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여빈 벌룬 슬리브 플리츠 톱 발렌티노 바이 무이(Valentino by MUE), 카키 와이드 팬츠 카이트 바이 무이(Khaite by MUE), 그린 베이지 후프 이어링 마마 카사르(Mama Casar).
한지은 원피스 오앨(Oh L), 레드 스커트 듀이듀이(Dew E Dew E), 신발 슈츠(Schutz), 오른손에 낀 링 에스바이실(S_S.il), 왼손에 낀 링 고이우(Goiu).
천우희 핑크와 블랙 배색의 원피스 메종 마르지엘라 바이 육스(Maison Margiela by YOOX). 블랙 레더 부츠 지안비토 로시(Gianvito Rossi).

레드 레더 오프숄더 드레스 알렉산더 맥퀸(Alexander McQueen).

천우희 그린 수트와 골드 체인 디테일의 벨트 모두 지방시(Givenchy), 슈즈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전여빈 화이트 솔리드 셔츠, 그레이 스웨터, 그린 플라워 프린트 스커트 모두 프라다(Prada), 애니멀 패턴 스틸레토 힐 슈츠(Schutz),
다이아몬드 형태의 핑크 이어링 비올리나 바이 서울패션창작스튜디오(Viollina by Seoul Fashion Creative Studio).
한지은 재킷과 팬츠 모두 듀이듀이(Dew E Dew E), 안에 입은 셔츠 코스(COS), 슈즈 레이첼 콕스(Rachel Cox), 이어링 고이우(Goiu).

언밸런스 프린팅 실크 셔츠 에밀리오 푸치(Emilio Pucci), 에스닉한 비즈 이어링 더퀸라운지(THE QUEEN Lounge).

천우희 민트 퍼프 숄더 미니 원피스 로테이트 바이 네타포르테(Rotate by NETA-PORTER), 골드 프릴 장식 힐 지안비토 로시(Gianvito Rossi).
전여빈 블루 오버사이즈 재킷, 실크 프린팅 스커트 모두 드리스 반 노튼(Dries Van Noten), 블루 스틸레토 힐 지안비토 로시(Gianvito Rossi), 블루 이어링 헤스티아(Hestia).
한지은 목걸이, 블루 스커트 모두 코스(COS), 레이어드한 노란색 치마 손정완(Son Jung Wan), 블루 스틸레토 힐 자라(ZARA), 니트 톱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멜 로가 체질’이기 힘든 시대입니다. 그럼에도 멜로가, 연애가 삶을 재미있게 하고 풍요롭게 한다는 점에 동의하나요? 모두 그렇죠. 우희 그럼요. 즐거움만이 아니라 괴로운 것 또한 행복일 수 있는거니까. 여빈 하지만 연애는 그 사람을 알고 하는 일이 아니니까, 풍요를 줄 줄 알았더니 아주 큰 공허감만 남기는 경우가 있기는 하죠. 우희 음, 대답에서 뭔가 묻어나는 게 있네요? 지은 뭐가 맺혀 있었던 것처럼. 여빈 그런 경우가 없길 바라며….(일동 웃음)

8월 9일 첫방송하는 드라마 <멜로가 체질>은 막 30대에 접어든 여성들과 그들의 삶이 주체가 되는 이야기입니다. 동시대 많은 여성이 기다렸고 반가워할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참여하는 배우들 역시 마찬가지일 것 같은데요. 여빈 네. 아주 반가웠습니다. 서로 한바탕 떠들 수 있는 역할에 대한 갈급함이 있었고, 무엇보다 그 안에 수많은 사람이 있다는 것이 좋았어요. 여성을 포함한 많은 등장인물이 저마다 각자의 이야기를 가지고 있고, 마구 떠든다는 느낌이 들었는데 그 대화에 너무 참가하고 싶은 거예요. 내 역할이 뭐라도 상관없으니 나도 저기서 한바탕 떠들고 웃을래. 그런 마음이 있었어요. 우희 또래 여성들의 이야기고 뻔하지 않다는 점이 좋았어요. 캐릭터 각각의 면면과 그들의 이야기가 다양하고, 표현할 수 있는 부분이 많아서 남녀노소를 떠나 많은 분이 이 드라마를 좋아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게다가 이병헌 감독님이 이야기를 기가 막히게 잘 풀어내니까 그냥 믿고 하고 싶었어요. 그리고 저 스스로도 지금까지 맡은 역할과 완전히 상반된 캐릭터라는 점에 끌렸고요. 갈망 하던 캐릭터였거든요. 이번 작품은 내가 잘해야지 하기보다 그저 현장에서 너무 즐겁고 행복한 거예요. 요즘은 거리낌이나 걱정 없이 현장에서 아주 즐겁게 보내고 있어요. 지은 작품이 좋기도 했지만 저는 2차 오디션 직전에 ‘진주’와 ‘은정’ 역할에 천우희, 전여빈 배우가 캐스팅됐다는 소식을 들었거든요. 무조건 해야한다는 생각밖에 안 들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감독님 만나서 우리 3명의 배우가 어떻게 다르고, 얼마나 조화로울지 설명하고 설득하면서 엄청 어필했어요. 우희 잘했네, 잘했어.

