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OR GLOBAL SOUNDS VOL. 4> VARIOUS

시티팝 이전에 AOR이 있었다. ‘Adult Oriented Rock’ 혹은 ‘Album Oriented Rock’으로 불리며 소울과 펑크의 기운이 가미된 부드러운 록을 말한다. 요트록, 혹은 웨스트코스트 사운드라 칭하기도 한다. <AOR Global Sounds>는 그 본산인 미국에 국한되지 않는, 전 세계의 AOR을 모은 컴필레이션 음반이다. 벌써 네번째 시리즈를 맞았고, 여지없이 여름을 앞둔 시기에 발매됐다. 이제 집에서도 이탈리아, 벨기에, 멕시코로 여행을 떠날 수 있다. 레코드 앞뒤를 뒤집을 때는 중간 어디쯤 내려 경유하는 기분으로.

<SECRET RAVE 04> VARIOUS

1990년대를 강타한 브레이크비트가 돌아왔다. 직역하면 분절된 리듬이란 뜻이지만 브레이크비트란 말 자체가 장르처럼 쓰이기도 한다. 넓게 보면 브레이크비트 리듬을 사용한 모든 음악을 브레이크비트라 부를 수 있다. 레이브 또한 그렇다. 특정 장르를 칭하기보다 파티의 형태와 태도에 더 방점이 찍히는 용어다. <Secret Rave 04>는 레이브란 이름으로 브레이크비트를 담았다. 고속 BPM으로 미친 듯 달리기도, 저음으로 전신을 울리기도 한다. 열린 맘으로 광활한 초원에서 비밀 파티를 즐기던 레이브가 이런게 아닐까. 창고와 숲속의 파티가 심심찮게 열리는 지금, 서울의 비밀스러운 레이브는 이제 시작이다.

<빛과 소금 VOL. 1 (2019 REMASTERED)> 빛과 소금

빛과 소금의 첫 음반엔 3곡의 연주곡이 포함돼 있다. 유명한 노래라면 ‘샴푸의 요정’과 ‘그대 떠난 뒤’일 테지만, 레코드를 틀면 가장 먼저 만나는 A면과 B면의 첫 곡은 모두 연주곡이다. 그들은 연주를 들려주길 원했다(고믿는다). 레코드로 음악을 들어서 좋은 점이라면, 어떤 곡이든 피하기 어렵다는 것. 일단 턴테이블에 올려놓으면 듣게 된다. 그러다 뜻밖의 명곡을 발견한다. 그들의 연주에 꼭 어울리는 느슨한 목소리와 장기호가 쓴 곡의 독창적 멜로디 또한 중요하지만, 빛과 소금이 이 음반에서 선보인 과감한 편곡이야말로 들국화와 김현식 이후 새로운 세대의 시작을 알린 것이 분명하다.

<JAPANESE GIRL> YANO AKIKO

충격적인 데뷔 음반. ‘일본 소녀’라는 이름을 내걸고 등장한 야노아키코는 재즈와 일본 팝의 만남을 너무 간단하다는 듯 구현해버린다. 피아노와 기타로 천진하게 첫 곡을 시작해 다이코(북)과 시노부에(피리)로 보란 듯이 앨범을 마무리한다. 그는 이후 (실제로 결혼 생활을 했던)사카모토 류이치를 비롯한 YMO 사단과 협업을 이어가며 조금 더 ‘전자적’으로 변해가지만, 역설적으로 이 덕분에 자유롭고 사이키델릭한 데뷔작은 유일하게 남았다. 꼭 처음부터 순서대로 들을 것. 영국 레이블 위원트사운즈(Wewantsounds)에서 LP와 CD로 동시에 재발매했다.

<PILGRIM> MOGWAA

모과는 영등포에 산다. 영등포에서 음악을 만든다. 서울에서도 변방인 동네지만, 세계는 그를 진작에 발견했다. 그의 다섯 번째 음반 <Pilgrim>은 샌프란시스코의 레이블 스피링 시어리(Spring Theory)를 통해 나왔다. 그가 20대 초반을 보낸 페루와 베트남에서 쌓은 경험을 담았다. 모과의 음반 중 따지자면 가장 하우스에 가깝지만, 강렬한 경험이 그리 단순하지 않듯 풍성한 신시사이저와 정교한 드럼머신 소리 가운데 무엇을 기준 삼아 들어도 좋다. 온통 파랗고 하얗다는 튀니지의 시디부사이드를 담은 어떤 그림에서 비롯된 음반 커버 또한 모호하고 노스탤직한 음악과 잘 어울린다. 레코드를 사면 더 크게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