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노마드의 함께 살기
SUN AND CO.

인터넷만 가능하면 이곳저곳 떠돌며 어디에서든지 일하고 돈을 벌 수 있는 디지털 노마드(Digital Nomad). 여행하듯 일하며 사는 이들은 우리가 열광해 마지않는 사무실을 탈출한 삶, ‘로케이션 인디펜던트(Location Independent)’ 의 대표적인모습이다. 이들에게 코리빙(co-living), 주거 공유, 공동 삶터, 셰어하우스 등으로 불리는 공유의 삶은 원격 근무의 외로움을 덜고 생활에 인간적인 온기를 불어넣어준다. 함께 나눌 수 있는 건 그뿐이 아니다. 지식, 업무 노하우, 인생을 대하는 관점 등 무궁무진하다. 스페인 동부 도시 발렌시아와 알리칸테 사이의 해안 도시 하베아에 있는 선앤코(Sun and Co.)는 이러한 디지털 노마드와 프리랜서들이 주축인 주거 공간이다. 4층짜리 빌라에서 공동 거주자들은 주방과 커뮤니티 룸, 사무실을 함께 쓰면서 생활한다. 각자 업무를 보는 시간 외에는 마음 맞는 사람끼리 여가를 즐기거나 서로의 전문 분야에 대해 정보를 나눈다. 선앤코의 창업자 존과 뉴욕에서 하베아로 삶의 공간을 바꾼 시에나가 디지털 노마드의 함께 살기에 대해 말했다.

SUN AND CO.
주소 Carrer Príncep d’Astúries, 40, 03730 Xàbia, Alacant, SPAIN
웹사이트 www.sun-and-co.com

선앤코는 어떻게 시작되었나? 존 에두(Edu)와 나는 2015년 스페인 발렌시아에서 열린 스페인 코워킹(co-working) 컨퍼런스에서 처음 만났다. 당시 나는 스코틀랜드 에든버러에서 공유 오피스를 운영하고 있었고 에두는 숙박과 여행업에 종사한 경력이 있어서 숙박업의 트렌드와 공유경제의 미래에 대한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선앤코를 기획했다. 처음에는 잠재적으로 우리 공간에 올 만한 사람들의 니즈를 정확히 알지 못했다. 그래서 우리의 코리빙×코워킹 서비스의 윤곽을 잡는 데 기여할 첫 게스트는 말할 수 없이 중요했다. 우리는 처음 선앤코를 찾은이들이 단순히 게스트가 아닌 선앤코의 일부가 되길 원했다. 초기 게스트 중 한 명인 페테르는 프로그래머이자 디지털 노마드로 지난 3년 동안 열 번이나 선앤코에 머물다 갔다. 여기에서 형성된 유대 관계는 게스트들이 떠난 후에도 공고히 이어지고 있다.

하베아라는 도시를 선택한 특별한 이유가 있는가? 존 하베아는 1년 내내 맑은 날이 이어지는 안락하면서도 젊은 분위기의 동네다. 하베아 시내에 있는 에두의 조부모님 집이 마침 비어 있어 타이밍이 좋았다. 19세기에 지은 역사가 오래된 이 집을 미래의 주거X사무 형태로 부상하고 있는 코리빙 코워킹의 허브로 쓴다는 점에서 매력을 느꼈다. 시에나 하베아의 일상은 단순하지만 단조롭지 않다. 대도시의 삶에서 잠시 멀어질 의향만 있다면 불필요한 선택지를 줄임으로써 현재에 충실하고 주변의 것을 최대한으로 활용하는 알찬 일과를 보낼 수 있다.

주거 공유 트렌드는 스페인에서 얼마나 알려져 있나? 시에나 아직까지는 생소한 컨셉트다. 하지만 근무 장소에 구애받지 않는 업무 형태는 유럽과 미국에서 크게 유행하고 있기 때문에, 스페인 회사들도 점차 그 흐름을 인식하고 있는 상황이다. 선앤코는 스페인에서는 아직 낯선 코리빙과 코워킹 라이프스타일을 알리는데 앞장서고 있다.

