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시동이 켜지지 않는 자동차 같은 나, 번아웃 증후군도 치료되나요?

입사 이후 최근까지 일에 몰두하며 지냈고, 많은 일을 성취해왔다고 자부합니다. 그런데 몇 달 전 부터 무기력해져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고 온 갖 잡념에 시달리느라 일에 집중할 수 없습니다. 운동을 해서 활력을 찾아볼까 했는데 효과가 당 장 나타나지도 않습니다. 마치 시동이 켜지지 않 는 자동차 같아요. 인터넷에서 찾아보니 번아웃 증후군이라고 하는데, 어떻게 하면 이 증상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요? from 열정뿜뿜 님

문 대리 저도 전에 번아웃 증후군을 겪어봤어요. 매사 무기력해 고통스러운 시간이었죠. 일을 해야 하는데 도통 힘이 나지 않으니까, 내 몸이 내 몸이 아닌 거죠. 중요한 건 이런 상태가 될 때까지 본인이 알아차리지 못한다는 거예 요. 정신과 체력이 무너지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 기 때문에 완전히 바닥난 거죠. 항상 건강했기 때문에 체력 이 고갈됐을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거든요. 하루는 신점을 보러 갔는데 갑자기 “너는 올가을이랑 내년 봄에 한약을 지 어 먹어.”(일동 웃음) 이러는 거예요. 황당하지만 밑져야 본 전이라는 생각으로 한의원에 갔죠. 한의사가 맥을 짚어보고 이것저것 물어보더니 대뜸 보약을 지어주지 뭐예요. 그 한 의원은 보약을 잘 권하지 않는 곳이거든요. 이 정도로 내 몸 상태가 좋지 않았구나 하는 사실을 깨닫고 너무 슬펐어요. 제가 제 상태를 잘 몰랐다는 거니까요. 이 과장 저도 성취욕 이 강해서 1을 했으면 다음에 2를 해야 되고, 3을 해야 되고, 4를 해야 되고 그랬어요. 그때 몸이 스트레스를 많이 받 고 힘들었는데 그 신호를 읽지 못했죠. 신체적으로나 정신 적으로 나를 잘 몰랐기 때문에. 결국 서른 살 무렵 몸 반쪽 이 마비됐었어요. 신 차장 오 마이 갓, 몸이 스트레스를 그렇 게 많이 받는지 몰랐어요? 이 과장 안 그래도 사람들이 나더 러 몸에 분명 신호가 있었을 텐데 되게 둔하다고 하더라고 요. 생각해보면 이렇게 둔한 건 내가 나 자신의 감정이나 정 신을 잘 들여다보지 않았다는 의미예요. 늘 ‘나는 괜찮아. 괜 찮아. 할 수 있어’ 하면서 해내고 거기에서 오는 성취감이 컸 기 때문에 힘든 게 상쇄되었던 거죠. 하지만 우리는 누구나 갖고 있는 에너지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마비가 오며 바닥 을 드러낸 거죠. 신 차장 만약 누군가가 기운이 넘친다고 믿 고 있는 나를 갑자기 붙잡아 앉혀놓고 “너 여기 앉아서 좀 쉬 어. 머리 좀 비우라고” 하면 “미쳤니? 