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으로 잘 어울리지 않는 것 (unflattering)을 이용해 더 아름답게 만들고 싶었다는 디자이너의 바람이 담긴 푸시버튼의 두 번째 런던 컬렉션. 디자이너 노트에 적혀 있던 설명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은 것은 그만큼 주제에 부합하는, 인상적인 룩이 많았기 때문이다. 첫눈에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은 건 헤드기어. 영국 엘리자베스 여왕의 사진, 촛대, 비닐봉지, 라이터 등 의외의 사물로 만든 액세서리는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그렇다고 단순히 재미있는 액세서리에만 신경 쓴 컬렉션은 아니다. 어릿광대처럼 보이는 볼륨감 있는 실루엣의 룩부터 독특한 디자인의 흰 셔츠, 톱까지 박승건의 뛰어난 테일러링 실력을 보여주는 룩도 많았다. 디자이너 박승건의 오랜 경력을 바탕으로 한 노련미와 재치 있는 볼거리가 어우러진 의미 있는 컬렉션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