선앤코에는 이제까지 몇 명이 머물다 갔나? 존 40개국에서 온 5백 명 넘는 사람들이 이용했다.

선앤코에서는 어떤 사교 활동과 여가 활동이 이루어지고 있나? 시에나 매주 정기적으로 여러 단체에서 활동하는데 친목을 위한 활동도 있지만 커리어 계발에 도움이 될 전문 지식이나 트렌드 공유도 활발하게 이루어진다. 다만 스케줄은 하루에 두 가지 정도로 제한해 거주자들의 업무 생산성을 해치지 않으면서 여가 시간을 충분히 즐길 수 있게 한다. 해안가 하이킹이나 패들보딩, 타파스 맛집 탐방 등은 언제나 인기가 좋다. 또 공동 주방에서 요리를 많이 해 먹는데 다양한 나라의 음식을 공유할 수 있어 좋다. 커뮤니티 룸에서는 삼삼오오 모여 가벼운 수다부터 진중한 대화까지 자유롭게 이야기하는 모습을 항상 볼 수 있다. 이런저런 사람들과 한 지붕 아래 함께 살면서 일하는 것은 특별히 계획하지 않아도 언제든 사적으로나 업무적으로 미처 생각지 못한 깨달음을 얻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선앤코는 다른 셰어하우스와 비교했을 때, 공동체 생활의 장점에 더해 실제적인 커리어 계발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조금 다른것 같다. 주기적으로 마스터 마인드와 스킬 셰어 세션을 연다는 점이 그렇다. 선앤코가 생각하는 거주자들을 위한 주된 목표는 무엇인가? 시에나 우리의 모토는 ‘현명하게 일하고 더 나은 삶을 살자’다. 그러므로 선앤코의 주된 목표는 공동 거주자들이 이러한 목표를 이룰 수 있게 돕는 것이다. 거주자들은 마스터 마인드와 스킬 셰어 세션을 통해 각자의 전문 지식을 공유하며, 새로운 기술과 지식, 인맥을 갖고 선앤코를 떠나게 된다. 우리는 원격 근무를 하는 거주자들이 생산적으로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집중할 뿐 아니라, 서로 다른 분야일지언정 비슷한 형태로 일하는 타인과 교류하며 새로운 형태의 삶을 경험하기를 바란다. 다양한 전문 지식을 공유하는 동안 선앤코 커뮤니티의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새로운 친구이자 고객, 사업 파트너로서 네트워크를 형성하게 된다.

마스터 마인드와 스킬 셰어 세션에 대해 좀 더 설명해줄 수 없나. 시에나 선앤코에서는 매주 초 패밀리 미팅을 연다. 반상회 같은 건데, 새로운 멤버를 소개하고 커뮤니티의 현안을 업데이트하는 동시에 서로 어떤 스킬이나 지식을 공유할 수 있는지, 특별히 배우고자 하는 분야가 있는지 의견을 나눈다. 콜라보레이션은 선앤코에서 가장 활발한 활동이라고 할 수 있다. 누가 거주하고 있느냐에 따라 주제는 매우 다양하다. 모두 대가를 바라지 않고 자신의 전문 지식을 기꺼이 공유한다. 스킬 셰어에서는 SNS 마케팅, 부동산 투자와 같은 실용 지식부터 미니멀리즘, 자각몽에 이르기까지 어떤 종류의 기술이나 지적 관심사도 제한 없이 다룰 수 있다. 한편 마스터 마인드에서는 구성원들이 모여 사업을 구상하거나 자원 활동을 모의하고, 커리어를 전환하는 방법을 함께 고심하는 것을 볼 수 있다. 말하자면 도전과 극복이 필요한 모든 과제가 대상이다. 패밀리 미팅에서 그 주의 활동 주제가 정해지면, 그에 맞게 리더를 뽑아 모임을 주도하게 한다.

커뮤니티 구성원들의 국적을 주로 어떤가? 존 독일, 네덜란드, 영국 혹은 북유럽 나라와 미국에서 많이 오는 편이다.