내가 지금 할 일이 얼마 나 많은데” 하고 빠져나가죠. 그런데 나이를 불문하고 몸과 정신이 못 버티면 체력이 급속도로 떨어지면서 갑자기 ‘나에 게 뭔가 문제가 있는 것 같아’ 이런 깨달음이 오더라고요. 김 부장 물 들어올 때 노 저어야 한다고, 분명히 달리고 싶고 달 려야 할 때가 있죠. 그렇지만 쉴 때는 확실히 쉬어야 해요. 이 과장 회사 일이 너무 많아 도무지 휴식과 여유를 가질 수 없 다면, 자신이 일을 전부 쳐낼 수 없는 상황임을 주변에 알리 고 일을 분담해달라고 요청하는 것이 현명해요. 능력 있는 사람으로 인정받고 싶은 욕심에 무리하게 일을 떠안는 건 아닌지 고민해보세요. 자신을 채찍질하며 억지로 버티는 건 장기적으로 봤을 때, 개인이나 조직에 모두 도움이 안 돼요. 문 대리 주의할 점은 자기가 생각하는 기준이 굉장히 높고 애쓰고 애쓰다 그걸 성취하지 못했을 때 번아웃이 올 위험 이 높다는 거예요. 거기에 도달할 때까지 계속 자기를 불태 우기만 하고 제대로 된, 진짜 원하는 성취를 맛보지는 못하 는 거예요. 신 차장 예를 들어 내가 일을 잘해서 김 부장님이 나를 칭찬했다고 쳐요. “신 차장, 잘했어. 훌륭해.” 그래도 성 에 안 차면 나는 더 노력하겠죠? 그러면 사람들이 또 칭찬하 니까 그건 그것대로 좋으면서 내 성에는 아직 안 차. 이렇게 되는 건가요, 그러면? 문 대리 그렇죠. 그럴 땐 타인의 인정 이나 보상만으로는 버틸 수 없어요. 자기만의 성취감과 만 족이 있어야 해요. 열정뿜뿜 님은 스스로 원하는 성취감과 만족이 뭔지 잘 모르는 것 같아요. 본인이 인사고과에서 A+ 를 받아야 한다고, 그게 자신을 행복하게 해준다는 걸 뚜렷 하게 알면 그것만 하면 돼요. 그런데 인사고과에서 A+을 원 하는지 성과를 내는 걸 원하는지 아니면 고객 1천 명을 확보 하는 걸 원하는지 명확한 기준을 찾아야 해요. 이 과장 무엇 보다 내 마음을 잘 들여다보고 나에게 행복을 주는 부분을 세세하게 다 알아야 한다는 거죠? 문 대리 네. 맞아요. 정확 하게 어떤 부분에서 행복을 느끼는지를 본인이 알고 있어야 해요. 더불어 스트레스 받을 때 어떻게 하면 해소되지도 잘 알고 있어야 하고요. 이 과장 저는 스트레스 풀 때 운동을 하 거든요. 열정뿜뿜 님도 지금 운동을 탈출구로 붙잡고 있다 고 하셨잖아요. 전 스트레스 받거나 힘들 때는 일하다가 가 까운 체육관에 가서 달렸어요. 각자의 해소 방법을 찾아 병 원가듯이 의식적으로 회복을 하려고 노력해야 해요. 문 대리 그리고 천천히 노력 해나가는 자세도 아주 중요한 것 같 아요. 번아웃은 하루아침에 오는 증상이 아니기 때문에 일 주일이나 한 달 새 훅 나아지진 않아요. 저도 수년 걸렸는데, 번아웃에서 벗어나려면 조그마한 노력을 꾸준히 해야 돼요. 김 부장 맞아요. 건강을 챙기고 자신의 성취 기준을 돌아보 는 과정이 중요해요. 일을 분담하고, 행복과 휴식을 찾고, 스 트레스를 해소하는 등 다방면으로 노력하면 분명 번아웃이 오기 전보다 나은 삶을 살 게 될 거예요.

