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 연애고민

깔끔하기만 하면 괜찮을 텐데

잘생기진 않았지만 찬찬히 보면 귀여운 구석이 많은 외모인 데다 늘 밝고 유쾌한 모습이 매력적인 그에게 반해 연애를 시작한 지 6개월. 서로 조금씩 긴장이 풀리면서 나도, 그도 본래의 모습을 드러내는 중이다. 그런데 문제는 날이 지날수록 그의 스타일이 지나치게 편해지고 있다는 거다. 외모나 스타일을 따지는 편은 아니지만 연애 초기의 깔끔하고 말쑥했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늘어진 티셔츠, 라면 자국을 지우지도 않고 다시 입은 바지, 며칠째 같은 외투만 입고 나타나는 중이다. 심지어 머리를 안 감고 나오는 날도 있다. 며칠을 고민하다 조심스럽게 물었더니 원래 꾸미는 것에 관심이 없고, 서로 편해진 지금이 더 좋지 않으냐며 호탕하게 웃을 뿐이었다. 나도 겉모습을 중시하는 편이 아니고 잘 보이느라 안 하던 행동을 하던 때보다 지금이 편한 건 맞지만, 그래도 이건 서로에 대한 예의가 아니지 않은가 싶은 의구심이 들었다. 옷을 잘 입을 필요는 없지만 최소한 며칠에 한 번은 세탁해야 하지 않나, 보통 머리는 하루에 한 번씩 감지 않나? 점점 더 꼬질꼬질해지는 그를 보면서 내가 과하게 깔끔한건지 혼란이 올 지경이다. 깔끔한 것만 바라는 것도 욕심인가. O(30세, 회사원)

예쁘니까

스무 살부터 30대 중반까지 족히 1백 번은 넘는 소개팅을 하면서 깨달은 바가 있다. 조건이 많을수록 성공률은 낮아진다는 것. 직업도 외모도 성격도 괜찮으면서 취향도 잘맞는 남자는 세상에 없다. 설령 그런 남자가 있다 하더라도 나를 좋아할 가능성은 없다. 그래서 결심했다. 외모만 보자! 조건을 하나로 줄이자마자 만난 지금의 남자친구는 보고만 있어도 기분이 좋아지는 외모의 소유자다. 비록 취준생에 취향도 그다지 잘 맞지 않고, 성격은 한두 가지 정도 이해가 안 가는 점도 있는 사람이지만 외모 하나만큼은 흠잡을 데 없이 완벽하다. 엄마는 나이 먹고 현실 분간 못한다고 하시지만, 이보다 설레는 연애를 한 적이 있나 싶을 정도로 나에게는 완벽한 남자친구다. 밥 먹고 커피 마시고 영화 보는 진부한 데이트만 해도, 종종 의견이 맞지 않아 다투더라도 해사하게 웃으며 나를 바라보는 그의 얼굴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모든 것이 새로워지며 짜증 났던 기분도 맑아진다. 물론 진심으로 사랑하는 마음과 나에 대한 배려심이 전제되어 있기 때문이지만, 뭐 예쁜 사람이 예쁜 짓을 하는데 싫을 리가 있나. 가끔 약속 시간보다 늦게 와선 얼굴로 어떻게 해보려는 수작을 부릴 때만 빼면 뭘해도 좋은, 예쁜 것 투성이다. Y(27세, 파티시에)

을의 연애 탈출기

겸손한 말이 아니라 객관적으로 나는 못생긴 쪽에 가까운 외모의 소유자다. 콤플렉스까진 아니지만 외모에 관한 얘기가 나오면 괜히 주눅 든 적도 있다. 그래서인지 연애를 할 때면 늘 받기보다 주는 쪽, 굳이 말하면 을의 입장이었다. 을의 연애를 자청한 적도 있지만, 대개는 ‘사귀어주니까’라는 이유로 당연히 받아가는 상대에게 이용당하기 일쑤였다. 그렇게 회사에서도, 연애 관계에서도 을로 살아온지 35년 만에 갑을이 없는 처음으로 평등하고 정상적인 연애를 시작했다. 시작은 이전과 같았다. 호감이 생기면서부터 언제나 그랬듯 선물을 주고, 마음을 쓰고, 내가 한발 먼저 움직였다. 그런데 아무 말 없이 주는 것을 다 받는 것처럼 보이던 그녀가 그동안 참았다는 듯이 얘기를 쏟아냈다. 만나는 내내 내가 눈치 보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며, 서로 호감을 가지고 있다는 걸 아는데 왜 그러냐며, 자신은 이런 선물을 줄 여력이 안 되니 과한 선물은 주지 않았으면 한다며. 그날 잘생기지도 않은 내가 이런 말을 해버렸다. 이런 여자는 네가 처음이라고. 그날부터 처음으로 외모에 대해 걱정하지 않는 연애를 시작했다. M(35세, 프로그래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