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DJ 디제잉

다 같이 즐겁게

쎄끼(C’est Qui)

쎄끼(C’est Qui) 클로젯 우리는 결성한 지 3년이 다 되어가는 DJ 듀오다. 지금은 많아졌지만 3년 전만 해도 우리 또래 여성 DJ가 거의 없었다. 둘 다 외롭던 차에 행사에서 나원 언니가 백투백(한 곡씩 번갈아 트는 방식)으로 같이 틀어보자고 제안하기에 해봤더니 너무 재미있었다. 음악적 호흡도 잘 맞고, 사람들도 좋아했다. 이런 기회를 좀 더 만들어보고 싶어서 팀을 결성했다. 나원 쎄끼는 프랑스어로 ‘누구?’라는 뜻이다. 우리가 트는 음악을 듣고 사람들이 누구냐며 관심을 가졌으면 하는 마음에 지은 이름이다. 다른 후보로는 도터스, 오마카세, 우마미 등이 있었다.

BACK-TO-BACK 나원 같이 틀 때는 항상 백투백으로 한다. 클로젯 우리만의 규칙이다. 틀 때는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번갈아 한 곡씩 하는 거다. 나원 이외에는 아무것도 정하지 않는다. 심지어 누가 먼저 할지도 안 정하고 들어간다. 가위바위보로 할 때도 있고, 먼저 하기 싫은 날에는 서로 미룰 때도 있다. 클로젯 미리 정하는 건 장르나 그 날의 바이브 정도? 대충 오늘은 어떤 클럽이니까 이런 분위기로 틀자고 하는 정도다. 나원 미리 정하고 들어가면 재미없다. 상황은 우리의 예상을 빗나가기 마련이고. 예를 들어 북적거리는 테크노 파티일 것으로 예상하고 갔는데 사람이 3명뿐이면 힘을 좀 뺄 수밖에 없다. 그래서 계획하는 것이 독이 될 때가 더 많다.

쎄끼의 바이브 클로젯 너무 진지하고 무겁고 젠체하는 것보다 밝고 행복하고 꾸미지 않은 느낌을 주려고 한다. 나원 쎄끼는 발랄함과 진지함이 공존하는 팀이다. 음악은 진지하게 대하지만 플레잉은 즐겁게.

런던, 파리, 암스테르담 클로젯 얼마 전에 유럽 투어를 다녀왔다. 런던의 ‘포녹스(Phonox)’, 암스테르담의 ‘클레어(Claire)’, 파리의 ‘사크레(Sacré)’에서 디제잉을 했다. 처음으로 좋은 클럽에서 음악을 틀 기회가 있어서 재미있었고 친구들도 많이 사귀었다. 쎄끼로서 새로운 기회이자 즐거운 경험이었다. 나원 특히 파리의 사크레는 전에 파리에 살 때 자주 갔던 곳이라 감회가 새로웠다. 하우스로 시작 나원 우리가 주로 트는 음악 장르가 하우스이긴 하지만, 한 장르에 머물지는 않는다. 하우스로 시작하더라도 공통분모가 있는 여러 장르를 연계해서 튼다. 하우스에서 테크노로, 트랜스로 갔다가 디스코로 끝내기도 하고, 하우스에서 디스코로 넘어갈 때도 있다. 그날의 분위기에 맞춰 자연스럽게 섞는다. 클로젯 그래도 요즘 우리가 주로 트는 장르를 꼽자면 이탈리아 하우스나 캐나다에서 만들고 있는 딥 하우스 아티스트들의 음악. 그리고 1990년대에 유행했던 테크노나 트랜스 음악이다.

