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라이프 피케 셔츠 폴로 랄프 로렌(Polo Ralph Lauren), 그린 쇼츠 블로윈드 바이 서프코드(Blowind by Surfcode), 화이트 티셔츠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처음이라 아직은 서툰 사람들에게서 나오는 특유의 에너지가 있다. 뭐든 잘해보려고 애쓰고, 하나씩 알아가는 재미에 빠져 있는 모습을 보다 보면 절로 나의 처음을 회상하게 된다. 처음으로 생긴 가수라는 꿈이 이뤄지기 직전에 만난 차준호에게서 이런 기운을 받을 수 있었다. 자신이 제일 잘하는 것이 무엇인지, 어떤 가수가 될지는 아직 모르지만 그래서 들뜬 모습이었다. 부정적인 생각은 하나도 들지 않고 마냥 꿈과 희망에 가득 찼던 그 처음에 차준호는 지금 막 손을 뻗었다.

요즘은 줄곧 연습실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겠네요? 네. 개학도 안 해서 매일 일어나면 연습실 가서 종일 연습하고 레슨받는 일의 연속이에요. 어제도 새벽에 끝났어요.

기약 없이 연습하던 때와 데뷔를 앞두고 연습하는 지금은 기분이 많이 다를 것 같아요. 맞아요. 빨리 사람들 앞에 나서고 싶으면서도 더 잘해서 나서야 한다는 압박감도 있어요. 멤버들이랑도 확실히 전보다 더 똘똘 뭉쳐서 연습하는 것 같아요.

아직 소개할 무대나 음악은 없지만 팀에 관해 작은 힌트를 준다면요? 제가 열아홉 살인데, 다들 저랑 나이가 비슷해요. 어떤 컨셉트나 음악으로 나서게 될지는 모르지만 저희 스스로는 밝고 청량한 느낌이 드는 음악이랑 가장 잘 맞는다고 생각해요. 그렇지만 무대에 서기 전까지 최대한 다양하게 시도해보려고 해요.

데뷔할 때는 차준호라는 이름으로 나가겠죠? 연습하면서 장난삼아 제이나 준 같은 예명을 지어본 적은 있어요.(웃음) 아마 본명으로 나가지 않을까 싶어요.

얼굴과 이름이 알려진 상황에서 데뷔한다는 건 부담스러운가요? 아니면 자신감의 동력이 될까요? 조금 부담돼요. 사람들이 제가 춤추고 노래하는 모습을 본 적 있어서 어쨌든 그때보단 더 나은 모습으로 나가야 하니까요. 그런 부담이 더 치열하게 연습하는 동력이 되긴 해요.

그때에 비해 확실히 나아진 부분이 있다면요? 노래가 많이 는 것 같아요. 그리고 저라는 사람 자체도 많이 성장했다고 생각해요. 지금도 어리긴 하지만, 그땐 더 어리고 아무것도 할 줄 몰랐거든요. 어떤 태도로 임해야 할지도 몰라 중심을 잡지 못했고요. 아직 부족하지만 그래도 시간이 흐르면서 내적으로 조금 성장한 것 같아요.

연습하면서 잘하는 것을 잘하자는 쪽인가요? 아니면 못하는 것을 더 신경 쓰는 편인가요? 사실 둘 다 하는 게 맞긴 하죠. 어렵네요. 마음이 자꾸 바뀌어요. 일단 지금은 잘하는 걸 더 잘하려고 해요. 제가 잘한다고 생각하거나 좋아하는 건 확실히 하면 할수록 욕심이 나고 자신감도 생기거든요. 지적보다는 칭찬에 더 힘을 얻는 편이기도 하고요.

대중이 예상하는 차준호의 음악은 담백하고 잔잔한 어쿠스틱 혹은 발라드인데요. 자신이 좋아하고 잘하는 음악은 어떤 장르라고 생각하나요? 지금까지 보여드린 게 잔잔하고 담백한 곡뿐이라 그런 것 같은데, 개인적으로는 R&B도 좋아하고, 비트가 강한 음악도 즐겨요. 특히 요즘은 브루노 마스나 아리아나 그란데, 앤 마리 음악에 빠져 있죠. 그래서 제 음악은 되도록 한 장르에 갇혀 있지 않았으면 해요.

조용할 것 같다거나 차분해 보인다는 말을 많이 듣죠? 네. 꽤 많이 들었어요. 그래서 그런 이미지에 대해 생각을 많이 했어요. 사실 제가 보기보다 말이 많은 편이에요. 사람들이 아는 것보다 더 활기찬 편이고요. 그런데 그런 모습도 저고, 이런 모습도 저인 것 같아요. 다만 해명 아닌 해명을 하자면 제가 일부러 어떻게 보이려고 의도하는 건 없다는 거예요. 낯선 상황에서는 조용해지고, 또 다른 상황에서는 수다스러워지고 때마다 자연스럽게 나오는 제 모습이 있는데, 사람들은 아직 제 조용한 모습만 본 거라고 생각해요.