선앤코에서 지냈던 구성원을 소개해주기 바란다. 존 첫 게스트였던 페테르는 덴마크 사람인데 지난 3년간 열 번이나 방문할 정도로 선앤코를 자신의 또 다른 집으로 여긴다. 독일에서 온 토비아스는 지난 2월 3개월 일정으로 이곳에 왔는데, 넉 달째 살고 있다. 기업 웹사이트 구축을 주로 하는 그의 직업은 이곳과 안성맞춤이다. 이 밖에도 검색 엔진 덕덕고(DuckDuckGo)를 위해 일하는 알리는 3년째 여러 나라를 돌아다니며 디지털 노마드의 삶을 살고 있는데, 선앤코는 그녀의 스페인 거처라 할 수 있다. 이번이 세 번째 방문이다. 런던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프랑스인 일러스트레이터인 로랑도 지중해의 영감이 필요할 때면 이곳을 찾는다. 한 번 올 때마다 몇 주씩 머물며 다른 거주자에게 새로운 스킬을 배우고 개인 작업에 집중하는 동시에 번잡한 도시 생활에서 벗어나 잠시 휴식을 취한다. 이곳에서 지내는 사람들은 직업적 배경이나 전문 분야, 나이, 관심사가 매우 다양하다. 하지만 서로 비슷한 삶의 가치를 추구하고, 그래서 많은 영감을 주고받는 것 같다.

선앤코에는 현재 몇 명이 거주하고 있나? 존 현재는 16명이 살고있다. 최대 스무 명까지 지낼 수 있는데 보통 지금 정도의 구성원 수가최적의 밸런스를 보여주는 것 같다. 한 집에서 서로 교류하면서도 너무 복잡하거나 시끌시끌하지 않아 적당하다.

원격 근무를 하는 디지털 노마드 이외에, 어떤 이들에게 선앤코를 추천하고 싶은가? 시에나 한곳에 정착하지 않고 거주지에 구애받지않는 라이프스타일을 시도해보고 싶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환영한다. 여기서 머무는 이들 중에는 단순히 코리빙을 경험해보고 싶어서 찾아온 사람들도 있다. 한편으로는 꼭 유랑이 목적인 아니라, 다른 이들과 생활하며 신선한 영감과 활력을 얻을 수 있는 또 다른 공간을 원해 방문하는 사람도 많다. 이들에게 선앤코는 단순한 별장이나 휴가지가 아니라 제2의 집인 셈이다.

커뮤니티를 이끌면서 가장 의미 있었던 순간은 언제였나? 존 1년전이었다. 선앤코에 머물던 커플이 있었는데 어느 날 저녁 다 함께 식사 자리에서 다음 날 결혼을 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당시 집에는 온 지 일주일도 안 된 사람도 있었고, 나를 포함해 이들을 잘 아는 사람들도 있었는데 모두가 합심해서 결혼식을 준비했다. 24시간이 채 안 되는 시간에 그렇게 아름다운 결혼식을 준비할 수 있었다는 사실이 지금 생각해도 놀랍다. 구성원들이 서로 아낌없이 베푸는 이타적인 면모를 일상적으로 접할 수 있는 커뮤니티를 일구었다는 사실이 뿌듯했다.

선앤코가 추구하는 코리빙×코워킹 라이프스타일은 당신에게 어떤 영향을 끼쳤는가? 존 선앤코를 운영하면서 나는 열정을 되찾을 수 있었다. 구성원들이 서로 돕고 가르치며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 만으로도 느끼는 것이 많다. 대가 없이 자신이 가진 것을 나누는 사람들의 선한 면을 볼 수 있어 기쁘다. 시에나 코리빙은 내게 인생에 대해 아주 많은 것을 가르쳐주었다. 뉴욕에서 온 나는 때로는 느리게 사는 삶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되었다. 또 일에만 매달리지 않고 한발 물러서 새로운 경험과 교류에 초점을 맞출 때 삶이 풍성해질 수 있다는 사실도 깨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