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찬영 스타화보

오버사이즈 니트 풀오버 듀이듀이(Dew E Dew E).

윤찬영 스타화보

파란색 아가일 패턴 카디건 메인부스(Main Booth), 안에 입은 귤색 니트 톱과 머플러 모두 스투시(Stussy), 운동화 아디다스 오리지널스(adidas originals), 코듀로이 팬츠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영화 <어제 일은 모두 괜찮아>의 개봉을 앞두고 있어요. 처음으로 1인 2역을 맡은 작품이자 10대 시절의 마지막 영화라 더 특별할 것 같아요. 지난해 1월부터 준비에 들어가서 봄까지 촬영한 작품인데, 돌이켜보면 그때가 처음으로 연기하는 재미에 빠져 있던 시기였어요. 틀에 갇히지 않고 자유롭게 하고 싶은 대로 한 것 같아요. 다른 건 신경 쓰지 않고 제 내면에만 집중하면서요. 그래서 제게는 1인 2역을 한 것보다 그때라서 표현할 수 있는 것이 담겨 있다는 점에서 특별한 기억으로 남을 것 같아요.

누구보다 결과물에 기대가 컸을 것 같아요. 지난해 첫 시사회 때 담임선생님이랑 반 친구들을 불렀거든요. 몇 명은 울기도 했고, 영화 속 청소년의 슬픔이나 아픔에 공감된다는 반응도 있었어요. 선생님은 당신이 처음 교사가 되려고 마음먹었던 때가 생각난다며 많은 것을 떠올리고 정리할 수 있는 시간이라서 좋았다고 말씀하셨어요. 저도 영화를 보면서 느끼는 것이 있었고요. 각자의 입장에서 생각할 거리를 던져줄 수 있는 결과물이 나온 것 같아 만족해요.

영화를 준비하면서 참고한 작품이 있었나요? 원작인 에세이 <얘들아 너희가 나쁜 게 아니야>를 읽었어요. 특히 본드에 중독돼 자신을 지키지 못하는 ‘준영’은 원작에 나오는 실존 인물이라 최대한 책에서 힌트를 얻으려고 했어요. 반대로 ‘지근’은 영화에서 만들어진 가상의 인물이라 어떤 작품을 참고하기보다 지근이의 마음에 집중하려고 노력했어요. 도통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캐릭터인데, 그래서 더 속으로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지 탐구하면서 알아간 것 같아요.

촬영 당시에 느낀 연기의 재미는 어떤 것이었나요? 제가 어릴 때는 외향적인 성격이었어요. 그래서 단순히 사람들한테 재미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서 연기를 시작했죠. 그러다 중학교 3학년 때 영화 <라라랜드>에 빠지면서 본격적으로 ‘배우가 되고 싶다’, ‘어떻게 하면 연기를 더 잘할 수 있을까’에 대해 생각하게 됐어요. 그리고 예고를 들어가 연극 수업을 받으면서 처음으로 그 방법을 고민하고 시도하면서 재미를 느끼게 됐어요. 집 한쪽에 방음 부스를 설치해 독백 연습도 하고, 매일 아침에는 신문 보고 저녁에는 영화 보고, 책도 읽고, 친구랑 재미있게 본 영화의 한 장면을 따라 하면서요. 영화 <노트북>에 남녀 주인공이 길에서 춤을 추다가 드러눕는 장면이 있잖아요. 그런 장면을 연기하는 건 어떤 기분일지 궁금해서 친구랑 학교 앞 차 없는 도로에서 따라 한 적도 있어요. 어릴 때부터 촬영은 많이 했지만 연기를 공부한 적은 없었거든요. 이런 시도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연기 실력을 키우는 재미가 있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신문은 어떤 이유에서 보기 시작한 건가요? 그냥 따라 해보고 싶었어요. 아침에 신문을 보는 배우가 많다는 얘기를 들었거든요. 신문을 보면 뭐가 달라질까 싶어서 읽기 시작했어요. 그런데 재미없더라고요.(웃음) 얼마 전부터는 잡지로 바꿨어요. 잡지에서 읽는 인터뷰나 기사가 더 재미있고 마음에 와닿는 내용이 많더라고요. 매달 잡지 나오는 날마다 서점에 가서 읽어 보고 마음에 드는 걸로 한두 권씩 꼭 사요. 저 <마리끌레르> 11월호도 샀어요. 이재욱 배우랑 조현철 배우 인터뷰가 재미있었어요.

