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우리집

우리 집은 왜 이럴까. 부모님은 늘 서로 소리 지르며 싸운다. 내가 밥을 차려준다고 해도 온 식구가 식탁에 앉아 밥 한 번 먹기가 쉽지 않다. 우리 집은 왜 이럴까. 부모님은 일하느라 우리를 돌볼 겨를이 없다. 이사는 또 얼마나 자주 다니는지. 그리고 또 이사를 가야 한다. 영화 <우리집>은 도대체 우리 집은 왜 이런지 속상한 세 아이들이 자신들에게 닥친 문체를 해결하기 위해 있는 힘껏 고군분투하는 이야기다. 각기 나이가 다른 아이들은 서로 의지하고 힘을 주며 자신들의 방법대로 ‘우리 집’을 위해 애쓴다. 그 시절 우리 모두는 그런 시간을 지나왔을지도 모를 일이며, 우리가 지금을 이렇게 잘 살아가고 있는 이유는 온 힘을 다해 그 시절을 보냈기 때문이다.

 

전작 <우리들>과 달리 <우리집>은 나이가 서로 다른 아이들 3명이 주인공이에요. 그 연령대 아이들은 1년 차이도 성장 정도의 차가 커서 작업 과정이 전작과 달랐을 것 같아요. 가은 오디션을 할 때 많은 연령대의 아이들을 만났어요. 유진이는 극 중 일곱 살인데 오디션을 볼 때는 여섯 살 아이부터 열 살 아이까지 두루 봤죠. 그런 식으로 나이가 다른 3명의 아이들을 캐스팅하다 보니 초등학생은 물론 중학생 아이들까지 만나게 됐어요. <우리들> 때는 또래 친구들이 등장하니까 배우들 대부분이 초등학교 5학년이나 6학년이었고, 학업 진도를 비롯한 여러 면이 비슷해 배우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게 수월했어요. 그런데 연령대가 다른 여러 아이들을 만난 이번 영화는 마치 각각 다른 나라에 사는 사람을 만나는 것 같았죠. 모두 다른 문화권에 속해 있고 다른 언어를 쓰는 사람들을 만나는 것 같다고 할까. 처음에는 이 배우들과 어떻게 소통해야 할지 고민했는데 친해질수록 배우들이 서로 섞여 드는 느낌이 들었고 나도 훨씬 편해졌죠. 나중에는 뭔가 하나가 되어가는 느낌이었어요.

나이가 서로 다른 아이들로 이야기를 끌고 간 이유가 뭔가요? 가은 여러 연령대의 아이들을 보여주겠다는 의도는 전혀 없었어요. 극을 구성하다 보니 어릴 때 동네에서 만난 언니, 동생들 생각이 많이 났어요. 어릴 때는 같은 나이의 친구들만 친해지는 게 아니라 놀이터에서 놀다 친한 언니가 생기기도 하고 동네 가게에서 동생과 놀게 되기도 하잖아요. 그럴 때면 친구와는 또 다른 유대감이 생겨요. 언니들은 내가 어리니까 나를 도와주고, 동생들을 만날 때면 또래나 언니들을 만날 때와는 다른 감정이 생기고. 어릴 때부터 언니나 여동생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그런 우정이 더 특별하게 느껴졌는지도 모르겠어요. 그 우정이 오래 기억에 남기도 하고. 그런 감정을 표현하고 싶었어요.

영화의 출발점이 포스터에 나와 있는 것 같아요. 우리집은 왜 이럴까. 어릴 때는 우리 집만 다른 집과 다르게 느껴지잖아요. 어른이 보기에 별것 아닌 고민인데 어릴 때는 엄청 크게 느껴지기도 하고. 가은 다들 한 번쯤 해본 생각이 아닐까요? 대단히 큰 문제가 아니어도 ‘우리 집은 왜 이러지?’ 이런 생각. 오디션 볼 때 굉장히 많은 친구들을 만났는데 대부분의 아이들이 ‘우리 집은 좀 이상한 것 같다’고 말했어요.(웃음) 저마다 문제라고 생각하는 지점이 다를 테니.

