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트 셔츠 코스(COS).

니트 톱 코스(COS), 반바지 자라(ZARA), 슬립온 반스(Vans).

코트 코스(COS), 브이넥 셔츠 김서룡 옴므(Kimseoryong Homme), 팬츠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통 코스(COS).

블랙 민소매 톱, 스카프, 블랙 팬츠 모두 김서룡 옴므(Kimseoryong Homme), 브라운 재킷 문탠(Moontan), 시계 뜨레모스트로(3mostro), 슈즈 자라(ZARA).

블랙 재킷, 블랙 팬츠 모두 김서룡 옴므(Kimseoryong Homme).

드라마 <구해줘 2> 종영 후 어떻게 지냈어요? 살을 좀 찌워야 될 것 같아서 요즘 계속 과식하고 있습니다. <구해줘 2> 촬영하면서 살이 많이 빠졌어요.

‘김민철’이라는 역이 감정과 육체적 에너지를 많이 쓰는 역할이었죠? 네. 아무래도 회차가 많고 그만큼 열심히 하려다 보니까. 그리고 촬영장 근처에 있는 온천에서 자주 사우나를 하다 보니 그런 걸 수도 있어요. 땀을 많이 빼가지고.

촬영장 복지가 좋았네요. 최고였습니다. 그날의 피로를 그날에 풀었어요. 4개월을 홍성에서 지냈는데 일주일 중 최소 5회는 사우나를 간 것 같습니다. 그래서 끄떡없었습니다.

김민철이라는 캐릭터는 가족과 주변 사람들에 대한 사랑이 있지만 감정을 표현하는 데 아주 서툰 사람이죠. 그런 면에서 본인과 닮은 점이 있나요? 비슷합니다. 표현이 서툰 건 똑같은데 그 방식에 있어서는 조금 다른 것 같아요. 저보다는 민철이가 좀 더 거칠고 투박한 게 아닌가 싶어요.

민철의 가장 따뜻한 모습은 마지막 회에서 오랜 갈등 관계였던 파출소장에게 ‘형’이라 부르는 장면이었던 것 같아요. 그때 대사가 ‘형, 내가 연락할게’였는데 손발이 너무 오그라들어서 리허설할 때 감독님께 말씀드렸거든요. 감독님이 일단 해보자고 하셔서 감독님 믿고 ‘형!’이라고 외쳤죠. 근데 막상 해보니까 기분이 약간 이상했어요. 아마 파출소장 역을 맡았던 조재윤 선배님도 같이 느꼈던 것 같아요. 제가 ‘형’ 하고 부르자 선배님이 저를 딱 쳐다보는데 기분이…. 그리고 그 전에 파출소장으로부터 ‘(파출소장의) 아버지 돌아가셨다’ 라는 대사를 듣고 나서 부르는 상황이라 더 그랬던 것 같아요. 모니터 보면서는 너무 좋았어요. 아, 감독님 말 진짜 잘 들어야겠다.(웃음)

실제 일상에서도 마음을 표현하기 위해 큰 용기를 내야 하는 어색한 순간들이 있죠. 네, 너무 어색했어요. 그래서 자세히 보면 ‘연락할게’ 하는 부분은 인상 쓰고 바닥 보면서 대사를 말해요. 그리고 화면에는 담기지 않았지만 형이 돌아서서 걸어가는 뒷모습이 짠했어요. 씩씩하게 걸어가는데 안쓰러운 느낌. 그때 조재윤 선배님의 모습이 기억에 많이 남아요. 선배님, 보고 싶습니다.

SNS를 안 하는 이유가 자신이 찍은 사진을 여기저기 알리는 게 민망하고 쑥스러워서라고 하던데? 일단은 안 해봐서요. 만약 해보고 싶었으면 진작 했을 텐데 지금이 편한 것 같아요. 혹시라도 내년에 갑자기 SNS 계정을 만들 수도 있겠지만(웃음), 지금은 만족스럽습니다.

자기를 덜 드러내도 삶이 충만한 사람들이 있죠. SNS를 하지 않아도 충분히 좋으니까 굳이 과시하거나 보여줄 필요를 못 느끼는, 드러내지 않고도 마음이 편한 편인가 봐요? 맞는 대답인지는 모르겠는데 드러낸다는말과 연결 짓는다면 연기의 매력이 그 드러냄 같아요. 드러내고 싶은 마음이 전혀 없다고는 할 수없고, 저 역시 그런 면이 있는데 그 드러냄이 연기로 다 해소되는 거 같습니다. 배우라는 직업의 매력이 일상생활에서는 할 수 없는 것을 연기라는 울타리 안에서 자유롭게 하는 것이기 때문에 무섭고 부담되면서도 재미있고 즐거운 경험이 되는 것 같아요. 잘 안 될 때가 괴롭죠.

