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부터 발끝까지 차려입고 장엄한 느낌을 연출하기보다 휴양지에 어울리는 옷을 입은 여성들의 미소가 가득했던 2019 S/S 컬렉션. 그 자유롭고 편안한 분위기를 완성하는 데는 액세서리가 한몫했다. 디자이너들은 이번 시즌 헤드피스, 그중에서도 아주 커다란 모자에 집중했다. 액세서리의 세계에도 트렌드가 엄연히 존재하는 법. 컬렉션마다 컬러도 소재도 디자인도 제각각 달랐지만 디자이너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눈을 살짝 가릴 만큼 챙이 넓은 모자를 선보였다. 단순히 햇빛을 가리는 용도에서 나아가 컬렉션의 무드를 표현하는 스테이트먼트 햇이 등장한 것이다.

그랑 팔레를 잔잔한 파도가 이는 해변으로 연출한 샤넬 컬렉션에서는 삼삼오오 발랄하게 뛰노는 모델들이 오버사이즈 라피아 햇을 쓴 채 자유로운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안토니오 마라스 쇼의 거대한 꽃가지를 장식한 모자는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으며 컬렉션의 키 아이템으로 손꼽혔고, 발렌티노 쇼에서도 카메라의 한 프레임에 잡히지 않을 만큼 커다란 라피아 햇이 등장했다. 휴양지에서 주로 쓰는 라피아 햇 자체는 신선한 소재가 아니지만 기존보다 배는 큰 크기가 시선을 모았다. 라피아 소재 외에도 스테이트먼트 햇은 셀 수 없이 많았다. 이번 시즌에도 어김없이 여유로운 핏과 선명한 색감이 돋보이는 룩을 선보인 이세이 미야케는 와이어를 안에 넣어 모양을 자유자재로 바꿀 수 있는 모자를 디자인했다. 모델들은 피날레에서 이 모자를 고쳐 쓰기도 하고 서로 모양을 잡아주기도 하며 런웨이를 누볐다. 시몬 로샤는 오버사이즈 햇에 검은 시스루 천을 덧대 신비스러운 느낌을 강조했고 에트로와 마이클 코어스, 3.1 필립 림은 룩과 모자의 패턴을 일치시켜 모자를 컬렉션의 분위기를 나타내는 중요한 장치로 활용했다.

스테이트먼트 햇은 햇볕이 강한 봄여름에 진가를 드러낸다. 옷차림이 가벼워지면 과감한 액세서리의 수요가 늘어나기 때문. 새로운 스타일에 도전하고 싶다면 올여름엔 2019 S/S 런웨이를 참고해 큼지막한 모자로 트렌드에 동참해보자. 민무늬 티셔츠에 챙 넓은 모자 하나만 더해도 평범한 데일리 룩에 활기와 개성을 불어넣기에 충분할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