<우리집>은 어른이 만든 아이들의 이야기예요. 아이들을 화자로 삼는데 그 때문에 접근할 때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지는 않았나요? 마치 자신이 다 알고 겪은 일처럼 이야기를 풀어가서는 안 될 것 같아요. 그 지점이 고민스러웠을 것 같기도 하고. 가은 지나온 제 유년기를 회고하듯이 쓰지는 않았어요. 그런데 사실 어른이 되어도 생각하거나 고민하는 프로세스가 크게 변하는 것 같지는 않아요. 그래서 극 중 인물이 나라면 어떻게 느꼈을지, 어떤 행동을 했을지 가정해봐요. 시나리오를 쓸 때 조사를 많이 하는 편인데, 그렇게 조사했는데도 배우 캐스팅을 확정한 다음에 물어보는 경우가 더 많죠. “어떤 상황에서 이런 말을 할 것 같아?” “이 친구는 이렇게 할 것 같아?” 하는 식으로. 배우들을 캐스팅하기 전에는 큰 덩어리의 이야기를 다듬는 과정이라면 배우들을 만나면 배우들의 의견을 들으며 이야기 구조를 디테일하게 다듬게 돼요. 배우들한테 물어보고 시나리오를 고치는 경우도 많고 아예 빼버릴 때도 있고요.

각자 연기한 인물을 어떻게 소개하고 싶은가요? 예림 유진이는 언니들 말을 잘 안 듣고 엄청 까불까불하는 아이예요. 장난을 많이 치고 실수도 많이 하는. 시아 유미는 가족을 많이 사랑해요. 그런데 이사를 자주 다니다 보니 지쳐 있고, 마음속에는 고민이 많은데 자신의 속마음을 잘 드러내지 않아요. 동생이 실수해도 크게 화내지도 못하고. 어딘가 따듯한 아이예요. 나연 하나는 겉보기에는 밝은 친구예요. 유미와 유진이도 밝게 대하고. 하지만 부모님의 불화 때문에 걱정이 많아요. 그런 불안한 마음을 밖으로 표출할 수 없으니 마음에 상처가 있을 것 같아요. 그래서 안타까웠어요.

지난해 여름 촬영한 영화예요. 돌이켜보았을 때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이나 촬영 순간은 언제인가요? 예림 만들기. 집에서 상자를 가지고 언니들이랑 집을 만들었을 때 너무 재미있었어요. 제가 만들기를 엄청 좋아해요. 제가 만든 종이 집을 큰 화면으로 볼 생각을 하니까 더 좋아요. 가은 맞아. 그때 진짜 열심히 만들었어.

그 종이 집을 직접 다 만든 거예요? 가은 네, 이 친구들이 직접 상자를 꾸미고 풀로 붙이고 그렇게 만들었어요. 공들여서 열심히 만들어 그런지 더 좋아한 것 같아요.

영화에 부수는 장면이 나오던데 마음이 아팠겠어요. 가은 진짜는 남아 있어요. 부수는 집은 일부러 따로 만들었거든요. 그거 따로 만든 거야. 언니들이 부순 거. 시아 저는 부동산 중개인이 집을 보러 왔을 때 일부러 이 집에는 벌레도 엄청 많고 덥다고 말하는 장면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아이들이 순진하고 말광량이 같아 보여서 좋았고, 촬영할 때도 그 장면이 재미있었어요. 가은 그날 진짜 더웠던 거 알아? (모두) 완전 더웠어요.(웃음) 가은 오늘 날씨는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더웠어요. 게다가 집 안이어서 더 더웠죠. 기온이 40℃ 넘게 올라갔을 거예요. 아마 전체 일정 중 그날이 가장 더웠을 걸요. 그래도 그날 촬영이 재미있었다니 다행이에요.(웃음) 나연 저는 옥상에서 집을 만드는 장면이 좋았어요. 날씨도 좋았고 하늘도 참 예뻤거든요. 그 집을 만드는 장면에서 아이들이 진짜로 ‘우리 집이 이사도 자주 안 다니고 행복했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어요. 가은 저는 클라이맥스에서 아이들이 마지막으로 인사 나눌 때가 기억에 남아요. 태풍 때문에 날씨가 오락가락하던 때였는데 날씨가 좋아질 거라는 소식에 지방 촬영을 마치고 급하게 서울로 올라와서 찍었어요. 지방에서 올라와 바로 그 장면을 촬영해야 하는 스케줄이 아이들에게 부담이 되지 않을까 걱정도 많이 했어요. 중요한 장면을 너무 서둘러 진행하나 싶기도 했고. 날씨를 봐가며 촬영하다가 멈추기를 반복했는데 이 친구들이 집중을 아주 잘해주었죠. 그 장면은 리허설도 하지 않았어요. 촬영 도중에 시나리오를 쓴 장면이라 장면에 대해서 촬영 당일인지 전날인지 얘기했죠. 연습한 장면이 아닌데도 모니터링 카메라로 클로즈업 된 아이들 표정을 보는데 울컥했어요. 저뿐 아니라 스태프들도 숙연해졌고요. 편집할 때도 배우들의 얼굴이 새롭게 다가왔어요.

