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로우의 마니아층은 시즌을 거듭할수록 두터워지고 있다. 론칭한 지 13년, 그간 수많은 트렌드가 패션계를 휩쓰는 가운데, 더 로우는 꼿꼿하게 오직 미니멀리즘을 연구한 결과를 내놓았기 때문. 라펠을 없애고 허리를 강조한 크림색 재킷, 하이넥 부분을 둥글게 부풀린 얇은 톱, 발목까지 내려오는 롱스커트를 입고 검은 부츠를 신은 오프닝 모델을 보는 순간 이 룩을 거부할 수 있는 여자는 없을 거라고 확신했다. 이와 맥락을 같이하는 옷들이 실루엣과 컬러를 조금씩 변주해 등장했지만, 컬렉션은 결코 단조롭지 않았다. 비슷해 보이는 룩 사이사이에 비즈를 수놓거나 오간자 소재의 꽃을 장식하는 등 심플한 디자인에 갖가지 쿠튀르급 디테일을 더한 드레스를 배치했다. 이뿐 아니라 매 시즌 히트하는 백과 슈즈도 쇼를 풍부하게 만드는 데 한몫했다. 네모난 작은 하드 케이스 클러치 백, 검은 러버 솔 부츠 그리고 여러 매체에서 입을 모아 키 아이템으로 지목한 시스루 플랫 슈즈까지 더해져 더 로우의 컬렉션은 이번에도 단정하면서도 매력적인 옷으로 채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