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계의 거장, 칼 라거펠트가 타계한지 얼마 안 돼 그가 진두지휘한 샤넬의 마지막 컬렉션이 펼쳐졌다. 루체른의
눈부신 설산으로 꾸민 그랑 팔레는 전설을 기억하고자 하는 관객들로 가득찼다. 크리스틴 스튜어트, 클라우디아
쉬퍼, 제니 등 샤넬의 역대 뮤즈들이 자리한 가운데 1분간의 경건한 묵념과 함께 칼 라거펠트의 생전 인터뷰가
흘러나왔다. 쇼 오프닝을 연 카라 델레바인이 입은 트위드 하운드투스 체크 수트는 물론 클래식한 더블 C 로고를 위트 있게 구현한 캔디 컬러 스웨터, 깃털 디테일 칵테일 드레스 등 샤넬 아카이브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시도가 돋보인 컬렉션 역시 완벽했다. 특히 새하얀 꽃 한 송이를 든 채 캣워크에 등장한 페넬로페 크루즈의 모습이 어찌나 아름답던지! 이뿐만이 아니다. 데이비드 보위의 노래, ‘Heroes’가 흘러나오는 피날레에 등장한 톱 모델들은 눈물을 훔치며 자신들이 사랑한 천재 아티스트를 먹먹하게 추억했다. 칼 라거펠트가 남긴 유산은 이토록 원대하고 또 위대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