연기를 위해 시도한 방식 중 가장 효과가 있는 건 어떤 방식이었나요? 생각을 정리하는 데는 소설이 많은 도움이 됐어요. 특히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이나 프란츠 카프카의 <변신>이요. 말이 아닌 글로 정리된 누군가의 생각을 읽으면서 제 생각을 정리하고, 대본을 해석하는 방식도 배우고 있어요. 어쨌든 대본에 적힌 건 대사와 지문이 전부고, 연기하는 캐릭터의 속마음을 정리하는 건 제 몫이잖아요. 그럴 때 소설이라면 이런 생각들이 쓰여 있을 거라고 생각해보는 거죠. 그리고 저를 관찰하는 데는 일기가 효과적이에요. 처음에는 학교 연기 선생님이 3년 동안 하루도 빼먹지 않고 매일 일기를 써서 졸업할 때 인증을 받으면 전 재산을 주겠다고 해서 시작했어요.(웃음) 결국 매일 쓰는 건 실패했는데, 막상 해보니까 저를 들여다볼 수 있어서 좋더라고요. 머리가 복잡할 때 쓰고 나면 해소되는 느낌도 좋고요.

연기를 잘하고 싶다는 열망이 가득해 보여요. 하면 할수록 더 잘하고 싶어요. 가끔은 너무 진지해지는 건 아닌가 고민이 되기도 하는데, 그렇더라도 잘하고 싶어요.

잘하는 연기는 어떤 것이라고 생각하나요? 모두를 100% 만족시키는 연기는 없을 거예요. 그래서 그보다는 자신이 만족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지금 할 수 있는 최선의 모습이 담겼을 때, 내 연기가 부끄럽지 않을 때쯤에 스스로에게 잘한다는 말을 해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요즘 가장 큰 고민은 역시 연기인가요? 아무래도요. 며칠 전에 대학교 입시 실기 시험을 봤거든요. 그거 준비하느라 최근 몇 달은 오로지 연기에만 매달린 것 같아요. 입시 준비가 진짜 할 것도 많고 치열하더라고요. 독백도 여러 가지 버전으로 준비해야 하고, 제시 대사도 외워야 하고, 읽어야 할 대본이랑 책도 많고요. 친구들이랑 학교에서 밤새 연기만 했어요. 힘들긴 했는데, 나름 즐겁기도 했어요.

이미 실전의 경험치가 많이 쌓여서 대학의 필요성을 못 느낄 거라고 생각 했어요. 만약 일반고에 갔으면 어땠을지 생각해본 적이 있어요. 그랬다면 좀 더 일상적이고 보통의 경험을 할 수 있지 않았을까 싶었거든요. 그런데 결국은 예고를 가길 잘했다고 결론을 내렸어요. 연기에 대해서 치열하게 공부하고 쫓아가는 사람들이 주변에 많다는 것만으로도 동기부여가 되고, 다 같이 열심히 나아지는 경험을 하는 게 좋더라고요. 연기는 현장에서 배우는 것도 있지만, 선생님께 학문적인 내용을 배우고 동기들과 생각을 나누는 삶이 일상이 되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제 연기 밖의 질문을 해볼게요. 연기를 하지 않을 때는 어떤 모습인가요? 주로 축구를 보거나 하거나 축구 게임을 하고 있어요.(웃음) 경기가 있는 날에는 새벽에 축구 보고 학교 가는 게 일상이죠. 오늘도 새벽에 토트넘이랑 츠베르나 경기가 있어서 보고 싶었는데, 오전 촬영이라 참고 잤어요. 손흥민 선수가 두 골이나 넣었는데 생방송으로 못 봐서 아쉬워요. 음악 듣는 것도 좋아해요. 힙합 음악은 신곡 나오면 다 들어보는 편이에요.

10대로 보내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어요. 돌이켜보면 10대 시절을 어떻게 보낸 것 같나요? 순탄치만은 않았던 것 같아요. 특히 최근 3년 동안 개인적으로 힘든 순간이 있었어요. 잘은 모르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사춘기를 겪었던 것 같아요. 별것 아닌 일로 스스로를 괴롭히는 생각들로 힘든 시간을 보냈거든요. 그래서 내년부터는 더 재미있고 행복하게 지내면서 연기하기를 바라요.

바라는 스무 살의 모습 혹은 스무 살이 되어 해보고 싶은 것들은요? 제 고민 중 하나가 또래에 비해 어려 보인다는 소리를 듣는 거예요. 나쁜 말은 아니지만 배우로서는 고민이 되더라고요. 20대가 되면 좀 더 어른스러운 모습을 갖춰서 성숙한 역할도 소화해보고 싶어요. 로맨스물도 해보고 싶고, 좀 더 과감한 역할도 해보고 싶어요. 그리고 연극 무대에도 올라보고 싶어요. 얼마 전 에 류덕환 선배님이 출연하는 연극 <에쿠우스>를 보러 갔는데, 보면서 ‘알런’ 역할을 언젠가 꼭 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했어요. 아, 제가 제일 많이 보고 좋아하는 영화가 <라라랜드>거든요. 언젠가 데이미언 셔젤 감독님과 작업해보는 게 꿈이에요.

‘해볼 수 있는 것, 하고싶은 건 다 해볼 작정이다’라는 기세가 느껴지네요. 네. 보여주지 못한 것도 해보지 못한 것도 아직 많거든요. 그래서 빨리 어른의 세계에 들어가고 싶어요.

윤찬영 스타화보

네이비 코트와 니트 스웨터 모두 와이엠씨(YMC), 니트 비니 오베이(Ob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