나이 어린 배우들과 작업하는 만큼 꼭 지키는 수칙이 있을 것 같아요. 조심스럽거나. 가은 촬영 수칙도 적어보고 그랬는데 실제로 친구들에게 그런 마음이 잘 전해졌는지는 모르겠어요. 일단 주인공인 걸 떠나 아이들이 누구보다 편안하고 행복한 현장을 만들고 싶었고, 그러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도 많이 했어요. 아이들이 주인공인 영화이긴 하지만 촬영 현장은 어른 중심이고, 그곳에 있는 우리는 모두 한 편의 영화를 완성해야 한다는 목표가 있어요. 배우들 모두 이 점에 동의하고 시작한 거지만 그래도 아이들의 속도와 어른들의 속도가 같을 순 없죠. 그런데 자꾸 어른의 속도에 맞춰서 굴러가게 될 때 속도를 다시 늦추고, 쉬었다 가고 좀 더 시간을 들이려고 했어요. 저뿐 아니라 제작진 모두 그 점을 염두에 뒀죠. 현장에선 어른인 우리 모두 아이들의 보호자이니까 아이들에게 시간이나 휴식이 필요하다고 느낄 때 잠시 시간을 가졌어요. 다른 촬영장처럼 계산에 의해서 숨 가쁘게 진행하진 않았어요. 자주 아이들에게 시선을 두려고 노력했지만 물론 안 될 때도 있었죠. 노력을 많이 하는 것 같은데 안 될 때도 물론 있었고.

클라이맥스에서 그렇게 인사를 나누기까지 세 아이는 어떤 변화를 겪었을까요? 나연 처음에 하나는 단지 부모님의 불화를 막고 싶은 아이였어요. 아마도 하나의 부모님은 이혼했을 것 같아요. 그래도 하나는 엄마, 아빠와 계속 연락하며 지내고 그때보다 더 안정된 모습으로 살지 않을까요? 부모님이 이혼해도 가족은 존재하잖아요. ‘가족은 완벽해야 해’라는 생각 때문에 부모님의 이혼을 어떻게든 막아 보려 했지만 결국엔 완벽한 가족이 꼭  하나의 모습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것 같아요. 시아 유미가 처음에는 감정 표현을 잘 안 해요. 그런데 후반부에 쌓아놨던 자신의 감정을 막 드러내잖아요. 그 점이 좋았어요. 너무 쌓아두기만 하면 상처가 되니까 그렇게 드러내서 좋았어요. 예림 음…, 살짝 변한 것 같아요. 처음에는 엄청 까불고 장난꾸러기였는데 하나 언니와 헤어지는 장면에서는 좀 슬펐어요. 가은 뭔가 슬픔을 느낄 수 있게 된 거구나. 이별하는 걸 받아들이게 되었나 봐. 하나 언니가 너무 좋은데 헤어지는 사실도 받아들여야 하는, 그런 느낌이었던 것 같아.