재미와 웃음을 주는 가운데 사실적이면서 진일보한 여성 캐릭터가 등장할 것으로 기대합니다. 그런 점에서 각자 맡은 캐릭터를 평하자면? 여빈 은정이를 설명하는 한 문장이 있어요. ‘갑자기 대박이 나서 백만장자가된 다큐멘터리 감독’. 그녀는 친구들과 같이 살며 예쁜 동생도 있고 언뜻 단란해 보이지만 그 안에 아픔이 있어요. 누가 봐도 좋은 상황을 맞았고 다 좋아 보이는 사람에게도 아, 이런 면이 있구나 하는 부분을 보여줄 수 있는 역할 같아요. 또 은정은 무례하지 않는 선에서 할 말은 하는 성격이거든요. 자기 할 말을 하면서 산다는 게 어려운 일이잖아요. 근데 은정이만 그런 게 아니라 우리 셋이 맡은 인물이 다 그래요. 우희 시대가 바뀌면 여성 캐릭터를 표현하는 방식도 달라지는구나 싶은 게 어떻게 보면 똑같은 상황에서도 표현 방법, 말이나 행동이 다른 거예요. 그런 부분에서 동시대 여자들이 공감할 지점이 많을 것 같아요.

진주 역은 어떤가요? 우희 저는 그냥 ‘돌아이’예요.(웃음) 달리 표현할 말이 없어요. 그냥 돌아이다. 겉보기에는 돌아이가 맞긴 해요. 행동이 거침없고, 자기 하고 싶은 대로 하며 사는 것 같거든요. 근데 제가 생각할 때 이 친구는 드라마 작가로서 자신의 일이건 사랑이건 우정이건 제 앞에 놓인 것에 열심히, 적극적으로 임하는 사람이에요. 자기 세계에 빠져서 자기밖에 생각하지 못하는 돌아이가 아니라 돌아이지만 사랑도, 일도 열심히 하는…. 진주 역시 다른 식의 아픔이 있지만 그만큼 또 성장하는 캐릭터예요. 여빈 한주 캐릭터까지 포함해서 우리 셋 다 극복의 과정이 있는 것 같아. 지은 처음에는 한주라는 캐릭터가 자신을 위해 살지 않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어요. 누구한테든 항상 ‘괜찮아’ 그러거든요. 여기저기 치이고 상처받아도 괜찮은 것처럼 타인에게 비치죠. 한데 한주에게는 어린 아들이 있고, 마케터라는 직업인으로서 사회생활에서 책임감을 가지고 해내야 할 일이 많은 사람이기 때문에 대체로 인내할 수밖에 없는 거예요. 한주의 그런 부분에 많은 분이 공감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또 기본적으로 순수한 면이 있는 친구라 가끔씩 아주 순수한 의도로 자기 할 말을 하는 순간이 있는데 그때 꽤 속이 시원해요. 우희 그런 거보면 우리는 자기 할 일 하면서 할 말은 하는 거잖아. 그래서 멋있는 것 같아요.

