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부터 구름처럼 몽글몽글하고 미쉐린 타이어처럼 빵빵한 퍼퍼(puffer) 다운 재킷이 예뻐 보이기 시작했다. 지난겨울엔 리한나를 필두로 많은 셀러브리티가 입어 유행시킨 XXXL 사이즈 두베(duvet) 코트가 대세였다면, 올겨울엔 짧고 동그란 형태의 쇼트 퍼퍼 재킷부터 바닥에 끌릴 만큼 긴 패딩 코트까지 그 종류가 더 다양하다.

2019 F/W 시즌 런웨이에서도 패딩 특유의 투박한 이미지를 탈피해 다양한 스타일로 변신한 퍼퍼를 많이 볼 수 있었다. 발렌시아가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뎀나 바잘리아는 전신을 폭 감쌀 만큼 큼직한 코트를 힙한 분위기로 선보였다. 형광빛이 은은히 감도는 분홍색, 톤 다운된 청록색 등 독특한 컬러를 입은 다운 코트는 단조로운 블랙 룩에 포인트를 주기에 충분했다. 메종 마르지엘라 역시 지난 시즌 히트한 필‘ 로(Pillow)’ 백을 고스란히 닮은, 풍성한 실루엣의 퍼퍼 재킷을 선보였다. 특히 둥글게 부풀린 퍼퍼 코트에 벨트로 잘록한 허리 라인을 잡은 후 날렵한 펜슬 스커트를 매치한 룩이 어찌나 쿨하던지! 드리스 반 노튼은 또 어떤가. 코트 자체도 예뻤지만, 플로럴 프린트 오버사이즈 퍼퍼 코트를 어깨선이 훤히 드러나게 걸친 채 한 손으로 곱게 여민 자태가 로맨틱한 분위기를 극대화했다. 클래식의 미학과 펑크 무드를 조화롭게 녹여낸 버버리 컬렉션엔 독특한 실루엣의 스트라이프 퍼퍼 코트가 등장했다. 뒷부분을 바닥에 끌릴 만큼 길게 늘어뜨린 패딩 코트는 의외로 우아한 분위기를 드러내 호평을 받았다.

퍼퍼 코트에서 한발 더 나아가 패딩 소재를 디테일로 영민하게 활용한 디자이너도 눈에 띄었다. 사카이의 치토세 아베는 오버사이즈 트렌치코트에 마이크로 미니 퍼퍼 베스트를 레이어드했고, 크리스토퍼 케인은 평범한 울 코트 위에 번쩍이는 퍼퍼 크롭트 케이프를 덧입어 위트 있는 스타일을 연출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지방시 쇼엔 폭신폭신한 패딩 볼레로를 얹은 헤링본 체크 코트가 메인으로 등장했을 정도다.

결론은? 패딩을 활용할 수 있는 범주는 이토록 넓고 그 방법도 무궁무진하니 올겨울엔 취향에 따라 세심하게 아이템을 고르기만 하면 된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