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슬아슬하지만 명맥을 이어가는 이 땅의 밀은 매년 햇밀을 기억하고 기다리며 맛보는 사람들에 의해 지속되고 있습니다. 마르쉐는 햇밀 맛을 나누고 싶어 7월마다 작은 축제를 여는데, 올해로 네 번째 ‘햇밀장’이 섭니다. 도시 장터 마르쉐@혜화는 우리 밀이 수확되는 시기인 7월마다 햇밀장을 연다. 사람들이 찾지 않으면 사라지고 말 우리 밀을 기억하고, 그 맛을 보다 많은 사람들이 알게 하기 위해서다. 올해 햇밀장에는 이 땅에서 나고 나란 다양한 종류의 밀이 모였다.

장흥에서 농부가 만드는 빵집 ‘그랑께롱’을 운영하는 선강래, 김혜진 농부는 검정밀과 데메타밀 그리고 금강밀을 수확했다. 장흥 농가의 주요 소득 작물은 마늘과 양파인데, 이 두 작물은 농약과 비료를 많이 쓴다. 그게 싫어 두 농부는 밀을 선택했다. 땅을 건강하게 만들기 위해 녹비로라도 쓸 생각으로 사료용 호밀을 심으려다 사람이 먹을 수 있는 밀을 심게 되었다. 자연의 힘으로 밀 농사를 짓기 위해 다양한 풀과 미생물이 있는 환경을 만드는데, 밀을 수확한 후에는 메밀을 심어 밀대와 메밀대를 모두 밭으로 돌려보낸다. 이 과정에서 자연스레 유기물이 쌓이는 것. 밀 농사를 지으면서 빵 만들기를 배우게 되었고 지금은 장흥 읍내에 ‘그랑께롱’이라는 빵집을 열었다. 강원도의 김철민 농부는 조경밀을 기른다. 아이뿐만 아니라 환자들에게도 안전한 유기농산물을 생산하기 위해 제초제와 비료, 농약을 일절 사용하지 않는다. 괴산의 임태희, 김수정 농부는 앉은뱅이밀과 호밀, 스펠트밀을 가져왔다. 7년 차 우리 밀 농가로, 목수인 남편은 밀을 비롯한 몇 가지 작물을 키우고 아내는 우리 밀로 천연 발효빵과 수제 맥주를 만든다. 우리나라에서 구한 씨앗을 계속 증식해 이제는 자가 채종도 하고 있다. 공주의 버들방앗간은 6년째 밀 농사를 짓고 있다. 앉은뱅이밀을 키우게 된 건 토종에 대한 관심에서 시작되었다. 앉은뱅이밀은 다른 밀에 비해 농사가 까다로운 편인데, 물기를 싫어해 파종과 수확 시기를 잘 맞춰야 한다. 여전히 고민을 거듭하며 우리 땅에서 다양한 베이커리용 밀의 가능성을 찾아가고 있다. 열여섯 살에 시작해 50여 년 간 농사를 짓고 있는 순영농장의 홍순영 농부도 함께했다. 밀농사는 30년 전부터 지어왔다. 잘 보살핀 땅에서 좋은 밀이 나온다는 믿음으로 볏집과 나뭇조각을 발효한 퇴비를 사용한다. 너무 많은 것을 바라지 않고 하늘의 힘과 농부의 땀으로 지은농사에 만족해야 한다는 믿음으로 지금껏 농사일을 하고 있다.

이 밖에도 논산의 더불어 농원, 음성의 반유성 농가, 하동의 봄이네 살림, 고흥의 부지런한 농부, 보성의 생명이 움트는 숲, 구례의 지리산 베리 농가가 갓 수확한 밀을 선보였다. 햇밀 농부와 함께 햇밀로 빵을 만든 베이커들과 햇밀을 사용해 음식을 만드는 요리사들이 마르쉐@혜화에 함께했다. 더베이킹랩, 더벨로, 두두베이커리, 뺑드빱빠, 콩플레, 폴브레드 등의 베이커들은 우리 밀로도 풍미 넘치고 깊은 맛이 나는 빵을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알리고자 했다. 발효 시간을 늘려 소화가 잘되는 빵을 만든다는 더벨로의 반영재, 박민우 베이커는 소형 맷돌로 햇밀을 직접 제분해 빵을 구웠다. 아빠가 만들어준 빵이라는 이름의 뺑드빱바 이호영 베이커는 향이 짙은 우리 밀을 찾아내 통밀 식빵과 스콘을 만들었다. 콩플레는 거름을 주거나 잡초를 뽑지도 않고 자연 그대로 농사짓는 보성의 금강밀에 밀 발효종에서 얻은 천연 효모를 사용했다. 농부의 노력이 사람들에게 보다 깊숙이 전달될 수 있도록 빵을 만들 때도 자연을 거스르지 않고 싶었기 때문이다.

우리 밀의 귀함을 깊이 아는 베이커들과 요리사들이 농부가 애써 키운 밀로 만든 빵과 음식을 선보인 햇밀장. 더 많은 사람이 우리 밀의 가치를 알아주고 그 맛을 찾아준다면 내년에는 더 풍요로운 햇밀장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