<우리들>은 아이들의 관계에서 일어나는 감정을 다뤘어요. 반면 <우리집>의 아이들은 자신들이 처한 문제를 나름의 방식으로 해결하려고 최선을 다하죠. 지난 작품보다 훨씬 동적인 느낌이에요. 가은 <우리들>은 시나리오 작업만 2년 넘게 했어요. 작품을 완성하기까지 3~4년의 시간이 걸렸고. 아이들이 계속 예민하게 감정을 주고받으면서 서로 상처를 주기도 하고 싸우는 내용이다 보니 편집할 무렵엔 지치더라고요. 다음 작품에서는 애들이 싸우지 않고 서로 힘을 합해 각자 고민을 털어놓으며 친해지고, 열심히 움직이는 영화를 만들면 행복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때의 감정이 이번 작품을 만드는 큰 동력이 되었죠. 감정을 막 쓰기보다 좀 더 움직임으로 표현하는 친구들의 이야기를 해보고 싶었어요. 그런 생각 때문에 이 친구들이 더위에 이리저리 뛰어다니고 고생도 엄청 많이 했죠.

영화 우리집

영화가 여름이라는 계절과 무척 잘 어울려요. 가은 이번 영화는 여름이 잘 표현될 거라고 생각했어요. 스태프들도 그런 얘기를 많이 했죠. 워낙 땡볕에서 촬영하기도 했고. 해가 너무 뜨거워서 다들 머리 위에 얼음 주머니 하나씩 올려놓고 힘들게 촬영했어요. 무더위에 찍어서 여름 느낌이 물씬 나는 영화가 나온 것 같아 저와 스태프들은 좋았죠. 아이들과 스태프들이 모두 고생하며 찍긴 했지만요.

처음부터 여름이라는 계절을 염두에 두고 시나리오를 쓰신 건가요? 가은 네, 처음부터 여름방학을 배경으로 생각했어요.

아이들의 움직임, 그렇게 움직여서 나는 땀, 아이들 옷의 색감까지 모두 여름이어서 더 느낌이 좋았어요. 가은 의상은 저희 스태프들과 신경을 많이 쓴 부분이에요. 아이들이 실제 입는 옷으로 보였으면 했어요. 배색도 신경을 많이 썼고요. 캐릭터에 따라 변화도 좀 주고. 배경이 처음부터 여름방학이었던 건 제가 추위를 많이 타서 겨울을 배경으로 하는 작품을 잘 못 쓰겠어요. 겨울엔 잘 움직이지도 않거든요. 그래서 자연스레 여름을 배경으로 쓰게 된 것 같아요. 방학으로 특정한 건 아이들이 학교가 아닌 공간에서, 학교친구들과 떨어져 있을 때의 모습을 그리고 싶었어요. 온전히 세 아이만의 시간일 때, 그렇게 만나 시간을 보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영화는 어느 지점에서 이야기가 끝났지만 그 인물들이 계속 살아 있다면 어떻게 지낼 것 같아요? 시아 어쩔 수 없이 이사를 갔을 것 같아요. 하지만  하나 언니와 계속 연락하며 지냈을 거예요. 예림 엄마, 아빠가 일을 다 하고 집에 돌아오면 하나 언니를 소개해줄 거예요. 그러곤 한 3일 후에 언니가 놀러 오면 옥상에서 또 재미있게 놀았을 거예요.

감독님은 이 세 아이들이 어떻게 지내기를 바라나요? 가은 이 친구들의 바람에 맞는 대답을 들려줘야 하는데. 예림 감독님의 생각을 얘기하시면 돼요. 가은 진짜? 감당할 수 있겠어? 예림 답은 없어요.(모두 웃음) 가은 답은 없구나.(웃음) 유미랑 유진이 네는 결국 이사를 가게 됐을 거예요. 당장은 아니어도 가까운 미래에 이사를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는 거죠. 그리고 하나 부모님도 관계가 회복되지는 않았을 거예요. 그런데 이 셋이 나눈 우정의 힘은 평생을 살아가는 힘이 될 거라고 생각해요. 한동안 꾸준히 연락을 주고받다 학년이 올라가고, 이사 가고, 새로운 일을 겪다 보면 연락을 안 하게 될 수도 있겠죠. 멀어질 수도 있고요. 하지만 어린 시절 이렇게 좋은 언니, 동생과 굉장히 큰 경험을 했다는 점이 중요해요. 영화에 보면 아이들 셋이서만 집이 아닌 곳에서 하루를 지내잖아요. 여름방학동안 서로의 문제를 함께 고민하고 열정적으로 보낸 시간이 어떤 식으로든 살아가는 내내 위로와 용기가 되었을 거예요. 평생 기억할 만한 여름을 함께한 거죠. 그 여름을 추억하며 훨씬 더 튼튼하고 강한 마음을 가질 수 있게 되지 않을까 싶어요. 이 친구들이 앞으로 감정도 더 솔직하게 잘 표현하며 더 재미있게 살아가는 데 힘이 되었을 거예요. 그 시절이 좋은 경험이 되었기에 세 아이 모두 되게 잘살았을 거예요.