우희 씨는 <우상>, 여빈 씨는 <죄 많은 소녀> 등 두 사람 모두 최근까지도 감정을 극단까지 끌어내리는 역할을 해왔잖아요. 밝은 작품을 만나보니 어떤가요? 생활도 덩달아 밝아지나요? 우희 드라마와 영화의 차이기도 한데, 영화는 촬영 시기와 시간이 정해져 있으니까 어두운 역할을 해도 현실에 많이 묻어나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헌데 드라마는 하루 종일 진주가 돼 진주를 연기하다 보니까 게다가 가벼운 역할이니 역할에서 오는 에너지를 굳이 차단할 필요가 없는 거예요. 그냥 얘랑 같이 생활해도 괜찮겠다, 몇 개월 동안은 이대로 살아야겠다 싶더라고요. 모든 게 즐겁고, 모든 게 과감한 사람이니 나쁠 게 없죠. 저도 밝은 역할은 처음 해보니까. 지은 왜 믿어지지 않지? 처음이야? 밝은 역할이? 우희 처음이야. 처음이에요. 촬영 기간이 길다 보니 체력적으로나 연기적으로 드라마를 겁내는 지점이 있었는데 이번에는 시간이 지날 수록 에너지를 받는 것 같아요. 현장에서도 그렇고 이 친구들과 함께하는 게 너무 재미있어요. 여빈 우리 셋을 포함해 모두 한자리에 모이는 신을 찍을 때 너무 신나요. 크게 뭘 하지 않았는데도 기분이 좋아져요. 또 하나 느낀 건 각자의 개인적인 에피소드가 많거든요. 가족이나 가까운 친구 등 일상의 사람이나 관계에 대해 생각해보게 돼요. 그래서 현장에서 느껴지는 감정이 굉장히 많아요. <멜로가 체질>에 참여하면서 확실히 감정적으로 풍족해지는 면이 많았어요. 우희 뭔가 마음이 꽉 차는….

또래 배우, 성별이 같은 배우들끼리 연기하면서 주고받는 긍정적 영향이 있을 것 같습니다. 오늘 화보 촬영을 해보니 일단 세 배우가 굉장히, 엄청나게 가까워졌다는 건 잘 알겠어요. 우희 처음 만날 때부터 셋이 얘기가 터져 가지고.(웃음) 지은 별 얘기 다했어요. 우희 또래와 함께할 때 가질 수 있는 호흡과 에너지가 좀 다르기는 한 것 같아요. 너무 재미있고, 즐겁고, 함께 으쌰 으쌰하는 기분이 드니까 서로 격려하면서 만들어지는 것들이 있더라고요. 의지가 되고. 여빈 이상하게 덜 외로워요. 편안하고, 그 안에서 그저 옆에만 있어도 좋아요. 같이 고군분투해주고 있다는 사실도 엄청나게 의지가 되고요. 우희 30대가 되면서 나에게 무엇이 소중한지 알아서 그런지 20대 때 겪었던 것보다 달리 느껴지는 부분이 있어요. 또 사회생활을 하면서 또래를 만날 일이 의외로 흔치 않기 때문에 지금 우리의 조합이나 상황, 이렇게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소중하고 감사해요.

드라마 <멜로가 체질>은 주인공들이 한 사람의 직업인이자 30대 여성으로서 주체성을 갖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야기이기도 하죠. 동시대 여성인 배우 본인들 역시 극 중 캐릭터들처럼 시행착오를 겪어왔는지, 그 고민 속에서 새긴 다짐이나 원칙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여빈 10대 때는 인생에 정답이 있는 줄 알았어요. 어릴 때 만화나 드라마를 보면 이야기의 결말이 딱 떨어지니까나 역시 당연히 그럴 거라고 생각하며 살았던 것 같아요. 그렇게 10대를 지나고 20대를 겪으면서 내가 나를 몰랐고, 내 옆의 가까운 사람조차 몰랐다는 것을, 나아가 인생 자체를 너무 몰랐다는 걸 깨달았어요. 그렇게 30대가 되니까 이제는 이 변화무쌍한 흐름을 조금은 알게 된 것 같아요. 정답이 없는 게 당연한 거구나 하고요. 이 사실을 이제라도 알았으니 다행이에요. 우희 나 무슨말인지 알 것 같아.(웃음) 나도 요즘 그렇게 생각하는 게 있거든. 내가 뭘 안다기보다 이제는 어떤 상황의 흐름에서 파도가 이렇게 일어나면 그냥 그 파도에 슥 몸을 실어야겠다는 마음이 조금 생긴 것 같아. 전에는 어떡하지 하며 안절부절못하고, 이래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하고 주저했던 일들이 사실은 정답이 없는 것이고, 내가 생각한 방향인 A로 가지 않고 B로 간다고 해서 어차피 지금 정해지는 것이 아니구나, 그냥 파도에 실려서 한번 둥둥 떠가보자 하는 생각을 이제는 조금 더 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더 과감할 수 있고 내 의견을 전할 때도 조금 더 명확하게 표현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자기표현적인 면에서. 전에는 나보다는 타인을 생각하거나 혹시 모를 불안한 미래에 대해 너무 많은 생각을 했다면 이제는 주저하는 태도가 조금은 줄었다고 할까. 뭐 이렇게 말하지만, 성향은 바뀌지 않아요. 사람 어디 안 갑니다.(웃음) 기질이 바뀌지 않기 때문에 실수와 후회, 고민을 반복하겠죠.

