봐서 그분이 제일 기억에 남을 것 같다.

건축가의 자질 한승재 설계하는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꼼꼼하다. 필요한 게 많은데 공공에 이바지하고자 하는…. 한양규 푸하하하! 거짓말이다, 갑자기 공공이라니.(웃음) 한승재 그럼 다른 걸 하겠다. 인내심이 필요하다. 짧게 하는 일이 아니니까. 클라이언트와 씨름하는 데도 끈기가 필요하다. 한양규 진짜배기. 사람들은 대부분 자기가 진짜배기인 줄 아는데 안 그런 사람들이 많다. 포트폴리오만 봐도 보인다. 프로젝트에 임하는 자세도. 순간적으로 빠르게 해내는 사람에겐 흥미가 안 생긴다. 트렌드가 반영되거나 너무 빠른 속도가 느껴지는 설계도 마찬가지다. 그게 정말로 대단한 생각이면 ‘천재인가 보다’라는 생각이 들 텐데 그런 경우는 아주 드물다.

공간의 완성 한승재 사람들이 사용하는 방식. 고리타분한 얘기 하긴 싫지만 시간으로 완성되기도 한다. 건축은 시간이 지나봐야 안다. 한양규 나는 사람의 표정으로 하겠다. 내가 설계한 건물에 가서 사람들의 표정을 살피곤 하는데 좋으면 나도 기분이 너무 좋다.

 

한승재 한 명(윤한진)이 지금 휴직한 것처럼 쉴 수 있는 시간을 길게 가지려고 한다. 2~3년에 6개월 정도씩. 직원들도 그렇게 할 수 있도록 사장들끼리 이야기하고 있다. 나는 알아서 많이 쉰다. 한양규 난 못 쉰다. 나는 회사에서 경영본부도 맡고 있기 때문에 내가 쉬면 월급도 못 나가고 회사가 마비된다. 리프레시 안 하고 그냥 계속 일한다. 그게 좋다.

변화가 빠른 도시, 서울 한승재 현실적으로는 엄청난 기회가 있는 곳. 우리가 설계한 건물이 그 자리에 그대로 남아 있도록 하는 게 목표 가운데 하나다. 건축설계는 짧으면 1년 6개월 정도의 시간이 걸리고 인테리어는 시공까지 합쳐서 6~8개월 소요되는데 그게 1~2년 후에 없어질 거라면 그렇게 공을 들이고 싶지 않다. 애초에 오래 있을 것을 전제로 설계하기 때문에 사실 서울과 맞지 않는 방식이긴 하다. 그래서 이런 유의 일을 제안하는 클라이언트와는 일하지 않으려고 한다.

언젠가는 해보고 싶은 건축 한양규 우리 집. 못 하고 죽을 것 같다. 한승재 아주 유용한 시스템을 만들어보고 싶은데 안될 것 같다. 날아다니는 집이라든지, 뚝딱뚝딱 하면 집이 된다든지. 누군가가 콘크리트를 발명한 것처럼 대단한 시스템이 발견돼서 편해지면 좋겠지만 안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