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니샤프 팝아티스트

케니샤프 팝아티스트

팝 아티스트 케니 샤프는 최근 들어 자신이 사용한 일회용 플라스틱을 차곡차곡 모으기 시작했다. 하나둘 모인 플라스틱 조각들은 흡사 화환 같은 형상을 한 채 그의 스튜디오에 걸려 있다. 이는 오랜 시간 고민해온 환경오염에 대한 그의 문제의식을 투영한 표상이라 봐도 좋을 것이다. 1980년대, 그는 뉴욕 이스트 빌리지에서 키스 해링과 함께 실험적인 예술을 펼치던 젊은 아티스트였다. 그리고 유수와 같은 세월 속에 속절없이 저물어가던 동료들에 반해 건재하게 자신의 세계관을 지켜내는 중이다. 이 같은 자세의 저변에는 사회를 보는 날 선 시선과 함께 결코 무너지지 않는 희망이 지지대처럼 버티고 있다. 삼청동 백아트에서 열린 케니 샤프의 국내 두 번째 개인전 <불안하게 낙관적인>(2019.10.23~11.22)에서 그가 문제를 마주하는 자세를 들여다볼 수 있었다. 작품 속에는 생태와 지속 가능성이라는 중대한 고민이 서려 있지만 작가 특유의 낙관적인 무드 또한 흐르고 있다. 그래서일까. 금방이라도 녹아내릴 듯한 유기체 형태의 캐릭터와 우주 배경을 도구 삼아 사회문제를 표현한 작품에는 내일도 지치지 않을 것만 같은 의연함마저 느껴진다.

한국에서 맞이하는 두 번째 개인전입니다. 그런데 작품 속에서 아주 반가운 타이포그래피가 눈에 들어오더군요. 이번 신작에 한국어 뉴스 헤드라인을 그려 넣었습니다. 저는 한국어를 읽거나 한국어로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 그런지 한글이 주는 시각적인 느낌이 꽤 흥미로웠거든요.

플라스틱에 컬러를 입힌 오브제나 우주 배경 위에 등장한 캐릭터 회화까지, 시선을 사로잡는 것은 한글만이 아니었습니다. 화려한 시각예술의 표상이 되고 있는 팝아트에 관한 당신의 생각이 궁금하네요. 일상에는 사람들이 미처 알아차리지 못하는 것이 너무 많아요. 팝아트는 그렇게 우리가 인식하지 못한 것들을 미화하고 예술로 만들어나가는 것이 아닐까 해요.

우리가 스쳐 지나가는 것 중에는 불편한 진실도 많습니다. 케니 샤프의 작품에도 환경 파괴나 마약과 같은 사회문제가 자주 등장하는데, 그럼에도 작품 안의 인물은 웃고 있습니다. 제 작품 안에서 사람들은 종종 웃죠, 때론 울고 있고. 저는 다양한 인물 안에 우리의 모든 감정을 투영하려고 해요. 유머는 실존하는 문제를 다루는 아주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하거든요. 마치 어두운 곳에 가면 빛을 찾는 것처럼 말이죠.

예술이 밝은 세상을 만들어가는 EP 일조한다고 볼 수 있겠죠. 그렇죠. 예술의 역할은 결국 도약을 위한 것이라고 봐요.

그런 의미에서 키스 해링과 함께 살던 아파트 옷장에서 주운 물건으로 만든 ‘코스믹 캐번(Cosmic Cavern)’으로 시작된 당신의 오브제 작업도 의미가 크다고 생각해요. 제 작품은 쓰레기나 플라스틱 같은 버린 물건이 늘 소재가 되어왔죠. 버린 물건에 그림이 포함될 때도 있고요. 이미 스토리 라인이 있는 그림이 버림받았다가 새로운 이야기로 다시 활기를 얻는 것이 너무나 자연스럽게 보였어요. 저는 버려진 무언가를 줍는 것이 너무 좋아요. 그리고 그것들에 다시 눈부신 빛과 새로운 생명을 주는 것도 마찬가지죠.

버려진 물건에 생명을 부여하는 작업은 브라질에 갔을 때도 계속되었다고 들었어요. 환경만큼 사람에게 큰 영향을 주는 매개체가 또 없죠. 브라질에서의 생경한 경험이 굉장한 자극을 주지 않았을까 싶어요. 브라질에 가면 자연의 기운을 그대로 느낄 수 있어요. 제가 지내던 곳은 전기나 도로가 없는 아주 거친 지역이었는데, 저는 그곳에서 이전에 본 적 없는 아름다움을 낱낱이 지켜봤어요. 그리고 불행하게도 열대우림이 파괴되는 장면도 함께 목격했어요.

이번 전시 역시 생태와 지속 가능성에 관해 말하고 있어요. 브라질에 가기 전에도 이 주제에 대해 고심해본 적이 있나요? 제게 가장 커다란 영향을 주는 건 언제나 자연이에요. 언제부터라고 뚜렷하게 말할 순 없지만 저는 아주 어릴 때부터 자본주의와 석유의 파괴적인 특성 그리고 생태 운동에 관해 배워왔던 것 같아요. 인간으로서 우리가 파괴하고 있는 연약한 환경을 결코 외면할 수는 없으니까요.

누군가는 당신의 작품을 두고 ‘낙천적인 방법으로 무거운 주제를 다룬다’라고 말하기도 해요. 표현에는 다양한 관점이 존재하겠지만 우리가 직면한 현실을 낙관적으로만 보는 것이 과연 옳은 것일까요? 어떤 것이든 꾸준히 하려면 낙관주의자가 되어야만 한다고 생각해요. 만약 비관적인 잣대로 무언가를 지속시킨다고 생각해보세요. 그런 삶이 과연 의미가 있을까요? 저는 살아 있는 한 희망을 잃지 않으려고 해요. 제가 예술을 대하는 자세도 크게 다르지 않아요. 예술은 제가 해나가는 것이고, 저 자신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