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장을 조금 보태면 화이트 셔츠는 옷장의 지분을 반 정도 내줘도 될 만큼 실용적이고 매력적이다. 일단 바스락거리는 질감이 느껴지는 단정한 베이식 셔츠는 없는 사람을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다. 나만 해도 소재나 디자인, 컬러가 각기 다른 다양한 셔츠를 가지고 있다. 그런데도 새로운 스타일의 셔츠 앞에서 속수무책으로 지갑이 활짝 열리곤 한다. 이번 시즌엔 여성스러운 셔츠에 눈이 간다. 꼭 집어 말하자면 카이트의 퍼프소매나 셀린느의 프릴처럼 로맨틱한 무드를 더한 셔츠를 한 벌 마련할 참이다. 개인적으로 매니시한 스타일을 즐기지만, 아기자기한 장식을 더하거나 부드러운 실루엣으로 중화한 셔츠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그건 셔츠의 뿌리가 남성복이기 때문이다. 캐롤리나 헤레라 쇼에서 피날레로 선보인 화이트 셔츠 드레스를 떠올리면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날렵한 칼라와 빳빳한 커프스와 풍성하게 퍼지는 치맛자락의 조화로 낯간지럽지 않은 우아함을 풍기니 말이다.

그 때문일까? 유독 화이트 셔츠에 집중하는 브랜드가 많다. 질샌더, 포츠 1961, 캐롤리나 헤레라, 코스 등 여러 브랜드에서 화이트 셔츠를 시그니처 아이템으로 꼽는다. 올해 초 ‘화이트 셔츠 프로젝트’를 통해 여덟 가지 셔츠를 선보인 코스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카린 구스타프슨의 말을 빌리면 그 이유가 더욱 명확해진다. “화이트 셔츠는 재구성할 수 있는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옷이다. 비율이나 실루엣, 디테일을 아주 조금만 변형해도 완전히 달라진다.” 이러니 어떻게 화이트 셔츠에 마음을 뺏기지 않을 수 있을까? 이번 시즌, 다채로운 화이트 셔츠의 홍수 속에서 에디터가 꼼꼼하게 따져 고른 여섯 벌의 셔츠를 소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