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 껍질에 골이 있는 노란 참외를 구하는 건 어렵지 않은 일이다. 흔하다는 표현이 더 적합할 것이다. 그런데 참외는 우리가 아는 것보다 종류가 훨씬 많다. 개구리참외, 사과참외, 개똥 참외, 잠자는 숲속의 미녀까지. 모양과 색, 식감이 모두 다른 참외들이 씨앗밥상의 한 상 차림을 위해 여러 곳에서 공수돼 왔다. 참외를 주인공으로 씨앗밥상을 차린 이는 카페 수카라의 김수향 요리사. 김수향은 카페 수카라의 주인이자 마르쉐@씨앗밥상의 기획자다. 아무레이수나의 변준희 요리사도 함께했다. “참외가 예민한 친구더라고요. 종류가 같아도 식감과 수분 함량이 많이 달라서 조리하기가 쉽지 않았죠. 오늘 제가 만든 음식은 개구리참외로 만든 지짐이예요. 지짐이는 보통 충청도에서 노각으로 만드는 음식입니다. 자글자글 끓여서 따듯하게 먹곤 해요. 다른 참외와 달리 호의 단맛이 나고 식감도 서걱서걱하기 때문이에요.”(변준희) 개구리참외도 종류가 여러 가지인데 그 중 대표적인 것이 성환 개구리참외. 일본에서 들여온 씨앗과 토종 씨앗을 교접해 만들었다. 변준희 요리사는 세 가지 참외로 세비체도 만들었다. “사과참외와 노랑 참외, 개구리참외에 해산물과 레몬 등을 더해 만들었는데 새콤한 세비체와 참외의 달콤한 맛과 식감이 잘 어울려요. 노지 노랑 참외는 소금에 절이고 개구리참외는 살짝 말렸어요. 여기에 사과참외로 단맛을 더했습니다.”(변준희) 김수향 요리사는 개구리참외와 감귤을 넣은 차가운 수프, 참외 처트니, 참외지와 사과참외 시로다시 절임을 만들었다. “참외가 성질이 찬 과일이어서 수프를 만들 때 몸을 따듯하게 해주는 생강과 귤즙, 너트메그라는 향신료를 넣었어요. 너트메그 대신 계피를 넣어도 되고요.”(김수향)

참외는 오늘의 씨앗밥상에 오르기까지 쉽지 않은 여정을 거쳤다. 안전한 비닐하우스 대신 햇빛과 바람, 비를 그대로 맞는 노지에서 자란 노지 노랑 참외는 장마 뒤에 이어진 폭염으로 제대로 자라지 못하기도 했고, 운 좋게 잘 익은 참외를 멧돼지가 먼저 먹기도 했다. “올해는 개똥참외와 쇠뿔참외를 심었어요. 잘 익은 참외를 가져오고 싶었는데 개똥참외는 아직 덜 익어서 맛이 들지 않았고 쇠뿔참외는 고라니가 와서 다 먹었어요.(웃음) 요즘은 장마 시기도 불규칙하고 날씨가 오락가락한 데다 일기예보도 자주 틀려서 농사짓기가 점점 힘들어지고 있어요.” 수확과 판매가 아니라 씨앗 채종을 위해 농사를 짓는 양인자 농부의 설명이다. 구름산, 청계산 등에서 농사를 짓는 양인자 농부의 밭은 모두 산 아래에 있다. 농약이나 화학비료를 쓰는 농지 근처보다는 화학물질이 전혀 닿지 않는 산 밑에서 자신이 하고 싶은 농사를 지을 수 있기 때문이다. “사과참외라는 것이 있어요. 북한에서는 사탕참외라도 하고요. 엄청 달고 맛있는 데다 껍질이 얇아서 껍질째 먹어도 돼요. 껍질째 먹으면 맛이 더 좋죠. 그런데 껍질이 얇아서 유통이 힘들어요. 무언가에 살짝 스치기만 해도 상처가 나서 오늘 이곳에 올 때도 농부님이 신문지에 둘둘 말아서 캐리어에 담아 ‘모시고’ 왔어요.” 양인자 농부는 전국을 돌아다니며 토종 종자를 수집한다. 수집을 위한 동네를 정하면 전수조사라도 하는 것처럼 집집마다 다니며 무슨 일을 하는지 설명하고, 할머니 때부터 심었던 씨앗이 있는지 묻는다. 마르쉐@에서 만난 농부들을 통해서도 토종 씨앗을 많이 구했다. “옛날에는 방울참외라는 것도 있었어요. 탁구공만 한 크기의 참외인데 요즘은 제초제와 예초기로 풀을 없애다 보니 거의 멸종되다시피 했어요. 씨앗도 자원이자 재산인데 이런 식으로 하나씩 사라지는 건 안타까운 일이죠. 토종 채소와 과일은 먹지 않으면 사라져요. 사람들이 토종 농작물을 계속 찾아서 먹으면 점점 더 많은 농부들이 심겠죠.”

마르쉐@씨앗밥상에는 여섯 종류의 참외가 나왔다. 우리가 흔히 먹는 하우스재배 노랑 참외와 노지에서 자란 노랑 참외, 사과참외, 성환 개구리참외, 깐치개구리참외, 개구리참외까지 다양하다. 지금 우리 땅에서 토종 참외가 명맥을 이어가고 있는 건 씨앗을 지키는 사람들과 그들이 힘들게 수확한 참외를 찾아 요리하는 사람들 덕분이다. 토종을 지키겠다는 거창한 이유가 아니어도 토종이 이어지면 더 다양하고 다채로운 맛을 경험할 수 있다.

참외 요리

참외 요리

1 노랑 참외 우리가 흔히 먹는 참외. 대부분 하우스 재배로 생산한다. 비닐하우스 재배로 수확 시기가 점점 빨라져 요즘은 1월이면 참외가 나온다. 씨앗의 기원은 일본으로 추정되는데 한국에서 더 깊이 정착해 지금은 국제 표기상 코리안 멜론으로 불린다. 2 성환 개구리참외 토종 참외로 우리나라에서 재배한 참외 중 가장 맛이 좋은 것으로 알려졌다. 일제강점기에 일본 왕에게 공급했을 만큼 맛이 좋다. 3 깐치개구리참외 같은 개구리참외도 맛이 조금씩 다르다. 토종 참외는 교잡이 잘되는데 깐치개구리참외 씨앗을 심으면 다른 참외가 수확되기도 한다. 4 개구리참외 토종 참외 중 그나마 명맥을 잘 이어가고 있는 개구리참외. 껍질이 개구리 피부 같아서 붙은 이름이다. 5 사과참외 북한에서는 사탕참외라고도 불린다. 껍질이 얇아서 껍질째 먹으면 더 맛있는데, 대신 조금만 스쳐도 상처가 나기 때문에 유통이 쉽지 않다. 6 노지 노랑 참외 달콤한 과일은 노지재배가 쉽지 않다. 물에도 약해 장마를 잘 견디지 못한다. 대신 힘들게 수확한 노지 참외는 향과 식감이 하우스재배한 참외와 비교되지 않을 만큼 뛰어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