2 회사에서 울어본 적 있어요?

저는 눈물 많은 사회 초년생이에요. 회사에서 툭 하면 울어서 고민입니다. 누군가 수정해야 할 사 항을 지시하기만 해도 울컥 눈물이 나요. 상사가 다그치거나 호통을 치는 것도 아니고, 제가 잘못 하지 않은 일에 대해 혼나는 억울한 상황도 아닌데 말이죠. 언니들도 회사에서 울어본 적 있나요? 유 리처럼 여린 제 감정을 잘 컨트롤해서 언니들처럼 멘탈갑이 되어 그만 울고 싶어요. 헬프 미 플리즈. from 눈물신입 님

문 대리 저도 눈물이 많아서 눈물신입 님의 글에 격하 게 공감해요. 한번은 일이 너무 몰려 쌓이기만 하는데 화수 분처럼 끝이 없는 거예요. 해도 해도 계속 늘어나기만 하고. 할 일은 태산인데 일은 손에 잡히지 않고, 아침에 눈뜨는 게 끔찍했어요. 이런 제 상태를 알 리 없는 상사는 회의 시간에 왜 일을 빨리빨리 진행하지 않느냐고 다그쳤죠. 대답하려 고 하니 서러운 마음에 눈물이 쏟아져서 한마디도 할 수 없 었어요. 회의 끝나고 상사에게 버겁다고 울면서 토로하니까 그간 쌓인 감정이 좀 풀리더라고요. 일은 줄지 않았지만 누 군가가 힘든 나를 이해해줬다는 생각이 드니까 마음이 한결 편해진 거죠. 그때 알았어요. 나는 전혀 괜찮지 않고 그동안 참아오면서 차곡차곡 쌓인 내재된 화나 스트레스가 굉장히 많아서 누군가 조금만 톡 건드려도 감정이 폭발하는 지경에 이르렀구나 싶었어요. 그래서 평소에 스트레스가 쌓이기 전 에 감정을 표현할 필요가 있구나 하고 깨달았죠. 신 차장 그 럼 문 대리님은 의외로 화를 내는 편이군요. 역시 조용한 사 람들이 더 무서움. 문 대리 앗, 그런가요? 전 겉보기에는 평 온한데 혼자 속으로는 난리 나는 스타일이거든요. 김 부장 문 대리는 저랑 정반대의 스타일이네요. 나는 겉으로는 난 리 나고 속으로는 평온한데. 그래서 회사에서 서러워 운 적 은 없는 것 같아요. 분노해서 울었죠.(웃음) 문 대리 앞으로 부장님이 난리 치면 속으론 평온한 걸로 알고 있어도 될까 요?(웃음) 결국 눈물신입 님이 잘 우는 건 쌓인 감정이 눈물 로 표출되거나 본래 감수성이 무척 풍부하거나 둘 중 하나 인 것 같아요. 만약 전자라면 스스로를 단련해야 해요. 울었 다는 사실에 마음 쓰기보다 울고 난 후 자기 마음을 들여다 보는 시간을 갖는 거죠. 왜 그 타이밍에 눈물이 났으며, 무 엇 때문에 울었는지 알게 되면 다음엔 같은 이유로 울지 않 을 수 있어요. 이 과장 실제로도 감정의 프로세스를 알아야 자기 감정을 컨트롤할 수 있다고 해요. 심리 상담을 하는 이유 중 하나도 감정의 움직임은 일정한 패턴을 갖고 있기 때 문에 어떤 부분이 트리거(동기)가 되어서 감정적으로 반응 하는지 알면 많은 도움이 돼요. 저도 감정의 패턴을 알게 되 니까 마음이 평온해지는 효과가 있었어요. 이너 피스.(웃음) 신 차장 이 과장님이 말한 것과 비슷한 관점으로 덧붙이자 면 감정도 습관이라고 봐요. 과거 어떤 사건에 울음을 터뜨 렸다면 비슷한 사건이 발생했을 때 또 울음을 터뜨리기 쉬 워요. 그리고 이런 패턴이 반복될수록 반응하는 강도가 점 점 더 세지고요. 저는 심각하고 우울한 상황이 반복되면 오 히려 웃어요. 우울해지면 여기서 웃을 수 있는 포인트가 무 얼까 생각해요. 왜냐면 우울해하는 건 사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거든요. 그리고 내 힘든 상황이 남들이 보기엔 사실 별거 아닐 수 있어요. 지금 당면한 상황을 지켜보는 것도 중 요하지만 나 자신의 감정에 매몰되지 않고, 한 걸음 물러나 서 바라보면 상황을 쉽게 받아들일 수 있어요. 문 대리 마지 막으로 눈물신입 님이 저처럼 자주 운다고 하셨으니 울음 을 참는 저만의 방법을 공유할게요. 눈물이 차오르는 느낌 이 들 때 의식적으로 심호흡을 하는 거예요. 숨을 길게 내뱉 으면 마음이 가라앉는 느낌이 들어요. 전 회사에서 이렇게 감정을 다잡아요. 참 쉽죠잉? 신 차장 문 대리님 말을 들으 니 좋아하는 미국 드라마 여주인공의 말이 생각나네요. “나 는 인생의 큰 결정을 내릴 때마다 눈을 감고 심호흡을 크게 세 번 한다.” 감정적으로 북받칠 때 눈을 감고 한 박자 쉬며 심호흡을 하면 감정이 차분해지니 눈물신입 님도 이 방법을 이용하면 조만간 저희처럼 멘탈갑 회사원이 될 것 같아요.

감정의 프로세스를 알아야 자기 감정을 컨트롤할 수 있다고 해요. 어떤 부분이 트리거(동기)가 되어서 감정적으로 반응하는지 알면 많은 도움이 돼요. -이과장-

3 잘하고 있는지 모르겠어요.

사회생활을 한 지 겨우 1년 된 새싹이에요. 중소 기업에서 첫 회사 생활을 시작한 지 3개월 만에 프로젝트 매니저(PM)를 맡았는데 무얼 하는 일 인지도 모르겠고, 잘하고 있는지 의문이 들면서 첫 슬럼프가 시작되었습니다. 6개월째에는 직장 동료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아 슬럼프가 왔고요. 맡은 일 잘하고 정시에 퇴근하는 저에게 동료들이 “벌써 가요?” 하거나 퇴근 요정이라면서 눈치를 주 더군요. 9개월째에는 회사 운영 시스템이 체계적 이지 못한 데 불만을 느껴 대기업으로 이직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러다 보니 1년이 지난 지금 내 업무 능력, 즉 가치가 높아졌나, 지금 내가 잘하고 있는 건가, 소위 말하는 ‘물경력’은 아닌가 하는 고민까지 하게 되었네요. from 새싹 님