후회하다가도 어느 날은 다시 아, 파도를 타야겠다 하고요.(웃음) 여빈 자책을 많이 하는 성격인데 이제는 그러고 싶지 않아요. 실수하거나 잘못한 부분은 정확히 짚고 넘어가서 좀 더 괜찮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마음은 확실하지만, 스스로를 증오하거나 미워하고 싶지는 않아요. 이제는 내 못난 부분을 조금 받아들이고 싶고요. 사실 내 모습을 받아들일 수 있으면 남의 모습도 받아들일 수 있는 거거든요. 내가 나를 품지 못할 땐 그 분노가 남에게도 향해요. 이제는 마음을 더 넓히고 싶고 행복을 받아들일 수 있는 평안한 마음, 열린 마음을 갖고 싶어요. 지은 맞아. 나도 자책을 많이 하는 스타일. 어릴 때는 내 안에 정답을 정해놓고 거기에 나를 끼워 맞추려고 하는 면이 있었어요. 나라는 사람을 솔직하게 바라보지 못하고 인정하지 못하는 거죠. 내가 되고 싶은 환상 속 나와 현실의 내 모습 사이의 갭이 굉장히 큰데 그 격차를 줄이기 위해 스스로를 지나치게 괴롭혔던 것 같아요. 그러다 보니 당연히 내 기대에 어긋나는 부분도 많고, 자책할 일도 많은 거죠. 이제는 스스로를 인정하려고 노력해요. 나아가 이제는 나만의 색, 나만이 가질 수 있는 것을 궁금해하게 됐어요. 그동안 만들고 꾸며놓은 나만 있지 진정 나를 잘 모르겠더라고요. 찾아가야죠. 우희 그래서 30대가 좋아요. 30대가 된 이후부터 조금씩 찾아가는 것 같아서.

왜 그러는 걸까요? ‘20대 후반 여성’이라는 과도기가 도대체 무엇이길래 모두 비슷한 마음을 품게 만드는 걸까요? 우희 주변과 사회가 주는 불안감이 있는 것 같아요. 지은 뭘 이뤄내야 한다? 우희 맞아요. 늦춰지고 있긴 하지만 20대가 끝나기 전에 뭐 하나라도 끝내놔야 할 것 같은 분위기가 있잖아요. 20대 중반에 직업을 구해서 사회적으로 자리를 잡는다든지, 결혼을 하든지 뭔가 하나를 완벽하게 이행해야 할 것 같은 압박에 시달리다가 막상 30대 들어 살아보면 별반 다를 것이 없잖아요. 그래서 나만 이런가 싶어서 주위를 돌아보면 다 비슷해요. 한데 이게 마흔이 되도 비슷할 것 같단 말이죠. 20대에는 주변 얘기만 듣고 주저하고 불안해했다면 30대에는 자기중심이 생기면서 외부의 것보다 내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닫는 것 같아요. 더 과감해질 수도 있고요. 여빈 사람은 사회적인 동물이니까 주변에서 해주는 말이 학습돼 내가 의도하지 않아도 나의 것이 되잖아요. 그러면서 나라는 존재의 실체는 점점 흐려지고, 반대로 환상 속 나의 덩치는 더 커지는 것 같아요. 거기서 오는 괴리감에 터지고 다치다가 시간이 쌓이고 엎어지고 굴러보면서 아, 이게 아니었어! 하면서 어느 순간 껍질이 탁 깨지나 봐요. 그러면서 껍질 사이로 공기도 약간 들어오고 숨도 쉬면서 ‘그래, 비록 나는 작은 병아리지만 껍질을 깼다!’ (웃음) 우희 우리 닭은 언제 돼? 여빈 닭 될 필요 없어요. 닭은 안 돼도 돼요!

