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 라거펠트는 25년 동안 끌로에의 디자이너로 일했다. 그리고 끌로에는 그를 기리기 위해 칼 라거펠트의 ‘명언’과
‘명작’이 담긴 엽서를 쇼장의 모든 자리에 놓아두었다. 그중 한 장엔 “모던한 옷차림의 필수 요건은 유연한 실루엣,
가벼움, 그리고 페미닌함이다”라는 문장이 적혀 있었다. 무려 40여 년 전 한 말이지만, 끌로에는 여전히 충실하게
그의 뜻을 받들고 있었다. 무엇보다 나타샤 램지 레비는 그가 가고자 한 방향, 끌로에의 오랜 고객들이 사랑하는 옷을 확실하게 이해하고 있었다. 라펠을 강조한 코트와 늘씬한 수트, 몸을 따라 흐르는 실크 드레스, 데님 오버올. 끌로에의 잇 슈즈 ‘라일리 부츠’를 신고 있던 (거의 모든) 게스트들이 위시리스트에 올렸을 게 분명한 미들 힐 부츠까지. 모두 그때의, 지금의, 미래의 끌로에 걸을 위한 것이었다. 끌로에 팀이 칼 라거펠트를 기리기 위해 엽서를 준비했다면 나타샤 램지 레비는 이 컬렉션으로 그에게 경의를 표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