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스테이지에서 새카만 아이라인을 그린 모델들을 보고 가장 먼저 1950년대 영국을 떠올렸다. 자유분방하고 자립심 강했던, 남성적인 테일러드 재킷과 풍성한 스커트를 즐겨 입던 ‘테디 걸’, 황실 디자이너가 아닌 디올의
드레스를 선택했던 ‘반항아’ 마가렛 공주, 그리고 쇼장 전체를 장식한 이탈리아 페미니스트이자 아티스트인 토마소 빈가의 작품 ‘Living Writing’. 이번에도 마리아 그라치아 치우리는 여성의 힘, 여성의 ‘연대’에 대해 이야기했다. 스포티한 무드의 점퍼와 샤 스커트, 앞코가 뾰족한 키튼 힐과 푹 눌러쓴 버킷 햇, 크롭트팬츠 수트와 풍성한 실루엣의 이브닝드레스. 완판될게 불 보듯 뻔한 ‘Sisterhood Is Powerful-Sisterhood Is Global- Sisterhood Is Forever’
(미국 페미니스트이자 시인인 로빈 모건의 글) 티셔츠에도 모두 여‘ 성’을 담았다. 디올이라는 거대 하우스의 첫 여성 수장인 마리아 그라치아 치우리. 그녀는 이렇게 또 한 번 옷으로, 글로, 그리고 무엇보다 사람으로 우리 모두를 감동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