20~30대 청년들의 큰 화두 중 하나가 ‘나다운 삶’, ‘자신에게 솔직한 삶’이잖아요. 무슨 캐치프레이즈처럼 모두 그래야 할 것만 같고요. 하지만 매 순간 나답게, 솔직하게 살기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죠. 지은 ‘나답다’는 것 자체도 어려운 게… 저는 일기를 쓰면서 생각을 정리하고 스스로 위안도 받는 편인데 어느 순간, 나만 보는 그 글조차 내가 자신에게 온전히 솔직했나 하는 의문이 들더라고요. 예를 들어 누군가에 대해 욕을 엄청 쓰고 싶은데 왠지 인간적으로 그러면 안 될 것 같아서 감정을 정확하게 표현하기보다 순화하고 에두르게 되는 거예요. 또 순간순간 자기 합리화를 해서 스스로에게도 솔직하지 못한 순간이 많은 것 같고요. 그래서 진짜 나다운 게 뭘까? 우희 찾아가는 과정? 지은 맞아요. 그래서 결국에는 나다운 것은 내가 스스로 나를 알아서 ‘나는 이런 사람이에요’라고 말할 수 있는 게 아니라 다양한 상황에서 내가 이런 모습, 저런 모습을 취하고 그것들이 쌓여서 누군가에게 나라는 사람이 형성되고, 비치는 이미지가 결국 나일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타인들이 보는 내 모습이 진짜 나일 수도 있다고요.

나다움을 찾는 다는 게 영영 해결하지 못할 수도 있는 숙제 같아요. 여빈 대부분의 사람이 뭔가 딱 떨어지는 걸 좋아하잖아요. 인생 자체가 불안하니까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나다운 것도 누군가 “넌 어떤 사람이야?” 라고 물었을 때 자신을 정확히 설명하길 원하는 것 같아요. 하지만 모두가 자신을 설명할 필요가 없고, 설명하지 못할 수 있다는 걸 받아들이고 끊임없이 나에게도 상대에게도 기회를 주는 것이 나다움, 우리다움을 지켜가는 원동력, 핵심이라고 봐요. 우희 나다운 게 뭐지? 하는 물음이 언뜻 자아 성찰을 위한 것 같지만 결국에는 사회가 원하는 모습이 어떤 모습인지 생각하게 만드는 질문이 된 것 같아요. 사회적으로 자신을 증명해야 하는 과정에서, 가령 면접을 보러 가서 누군가에게 나는 어떤 사람입니다 하고 정확하게 표현하지 않으면 어딘가 부족한 사람처럼 보이잖아. 혹은 그 질문을 받았을 때 몰‘ 라요’ 하면 와, 저 사람은 자기 자신에 대해 확신이 없네 하고 평가하니까. 지은 맞아, 자기 자신도 모르네 하고…. 그리고 저는 그런 정의를 내린다는 게 무서워요. 나는 뭘 좋아하지? 생각하면 망설여져요. 특히 취미, 특기 그런 질문.(웃음) 우희 난 취미나 특기가 없어. 그중 가장 어려운 게 취향. 난 취향이 진짜 없어. 지은 나도! 억지로 짜내야만 하는 거야. 살면서 취미도 특기도 심지어 성격도 변할 수 있는 건데. 그나마 확신이 들고 정의할 수 있는 건 딱 하나밖에 없어. 난먹는 걸 좋아해.(일동 웃음) 저는 그것밖에 없어요. 그것 말고는 잘 모르겠어요. 우희 우리 죽기 전에는 알자. 눈감기 전에만 알면 되죠,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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