어떤 상황에서 수다쟁이가 되는 편인가요? 거의 대부분요.(웃음) 말이 비는 상황을 그냥 두지 않아요. 일단 누가 말을 하면 그 말을 똑같이 한 번 더 해서라도 정적이 없게 할 정도로 습관적으로 말하는 편이에요. 웃긴 거 있으면 장난도 잘 치고요. 말은 쉴 새 없이 해요.

자신에 대해 잘 아는 편인가요? 완벽하게 아는 것 같진 않아요. 나는 원래 이런 사람이 아닌데 싶을 때도 있고, 어떤 게 내 진짜 성격인지 모르겠다 싶을 때도 있거든요. 알아가는 중이에요. 하나 아는 게 있다면 항상 솔직하다는 사실이에요. 누구와 있든, 어떤 상황에서든 솔직하려고 해요.

그래픽 티셔츠 블로윈드 바이 서프코드(Blowind by Surfcode), 화이트 티셔츠와 팬츠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화이트 셔츠 프레드 페리(Fred Perry), 네이비 베이스볼 캡 폴로 랄프 로렌(Polo Ralph Lauren), 팬츠와 벨트, 슈즈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촬영에 함께한 골든 리트리버는 퍼플이.

그럼 솔직할 거라 믿고 질문할게요. 솔직히 잘될 것 같아요? 저는 잘된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항상 잘되는 모습을 꿈꿔왔고, 그러기 위해 저를 포함해 모든 멤버와 도와주는 사람들이 정말 열심히 하거든요. 그런 노력을 알고 있는데 괜히 무던하고 쿨한 척 ‘잘되지 않을지도 몰라요’라고 말하는 건 멋있지 않은 것 같아요.

그럼 혹시 안되더라도 괜찮아요? 안되면 잘되게 할 거예요. 어디서 비웃는 소리가 들리는데요? 하하.

언제 처음 가수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좀 특이한 경우인데, 회사에 들어와 연습생 생활을 하면서 생각하기 시작했어요. 하다 보니 ‘이게 재미있구나, 하고 싶다’ 하는 맘이 들더라고요.

그럼 회사에 들어가 연습생 생활을 시작한 이유는요? 중학교 3학년 때였어요. 10월쯤이었는데, 문득 노래 공부를 해볼까 싶은 거예요. 한림 연예 예술고등학교 실기시험이 11월로 예정돼 있었는데 한 달 전에 갑자기 든 생각이었어요. 부모님도 약간 황당해하시면서 붙으면 가라고 허락해주셨고, 시험 보러 가는 길에 캐스팅됐어요. 마침 예고에 지원하려던 차였고, 이것도 경험이고 공부라는 생각이 들어서 연습생 생활을 시작했어요.

그런데 왜 다양한 길 중에 음악을 해볼 생각이 든 건가요? 그 전까진 꿈이 없었어요. 제일 좋아하는 게 아무것도 안 하는 거였을 정도로요. 학교 갔다 와서 씻고 침대에 누워 있는 걸 제일 좋아했어요. 그런데 고등학교를 갈 때쯤 되니까 막막해지는 거예요. 미래에 대해 생각하다가 죽‘ 기 직전에 후회하지 않으려면 뭘 해야 할까, 뭘 해야 행복할까’ 하는 생각을 했는데 그게 공부는 아니었어요. 그러다 내가 뭘 좋아하는지 돌이켜보니 매일 침대에 누워서 한 일이 음악 듣기더라고요. 그때 처음 내가 음악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깨달았죠. 음악을 하면 최소한 내 삶을 후회하지 않을 것 같았어요.

이 길을 선택하길 잘한 것 같아요? 네. 만약 공부만 했다면 제가 어떻게 이런 인터뷰를 하고, 촬영도 해보겠어요. 음악 할 때도 곡의 분위기마다 마치 다른 사람이 된 것처럼 다양한 감정을 실어볼 수 있고요. 이런 경험을 다 해볼 수 있어서 매력적이에요.

미래에 대해 고민하던 그때, 공부를 했다면 지금 어떤 모습일 것 같아요? 지금 몇 시죠? 제가 고등학교 3학년이니까 한참 점심 먹고 졸린데 공부해야 해서 머리 아파하고 있지 않을까요? 아, 그런데 꿈까진 아니지만 중학교 때까지 장래 희망으로 승무원을 꼽긴 했어요. 지금은 가수라는 길을 택했지만, 언젠간 도전해볼 수 있지 않을까 해요.

열아홉 살이니, 얼마든지 해볼 수 있을 거예요.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나이가 중요한 건 아니지만 아직은 기회가 많고 언제든지 하고 싶은 일이 있으면 해볼 수 있으니까요. 일단은 음악적으로 하고 싶은 걸 다 해볼 작정이에요. 후회하지 않도록요.