아이들을 통해 이야기를 전달하는 건 어떤 매력이 있나요? 가은 저는 어른이 되면서 자꾸 뭔가 포기하게 되는 것 같아요. 많이 알아가고 지식도 쌓이고 경험도 많아지는데 실제로는 어린 친구들만큼 온전히 마음을 다 쏟아서 문제를 정면으로 보고 덤벼들지는 못해요. 내 방식대로 붙들고 해결하는 힘은 저보다 어린 친구들이 더 커요. 성인이 될수록 그런 힘을 잃어가죠. 쉽게 포기하고 안 될 것 같으면 아예 시작도 하지 않고. 성인이 되니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하기보다는 회피하고 싶어지더라고요. 하지만 어린 친구들에게는 단순한 진심의 어떤 힘이 있어요. 아이들만이 만들 수 있는 기적이 있고요. 그 기적이란 것이 신기하고 놀라운 것이 아니라 일상에서 느끼는 놀라움인 거죠. 이를테면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나지, 내가 어떻게 이런 경험을 했지, 이런 감정을 어떻게 느끼게 됐지, 이런 식의. 그런 순간을 성인보다 아이들이 많이 마주해요. 아이들이 마주하는 그런 순간을 영화를 통해 어른들에게 보여준다면 그 또한 성인들에게 힘이 되지 않을까요? 만드는 제게는 큰 힘이 되거든요. 촬영장에서도 배우들이 단순해서 집중을 더 잘해요. 그 힘을 성인들은 따라갈 수 없죠. 영화를 만들면서 저도 아이들에게 많이 배워요.

영화가 곧 개봉해요. <우리집>을 본 후 극장을 나서는 관객이 어떤 감정을 안고 돌아갔으면 하나요? 나연 ‘나도 저러던 때가 있었는데’ 하고 생각해주면 좋을 것 같아요. 이전의 고민을 잊고 살아가는 분이 굉장히 많잖아요. 하나와 유미, 유진이가 겪는 일을 보며 과거 어린 시절을 기억하고 공감해주시면 좋겠어요. 가은 저희 배우들과 사랑에 빠질 거라고 생각해요. 저는 일단 그 점은 확신합니다.(웃음) 저도 편집하면서 아이들이 고군분투하고 있다는 생각을 했어요. 촬영할 때는 잘 몰랐는데 누군가 이토록 열심히 땀 흘리며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아주 오랜만에 보는 느낌이었어요. 정말 마음 아프고 슬프고 괴로운 문제가 우리에게 닥칠 수 있잖아요. 그런데 영화 속 아이들은 그 문제들 때문에 자신들이 아프더라도 해결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데 그런 과정이 참 아름다웠어요. 의미 있고 가치 있는 일이기도 하고요.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어떤 시기를 보내면서 얻는 가치가 있잖아요. 스스로 얻는 가치. 그래서 이 영화를 본 후 극장을 나설 때 각자 겪은 과거에 대해 스스로 자신을 칭찬도 많이 해주었으면 해요. 어떤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고 해서 쓸데없는 도전이었다고 생각하는 게 아니라 충분히 열심히 살았고 그 과정 자체가 의미 있었다고 생각하길 바라요. ‘그래, 열심히 살았구나’, ‘나 정말 열심히 살았고 그 과정이 유의미한 것이었구나’ 그런 과정이 쌓이면 이렇게 하루하루 잘 살아갈 수 있는 거구나. 이런 위로가 용기로 작용할 수 있다면 더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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