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용 BIFF

가죽 재킷 랩101(Lab 101), 블랙 와이드 팬츠 코스(COS), 블랙 레이스업 슈즈 토즈(Tod’s), 블랙 티셔츠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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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 터틀넥 지이크 파렌하이트(Sieg Fahrenheit), 화이트 니트 스웨터 알렌느(Haleine), 와이드 팬츠 메종 마르지엘라 바이 베리나인(Maison Margiela by Verynine) 스니커즈 부테로(Butte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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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 셔츠 코스(C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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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 터틀넥 지이크 파렌하이트(Sieg Fahrenheit), 와이드 팬츠 코스(COS), 블랙 샤인 로브 코트 잔키(Jaan Kee), 로퍼 토즈(Tod’s).

영화 <나쁜 녀석들: 더 무비>가 오늘 개봉했습니다. 첫 영화 개봉인 만큼 감회가 남달랐을 것 같아요. 신기했어요. 어릴 때 영화관에 가서 그 큰 스크린에 나오는 사람들을 보면 신처럼 대단해 보이잖아요. 그런 큰 사람들만 영화에 나온다고 생각했거든요. 서울로 올라와 모델을 하고 드라마를  찍고 그러다 영화까지 참여하게 됐다는 것이, 그 스크린에 제가 있다는 것이 신기하고 묘해요.

거대한 스크린 속 자신을 마주했을 때 기분이 어떻던가요? 좀 이상했어요. 신기하면서도 ‘목표를 이루었구나’라는 대견스러움도 조금 들고요. 울산에서 태어나 ‘울산의 아들’로 서울에 와서… (웃음) 복합적인 감정이었던 것 같아요.

드라마 촬영만 해오다 이번에 영화라는 특수한 현장을 경험했어요. 배우로서 새로운 즐거움을 느꼈을 것 같습니다. 드라마는 연기한 내용을 추후에 TV로 확인하고, 시청자들의 의견을 참고하며 연기를 수정해나갈 수 있다면 영화는 실시간으로 현장 편집을 거치며 감독님, 선배님들과 함께 그때그때 연기에 대해 생각을 주고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색다른 것 같아요. 이‘ 장면은 이렇게 하면 이런 느낌이 나오는구나, 다음에는 이런 식으로  해볼까?’ 식으로 소통하며 디테일을 잡아간다는 점에서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웃긴 신이 있으면 같이 모니터링하면서 깔깔깔 웃기도 하고요. 그런 촬영장 분위기나 에너지가 저를 조금 더 편하게 만들고 부담도 줄여준 것 같아요. 아무래도 이야기 나눌 시간적 여유가 있으니까 빠르게 적응 할 수 있었고요. 지금은 ‘아, 조금 더 현장을 즐길 걸’ 하는 아쉬움도 남지만 영화란 이렇구나 하며 배운 게 많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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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죽 재킷 랩101(Lab 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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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 터틀넥 지이크 파렌하이트(Sieg Fahrenheit), 와이드 팬츠 코스(COS).

‘고유성’이라는 역할은 원작에는 없던 캐릭터입니다. 처음 해석하는 과정에서 배우로서 어떻게 접근하고, 발전시켜갈지 고민도 있었죠? 고유성은 형사 출신이고, 경찰 집안의 엘리트로 바르게 살아오다 감옥에 들어가게 된 인물이에요. 그러니 자신이 감옥에 있다는 사실 자체가 말이 안 되게 느끼는 거죠. 성폭행범, 살인범과 한 공간에 있다는 것이 용납이 안 되는 거예요. 그 분노가 결국 독기로 변하게 된 거라 봤어요. 그러니 독기 있는 캐릭터라고 해서 무작정 힘을 넣어 오버하면 안 된다고 판단했고요. 또 무엇보다 새로 추가된 캐릭터인 만큼 원작 드라마의 멤버들과 있을 때 한 팀처럼 보여야 한다는 것에 가장 신경을 썼어요. 내가, 그리고 관객들이 봤을 때도 ‘아, 진짜 나쁜 녀석들 같다, 신입이지만 진짜 팀처럼 보인다’라고  느낄 수 있도록. 이 점에 중점을 둬서 연기 준비를 했어요.

2개월 동안 고강도 액션 훈련도 받았어요. 드라마를 통해 액션을 해봤지만 영화로 실력이 한층 업그레이드됐을 것 같은데? 아무래도 영화다 보니  조금 더 섬세하게 동작을 잡을 수 있었어요. 캐릭터 자체가 거침없는 성향이니 제가 영화가 처음이라고 해서 소극적인 모습을 보일 필요는 없다고, 캐릭터의 성정대로 돌진하려 했고요. 촬영 한두 달 전부터 서울 액션스쿨에서 무술 감독님과 합을 맞추고, 연습 영상을 휴대폰으로 찍은 뒤 집에 와서 연구하는 과정을 반복했어요. 진짜 잘하고 싶었거든요. 영화에서는 신인이지만 ‘장기용이라는 사람이 영화는 처음인데, 처음치고 곧잘 하네?’라는 말이 듣고 싶었어요.

