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온 오리지널 2000

흔히 ‘비디오판 주온’이라 부르는 <주온 오리지널>. 대놓고 귀신들이 등장하는 영화인데도 낮은 화질이 디테일을 떨어뜨려 상상의 여지를 주고 이 때문에 공포는 배가된다. 동양의 작은 집이라는 배경의 친숙함 때문에 영화가 끝난 후에도 일상 속에 토시오와 카야코가 침투한다. 비 오는 날 깜깜한 방 안에서 여럿이 옹기종기 모여 보면 더욱 재미있는 공포영화.

오큘러스 2013

악령이 깃든 거울 때문에 부모를 잃은 어린 남매가 먼 훗날 그 거울을 다시 마주한다는 이야기. 러닝타임 내내 한 장소에서 남매의 과거와 현재가 끊임없이 교차되는데 그 상황 속에 내가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드는 연출이 일품이다. 호러물이라기보다드라마 요소가 큰 비극에 가까운 데다 당시 먼저 개봉한 <컨저링>에 묻혀 빛을 발하지 못했지만, 진흙 속 진주처럼 숨겨진 수작이다.

유전 2018

처음으로 장편영화를 연출한 아리 애스터 감독은 갑자기 무언가가 튀어나오며 깜짝 놀라게 만드는 기법인 점프 스케어나 흔한 ‘피칠갑’과는 레벨이 다른 연출로 형용할 수 없는 공포를 선사한다. 단서와 복선이 구석구석 숨어 있는 탄탄한 각본까지 더해져 영화가 끝날 때쯤엔 무섭다 못해 트라우마가 생길 지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