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시즌 버버리 컬렉션은 쇼장 자체가 가장 큰 주제였다. 음악도 조명도 상이한 두 개로 나뉜 공간에서 한 컬렉션이라고 믿기 어려울 만큼 명확하게 다른 두 가지 컨셉트의 룩을 선보였기 때문이다. 심지어 각각의 장소에서 흘러나오는 배경음악도 달랐다. 우선 오프닝 모델 최소라를 필두로 등장한 소년과 소녀 파트의 버버리 갱은 스포츠웨어와 란제리 드레스, 트랙 팬츠 등이 뒤섞인 스트리트 룩으로 젊은 세대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해 보였다. 반면 트렌치코트와 테일러드 재킷 같은 포멀하고 클래식한 아이템을 선보인 젠틀맨과 레이디 파트는 버버리의 헤리티지를 대변했다. 디자이너는 이번 쇼에 대해 클래식과 펑크가 공존하는 영국의 문화를 쇼에 담았다고 설명했다. 놀라운 사실은 이렇게 상반되는 이미지의 룩이 뒤섞여 등장했지만 전혀 이질적이지 않았다는 것. 버버리는 지금 리카르도 티시의 지휘 아래 브랜드의 시그니처를 유지하는 동시에 밀레니얼 세대를 사로잡는다는 전략을 세우며 창립 이래 가장 강력한 혁신을 경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