문 대리 우선 새싹 님이 처음 맡은 업무가 PM이라는 건 굉장히 좋은 시작이에요. 대기업에선 신입사원은 보통 1년 내내 잡무를 하다가 지나가는 편이거든요. 전 1년 차 에 회사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까맣게 모른 채 복사하고, 스 테이플러로 서류 찍고, 창고 정리하고 회의 준비하다가 지 나갔어요. 이 과장 불편한 진실이 있는데요 대부분의 회사 는 체계가 잡혀 있지 않다는 거예요. 체계가 잡혀 있는 회사 는 꿈의 회사죠. 그래서 좀 더 나은 곳으로 이직하고 싶은 고 민은 신입이라서 겪는 게 아니고 대리도 겪고 과장, 차장 등 등 다 겪는 일이에요. 그리고 내가 얼마만큼 성장했나, 잘하고 있나 하는 고민은 깊이와 상황이 조금씩 달라질 뿐 회사를 다니는 한 앞으로 계속 마주하게 될 고민이에요. 문 대리 업무를 완전히 이해하지 못한 1년 차 신입사원은 이런 기분 이 들 수밖에 없어요. 저도 내가 하고 있는 일이 왜 하는 건 지 모른 채 누가 휘두르면 휘두르는 대로 끌고 가면 가는 대 로 꾸역꾸역 몇 년을 버텼어요. 이건 시간이 필요한 일이에 요. 조금 차분하게 회사 상황을 이해하고 업무에 익숙해지 는 거죠. 회사 일을 능동적으로 하려는 의지가 있으면 자연 스레 나의 일이 큰 프로젝트에서 어떤 부분인지, 회사에 어 떠한 영향을 주는지 어느 순간부터 보일 거예요. 그리고 직장 동료들이 주는 스트레스는 당당하게 오히려 퇴근하지 않 는 동료들을 살짝 무안하게 만들어 해소하는 방법이 있어 요. “벌써 가요?” 그러면 “6시 넘었는데 안 가요? 6시 넘으면 돈 안 줘요.” 그러고 가세요. 일을 안 하는 것도 아닌데 눈치 볼 필요 없어요. 김 부장 맞아요. 동료들 앞에서는 당당했으 면 좋겠고, 저는 무엇보다 새싹 님이 굉장히 성숙하다는 생 각이 들어요. 저는 1년 차일 때 이 정도 수준의 고민을 하지 못했던 것 같아요. 아마 중소기업이라 신입사원이 하기에 약간 무게 있는 일을 했기 때문에 이런 고민을 남보다 좀 더 빨리 하는 것 같아요. 시작을 잘 했으니 3년 정도 경력을 더 쌓으면 원하는 곳으로 이직할 수 있을 거예요. 문 대리 새싹 님이 이런 고민을 한다는 것 자체가 잘하고 있다는 뜻이에 요. 다만 성과가 눈에 잘 보이지 않는 초년생 때 잘하고 있다 고 아무도 말해주지 않아서 슬럼프가 온 것 같아요. 그만큼 “넌 잘하고 있다” 이 말이 되게 중요한 거죠. 그래서 전 휴대 폰에 ‘잘하고 있다’라고 셀프로 써놓았어요. 김 부장 그래요. “넌 잘하고 있다”라는 말 굉장히 중요해요. 그래서 우리 <언슬조>가 해드리겠습니다. 우리는 1백 번도 더 해줄 수 있음 (웃음) “새싹 님, 충분히 잘하고 있으니 지금 주저 없이 이대 로 쭉 전진하세요.”

회사 일을 능동적으로 하려는 의지가 있으면 자연스레 나의 일이 큰 프로젝트에서 어떤 부분인지, 회사에 어떠한 영향을 주는지 어느 순간부터 보일 거예요. -문대리-

언니들의 슬기로운 조직생활

업데이트 매주 목요일

금융, 투자, 건축 등 다양한 직군의 부 장, 차장, 과장, 대리, 사원까지 5명의 여성 직장인이 모여 ‘직장 생활’을 키워 드로 웃음과 눈물, 한숨을 떨어내는 범우주 직장인 팟캐스 트 <언니들의 슬기로운 조직생활(언슬조)>. 사회생활에 정 답이 있겠냐마는 다양한 직장 생활의 고민에 대해 경험과 연륜, 지혜와 해학을 모두 갖춘 5명의 직장 선배, 동료들이 맞춤 해답을 제시한다. 상담을 받고 싶다면 unsljo@gmail. com으로 보내주시길. 방송에 채택된 사연을 선별해 매달 <마리끌레르> 지면에 한 번 더 소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