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토니오 마라스의 쇼엔 늘 퍼포먼스가 함께한다. 이번 시즌에는 일본의 열일곱 살 공주를 주인공으로 하는 이야기를 담았다. 머리를 양 갈래로 땋은 모델들과 기모노에서 영감을 받은 실크 드레스, 로브 형태의 아우터, 고양이 형상을 한 기괴한 가면이 등장한 이유다. 레이 카와쿠보의 꼼데가르송 혹은 준 타카하시의 언더커버가 내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지만 그래도 안토니오 마라스만의 멋을 느낄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입체적인 엠브로이더리가 돋보이는 데님 코트나 셔츠 드레스는 안토니오 마라스의 시그니처 피스였으니까. 새로운 경지에 오른 패션쇼를 경험하긴 했지만 중간중간에 퍼포먼스를 이어가는 아티스트들, 그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오가는 모델들 때문에 전체적으로 산만했다. 평범한 패션쇼의 형태로 옷을 더 자세히 볼 수 있었다면 조금 더 감동했을 것 같아 아쉬움이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