이전 인터뷰들을 보니 낯을 많이 가리고, 매사에 조심스러워하는 듯한대 스스로 가장 조심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상대방. 나를 포함해 우리는 다 다른 사람이잖아요. 각자 인격이라는 게 있으니까요. 근데 제가 지나치게 조심스러워하는 경향이긴 해요. 그래서 상대 배우에게 연락처를 물어보지도 못해요. 물어보고 싶어도 혹시나 불편해하지 않을까, 그런 조심이 있어요.

함께 찍는 신이 많았던 한선화 씨와도 촬영 막바지에야 말을 편히 했다고 하더라고요. 네, 그랬어요. 그래서 미안했죠. 근데 예전보다는 아주 많이 좋아진 거라 다음번에는 더 좋아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조심스럽습니다.

더 좋아져야 할 필요가 있나요? 좋은 쪽으로. 좋은 쪽이 어떤 쪽인지는 모르겠는데 내가 덜 조심스럽고 편하면 상대방도 나를 편하게 느낄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은 있어요. 선배님들께 깍듯한데 그걸 좀 벗어나게 해준 분이 <구해줘 2>에서 함께 연기한 수달 역할의 (백)수장 형과 성 목사 역할의 (김)영민 형이에요. 특히 제가 형이라고 잘 못 불러요. 같이 작업해도 형이라 고 부르는 사람이 얼마 없어요. <밀정> 때 (허)성태 형 정도예요. 영민 형의 경우는 차이가 많이 나는데도 편하게 형이라고 하라고 해주셔서 그렇게 됐는데, 호칭이 사람을 바꿔주기는 하더라고요. 형, 형 하다 보니까 나중에는 장난도 많이 치고.(웃음) 그래서 좋은 쪽으로, 좋아져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맡았던 역할들과는 상반된 의외의 면들이 많아요. 오히려 그런 모습이 대중에게 매력적으로 느껴질 수 있을 것 같고요. 아, 아닙니다. 술도 안 마신다고요? 술은 체질적으로 안 받아서요. 몇번 마셔보기도 했는데 너무 쓰더라고요.

커피도 써서 단 커피를 좋아한다고요? 그래서 바닐라 라테만 마십니다.

스마트폰 메신저 앱도 사용 안 한다고 하더라고요. 지금도 안 하나요? 네. 안 하고 있습니다. 문자로도 충분히 소통되고 큰 불편함을 못 느껴서요.

특유의 조심스러움은 연기와 캐릭터에 접근하는 과정에서도 크게 작용하나요? 네. 그 부분이 재미있으면서도 너무 힘듭니다. <구해줘 2>에서는 천호진 선배님과 대립한다는 게 가장 두렵고 부담이 돼 힘들어했는데선배님이 “마음대로 해, 편하게 해”라고 말해주셔서 그 순간만큼은 편하게 저질러볼 수 있었던 거 같아요. 재미와 동시에 두려움이 항상 같이 있는 것 같아요. 하지만 재미는 정말 순간이고, 대부분은 두려움과 부담감으로 가득 차 있는 것 같습니다.

이번 드라마도 그렇고 영화 <잉투기> <밀정> 등에서 보인 거침없는 캐릭터를 보면 일말의 주저함이라고는 느껴지지 않는데요. 직업이다 보니까 그 순간만큼은 먹고살… 농담입니다. 책임감도 있고 해내야 하고, 해내고 싶은 마음들이 뒤섞여 그 순간만큼은 이상한 에너지를 쏟아내는 것 같아요. 근데 그게 잘 될 때도 있고, 안 될 때는 아주 많아요. 부담감에 짓눌려서 자유롭게 못 노는 순간도 많고, 아직은 왔다 갔다 쿵쾅쿵쾅하면서 계속 경험해 나가는 것 같아요. 현재 딱 그런 상태인 것 같습니다.

