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대를 살아갈 전설적 인물의 탄생을 목도한다는 건 무척 운이 좋은 일이다. 이번 시즌 런던 패션위크를 찾은 프레스들은 리차드 퀸의 쇼에서 그 행운을 거머쥐었다. 리차드 퀸은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와 바흐 합창단의 연주로 쇼를 시작했고, 동화적인 꽃 프린트가 그려진 수십 벌의 드레스를 선보였다. 뒤이어 1990년대를 풍미한 모델 자퀘타 휠러와 에린 오코너, 그리고 인디언 스타일의 깃털 옷을 뒤집어 입은 소녀들이 등장했다. 쇼 말미에는 쇼장 뒤쪽을 가렸던 천막이 걷히며 그의 첫 번째 웨딩 컬렉션이 공개되기도 했다. 리차드 퀸의 독창적인 디자인 특성상 현대적이고 세련된 미감을 느끼기는 어려웠지만, 젊고 감각적인 디자이너가 패션쇼가 선사하는 시각적 즐거움의 가치를 완벽히 수호해냈다는 점에서 더없이 감명 깊은 쇼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