최근 종영한 드라마 <검색어를 입력하세요 WWW>(이하 <검블유>) 이야기를 안 할 수가 없어요. 탄탄한 마니아층이 만들어지며 깊이 사랑받은 작품입니다. 이런 반응이 배우로서 새롭고 즐거웠을 것 같습니다. <검블유> 속 박모건은 제가 처음 보여드린 모습이었어요. 웃는 모습이나 말투 등 실제 저의 모습과 가장 가까운 편이었고요. 제 경우에는 매 작품 처음 글로 읽은 느낌이 작품 속에서 어떻게 옮겨질지, 내가 어떻게 얼마큼 소화하고 표현할 수 있을지 그 궁금증과 설렘으로 연기를 시작해왔거든요. <고백부부> 끝나고 <나의 아저씨> 속 거친 캐릭터를 선택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고요. <검블유> 역시 마찬가지예요. 대중들에게 처음 보여드린 모습이기 때문에 걱정도 있었지만 박모건이라는 캐릭터 대사 한마디 한마디가 참 좋은 글이잖아요. 아쉽고 미흡한 부분도 있겠지만 연기한 지 얼마 안 된 신인 배우로서 대중이 ‘장기용이라는 배우가 이런 것도 가능하네’라고 느꼈다면 그걸로도 충분해요. 그런 면에서 <검블유>는 대중들께 또 다른 사랑을 받은 고마운 작품이고요. 모델로 활동을 시작해 진지하게 연기를 생각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진지하게 고민했다기보다 모델이 너무 되고 싶어 울산에서 상경했어요. 카메라 앞에 서서 멋진 옷을 입고, 포즈를 취하는 일에 희열을 느꼈고요. 그렇게 5년 동안 순수하게 최선을 다해 즐기며 모델 장기용으로서 이름을 알릴 수 있었어요. 그러다 보니 어느 순간 뮤직비디오 출연 제안을 받게 됐고, 그 후 드라마 오디션 기회가 왔어요. 처음 연기 오디션을 보는데 너무 긴장됐고, 또 볼 때마 다 안 됐어요. 다 떨어졌어요. 오기가 생기더라고요. 실패를 거듭하다 보니 ‘그래, 한번 진지하게 해보자. 제대로 해보고 싶다’라는 마음이 커졌어요.

오기로 시작했지만 이제는 오기보다 더 큰 다른 마음이 연기를 잘하고 싶게 만들 것 같은데요. <고백부부>도 <나의 아저씨>도 그렇고 많은 사랑을 받았지만 제 입장에서 보면 작품마다 아쉬움이 있었던 것 같아요. ‘그때 잘하면 됐는데, 왜 이렇게 안 했지?’ 하는 크고 작은 후회가 저를 더 열심히 연기하게 만드는 힘 같아요. 성실히 보완해서 다음 작품에서는 더 잘해야겠다는 마음, 그게 지금 저를 불사르는 포인트인 것 같아요. (웃음)

연기를 시작하기 전 장기용과 시작하고 난 뒤 장기용의 가장 큰 차이점은 뭔가요? 성향이 조금 바뀐 것 같아요. 어릴 때는 엄청 낯가리고 소심했거든요. 남들 앞에서 말하는 것도, 내가 말할 때 사람들이 주목하는 시선도 무서웠어요. 한데 이렇게 점차 사람들 앞에서 일을 하는 직업을 갖다 보니 예전보다는 적극적이고 개방적으로 변한 것 같아요. 이제는 먼저 사람들에게 다가가려고도 하고요. 제 자신이 점점 열리고 있는 것 같아요.

배우라는 직업 특성상 현장마다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그 사람들과 함께 호흡하면서 일한다는 것이 변화에 영향을 줄 수 있을 것 같네요. 맞아요. 지금 기자님과 말하는 것도 예전 같으면 거의 음소거 수준의 미세한 목소리로 인사나 겨우 했을 거예요. (웃음) 이렇게 만나자마자, 마주 앉자마자 눈 마주치며 인터뷰하는 게 자연스러워진 것도 배우를 하면서 변화한 거죠.

낯가림을 극복해가며 지금의 자리까지 오는 데에 인간 장기용의 어떤 면이 도움을 준 것 같나요? 아무리 작은 기회라도 이걸 어떻게 내가 좀 더 잘 잡을 수 있을까, 내 것으로 만들 수 있을까 매달리며 소중하게 여긴 것이 힘이 된 듯해요. 예전 모델 일 할 때도 처음 1년간은 일이 없었거든요. 그러다 잡지에 작게 얼굴이 실리는 기회가 왔어요. 그 촬영이 다른 모델들, 혹은 서울에 사는 친구들에게는 흔히 접하는 일거리겠지만 저에게는, 저이기 때문에 너무나 소중하고 감사한 촬영이었던 거예요. 내가 이 기회를 내 색깔로 제대로 잡으면 그다음 더 큰 기회가 올 것 같다는 믿음이 있었어요. 그래서 드라마 기회가 왔을 때도 어영부영하지 않고 온전히 매달릴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그런 점이 지금까지 나아갈 수 있었던 힘 같아요.

작년과 올해는 유독 바쁜 날을 보냈습니다. 2019년은 배우 장기용에게 어떻게 기억될까요? 사실 ‘배우 장기용’으로 불리기 시작한 건 얼마 안 됐어요. 작년까지만 해도 인터뷰할 때 스스로 ‘모델 장기용입니다’라고 말했고 내가 내 입으로 배우 장기용이라 칭하는 것이 쑥스럽고, ‘그래도 되나? 괄호 치고 ‘긁적긁적’이었거든요.(웃음) 부끄러웠고, 아직까지는 스스로 마음의 준비가 안됐기 때문에 육성으로 터져 나오지 않았던 거예요. 근데 올해 초 <나의 아저씨>를 지나며 주변에서 ‘배우 장기용’이라고 많이 불러주시더라고요. 앞으로 한 작품, 한 작품 거듭할수록 대중이 봤을 때도 자연스럽게 배우 장기용으로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배우 장기용 했을 때 ‘아, 저 배우 어떤 작품 했는데 연기 괜찮더라, 다음 작품이 궁금하다’라고 느낀다면 더할 나위 없을 것 같고요. 2019년, 부지런히 해왔기 때문에 이 기운들로 2020년에도 배우 장기용으로서 대중에게 더 친근하고 자연스럽게 다가가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