배우라는 직업인으로서 갖춰야 할 덕목들이 있잖아요. 자신과 부합되는 면이 있다면? 처음에는 어느 정도까지 생각했냐면 ‘나는 진짜 연기와 안 맞는 사람인가? 하면 안 되는 사람인가?’ 라는 생각까지 들었어요. 너무 심하게 낯을 가려서 현장에서 정말 좋은 마음, 아껴주는 마음으로 “그렇게 아무 말도 안 하고 있으면 네가 힘들다. 사람들과 어울리고 말도 해야 한다”고 충고해주시는 선배님도 계셨어요. 그래서 현장에서 막 질문도 하고 노력하는데 그게 또 너무 어색한 거예요. 스스로가 불편하니까 상대방도 어색해하고. 그래서아, 이것도 아닌 것 같고 어떻게 해야 하지? 하면서 계속 기도하면서 버틴 것 같아요. 그래도 지금은 조금 이해해주는 분들이 많이 계셔서 편하게 있을 수 있어요. 이젠 영민이 형이나 수장이 형 같은 분들 있으면 현장에서 장난도 치고 그래요. 관계는 다른 방식이나 다른 색깔로 존재할 수 있고, 무엇이든 좋은 것 같아요. 말 못하고 있을 때도 좋은 분들이 아주 많거든요. 선배님들 이야기를 들을 때도 너무 좋고요.

배우 엄태구를 세상에 알린 역할들이 주로 강한 캐릭터였죠. 본인이 생각 하는 강함이란 무엇인가요? 본인은 강한 사람인지 궁금합니다. 내면이 강한 사람이 진짜 강한 사람 같아요. 저는 어떤 면에서는 강한 것 같은데, 또 어떤 면에서는 한없이 연약한 사람인 것 같아요. 잘하든 못하든 작품을 선택하고 시작하면 끝까지 붙들고는 있는 것 같아요. 붙드는 힘. 어떻게든 남은 걸 끝까지 마무리하려는 태도인데 저 말고도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할 것 같긴 하네요. 약한 부분은 그 외의 것 모두 약합니다.

자기 확신은 강한 편인가요? 자기 확신은 거의 없습니다. 확신이 없어서 더 끈질기게 붙잡는 것 같아요. 그래서 더 기도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확신 없는 사람치고는 20대 초반 영화과에 입학해 수많은 단편영화에 출연하고, 역할의 경중을 가리지 않고 오랜 시간 꾸준히 연기를 해왔는데, 그럼에도 자기 확신은 없다는 거죠? 학생 때는 제가 잘하는 줄 알았어요.(웃음) 그게 아니라는 걸 깨달은, 빨리 깨달았는지는 모르겠는데 깨닫고 난 뒤의 시간이 제겐 더 길어요. 그래서 배우 말고 다른 거 뭐 할 거 없나 찾던 시간도 길었고. 그 마음을 깨준 작품이 <밀정>이었어요. 김지운 감독님, 송강호 선배님을 만나면서 많이 배웠고, 나도 저렇게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어요. 당시느낀 것, 배운 것들 가지고 ‘앞으로 계속해보자’ 하고 온전히 직업으로 붙잡을 수 있었던 계기가 <밀정>이었어요. 이번 <구해줘 2>를 하고 나서야 진짜 직업처럼 다가왔고요. 아무래도 매일 출근하듯 촬영장에 가다 보니까 직장 나가듯 일을 하는 느낌을 받았어요. 그렇습니다. 여전히 자신은 없지만 그렇게 지금까지 지나올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최초의 연기 경험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전문 배우가 되기 전 교회에서 했던 연극이었을 것 같습니다. 다수의 관객이 나를 본다는 최초의 체험, 모두가 나를 지켜보고 주목한다는 것이 배우 엄태구에게는 유난히 충격적이고 놀라운 경험이었을 것 같은데요. 그때는 또 다르게 약간 겉멋 들어서(웃음) 당시에는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지금 돌이켜보면 겉멋이 많이 들어 있지 않았나싶어요. 학교를 다니면서도 겉멋이… 물론 초반보다는 덜 했겠지만 그래도 다른 색깔의 겉멋이 들어있지 않았나. 그래서 지금도 항상 정신차리려고 해요.

단련한다는 마음, 단련하듯이 살았던 시기도 있었나요? 대부분이 그런시기였던 것 같고 지금도 계속 그러고 있는 것 같아요. 뭘 수행한다기보다 그때는 잘 몰랐는데 돌이켜보면 말도 안 되게 감사한 일들의 연속이었다는 생각이 들어요. 심지어 아무것도 모르고 겉멋 든 채 연기를 시작했던 순간마저도요. 겉멋이 안 들었으면 시작도 안 했을 테니까요. 그렇게 지나온 순간순간이 감사해서 지금도 아‘ , 이 또한 나중에 또 감사하겠지’ 하며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합니다. 물론 늘 잘되는 건 아니고요. 지금도 모르고 살다가 몇 년 지나 돌이켜보면 ‘아, 그때 그래서 이랬구나. 다 감사한 시간이었구나’라고 느낄 것이 분명합니다. 아, 이게 자기 확신인 것 같습니다. 찾았다, 확신. 저도 저를 찾아가고 있습니다. 그거는 확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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