DJ의 직업 정신 클로젯 균형. 내가 틀고 싶은 걸 틀지만 청중을 설득할 수 있는 지점을 잘 조절 해나가는 것. 사람들이 좋아한다고 뽕짝을 틀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내가 좋아한다는 이유로 사람들이 놀기 어려운 음악을 트는 것도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나원 자아도취에 빠지지 않을 것. 내가 주인공이 아니라 이곳에 놀러 온 사람들이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게 만들어주는 것이 내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위험 감수 나원 틀 때마다 떨리는 음악? 엄청 많다. 내가 틀고 싶은 음악 중에 지나치게 팝 같은 하우스나 테크노가 몇개 있는데 그런 음악을 틀 때는 확실히 위험을 감수하고 가는 게 있다. 오래 전 영국에서 어셔나 크레이그 데이비드 음악 같은 팝을 투 스텝으로 만든 게 있는데, 그게 잘 틀면 멋있는데 반대로 엄청 촌스럽게 느껴질 때도 있다. 그런 음악을 틀고 싶을 때가 있다. 또 애국가처럼 누구나 아는 노래도 가끔 틀고 싶어 고민하다 틀었는데 사람들이 좋아하면 나도 덩달아 엄청 신난다. 그 점이 DJ를 하면서 느끼는 희열 중 하나다. 클로젯 나는 위험을 감수하는 곡이 정해진 건 아니고 상황에 따라 다르다. 나원 언니처럼 위험한 선택을 하지 않는 편이다. 나원 너도 전에 다프 트펑크의 ‘One More Time’ 틀었으면서.(웃음)

플레잉 밀담 나원 음악을 틀면서 대화를 은근히 많이 하는 편이다. 분위기 살피다가 좀 더 달릴지 아니면 쉴지, 신나는 장르로 갈지, 조용한 분위기로 바꿔볼지 계속 얘기하면서 맞춰간다. 둘다 고집부리는 성격이 아니라서 한 사람이 하자고 하면 일단 해보고 안 되면 바꾼다. 의견 충돌은 별로 없다. 클로젯 그런 얘기 말고는 술 얘기만 한다. 술 마실래? 샷 마실래? 더 마실래?

DJ 신의 젠더 이슈 나원 우리나라도 그렇지만 세계적으로 여전히 여자 DJ를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는 경우가 있다. 댓글만 봐도 ‘스킬이 구리다, 요즘 여자가 트렌드라 쉽게 시작한 거다’ 하는 식의 말이 많다. 또 좋은 트랙을 내놓으면 항상 분명히 뒤에 고스트 프로듀서가 있다는 추측을 한다. 이런 말을 하는 사람들은 세계 어디에나 있다. 클로젯 서울 안에서 생각해보면 아직까지 DJ 간의 교류가 많지 않은 것 같다. 어떻게 보면 DJ 집단이 엘리트주의적인 성격도 약간 있다. 의외로 보수적인 성향도 있고. 다들 조심스럽고 젠틀하긴 한데 진짜 친구가 되기에는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한 것같다. 나원 그래도 요즘은 여자들의 적극적인 움직임이 보이는 것 같다. 여자가 메인인 행사나 파티도 늘어나고 있고, 우리도 그런 데서 섭외가 들어오면 기분이 좋다. 장르가 한정적인이긴 하지만 이전에 비해 색이 뚜렷한 DJ들도 늘어나고 있다.

12월의 음악과 술과 사람 나원 듣고 싶은 음악은 쎄끼가 트는 음악.(웃음) 클로젯 아직 한 번도 못 해봤는데 친구들이랑 거대한 테크노 클럽에서 흥청망청 놀면서 카운트다운을 해보고 싶다. 나원 술은 테킬라. 샷으로.

 

쎄끼가 추천하는 12월의 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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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SMIC BABY <23>

1992년에 독일에서 발매된 트랜스/테크노 음반. 가장 좋아하는 곡은 ‘Sweet Dreams for Kaa’다. 이 곡을 듣고 있으면 1년 동안 힘들었던 기억이 우주로 날아가는 기분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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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JECT PABLO <BEUBIAN DREAM>

어둡고 빠르기만 할 것 같은 클럽 하우스 음악에 산뜻한 기운을 불어넣은 프로듀서 파블로의 음반. 11월 22일에 피스틸에서 공연을 앞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