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 제이콥스의 상상력은 유별나다. 이번에도 쇼엔 어김없이 뭔가 특별한게 있었다. 컴컴한 파크 애비뉴 아모리에는 단 1백80개의 의자만이 놓여 있었고, 홀 한편에서 현악단의 날카로운 연주가 시작되자 핀 조명을 따라 첫 번째 옷이 모습을 드러냈다. 마크 제이콥스가 여전히 푹 빠져 있는 1980년대를 대표하는 디자이너 클로드 몬타나 그리고 이브 생 로랑의 풍성한 실루엣이 컬렉션을 지배했다. 실루엣에 무게를 실은 클래식한 케이프와 코트를 중심으로 차분하게 흘러가던 쇼 후반부에 시선을 강탈하는 드레스가 등장했다. 온통 인조 깃털과 꽃으로 장식한 쿠튀르급 드레스! 뉴욕의 저명한 코스튬 패브릭 플라워 제작 업체인 M&S 슈말버그(M&S Schmalberg)와 협업해 완성한 이 드레스는 초현실적인 느낌이 들 만큼 아름답고 인상적이었다. 헤어피스는 이번에도 스테판 존스의 작품. 쇼의 화룡점정은 검은 깃털 드레스를 입고 블랙 스완처럼 나타난 전설의 모델 크리스티 털링턴! 마크 제이콥스의 패션 판타지에 오롯이 몰입하고 또 즐긴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