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이 현재 정치·사회적으로 암흑기를 맞고 있다고 생각하는 런던 디자이너들은 자신의 컬렉션을 어두운 컬러 팔레트로 구성하며 정치적 의미를 드러내기도 한다. 하지만 할펀은 정반대 노선을 선택했다. 반짝이고 거친 질감의 시퀸으로 만든 화려한 드레스들로 쇼장을 눈부시게 채운 것. 머리부터 발끝까지 조명에 반사돼 번쩍이는 룩에는 대부분 기하학적인 패턴이 더해졌는데 이 덕분에 입체적으로 보여 시선을 뗄 수 없었다. 이에 대해 디자이너 마이클 할펀은 이렇게 설명한다. “어린 시절 집에 있던 20세기 초 패션 일러스트레이터 에르테(Erté)의 작품을 보며 놀던 때가 떠올랐어요. 아주 화려한 패턴이 있는 일러스트였죠. 그걸 이번 컬렉션에 반영했습니다.” 그 결과, 이번 컬렉션은 크리스털 초커를 더한 오프숄더 드레스, 비즈를 촘촘히 장식한 롱 드레스, 금사로 수놓은 파자마 수트 등 하나같이 흥미로운 아이템으로 가득했다. 할펀의 드라마틱한 이브닝 웨어가 곧 각종 시상식에 참석하는 할리우드 배우들의 레드 카펫 룩으로 낙점될 것이 자명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